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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Dec 11. 2023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어

난 이 일을 성공시키기로 작정했으니까



틈틈이 일런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챕터에서는 이제 막 스페이스X가 세 번째 로켓 발사를 실패하고 네 번째 로켓 발사에 돌입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많은 챕터들에서 다각도로 그려졌지만 이번 챕터는 그중에서도 그가 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지를 잘 보여주는 것같습니다.




일런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설립하면서 2번의 테스트 발사 실패까지는 염두에 두었지만 만약 3번째 발사에서도 실패한다면 그때는 사업을 접는다고 생각했습니다.


He told his team he had money for only three tries. “I believed that if we couldn’t do it in three,” he says, “we deserved to die.”

머스크는 자기한테 딱 세 번의 테스트 발사만 할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가 말하길, "우리가 세 번째에도 성공 못하면 우린 망할 만도 합니다."

그래서 세 번째 테스트 발사에 모든 공력을 집중하죠. 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이번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테스트 발사였다는 걸 잘 아는 스페이스X의 직원들은 패배감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듯, 머스크가 누군가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할 거라는 불안에 떨게 되죠. 


또 이 시기는 머스크 인생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테슬라 대량 생산은 처음 예상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생산 원가 때문에 진행이 되지 않고 있었고, 첫 부인인 저스틴과 막 이혼했고, 스페이스X에서 세 번의 로켓 테스트 발사는 모두 실패로 끝났으니까요.


하지만 발사 실패 몇 시간 후 머스크는 선언합니다.


“There should be absolutely zero question that SpaceX will prevail in reaching orbit. I will never give up, and I mean never.”

"스페이스X가 궤도에 오를 것이란 것에 어떤 의심도 없습니다.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이 선언은 스페이스X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패배감에서 희망으로 바꿔놓습니다. 그때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흥미로운 말,


A jolt of optimism spread through headquarters. “I think most of us would have followed him into the gates of hell carrying suntan oil after that,” says Dolly Singh, the human resources director. “Within moments, the energy of the building went from despair and defeat to a massive buzz of determination.”

본사에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인사 담당 달리 싱은 "우리는 태닝 오일을 챙겨 지옥문까지도 머스크를 따라갈 기세였어요. 본사의 분위기는 절망과 좌절에서 순식간에 거대한 투지로 바뀌었죠."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발사 실패를 머스크의 옆에서 지켜봤던 와이어드의 칼 호프만은 머스크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그런 긍정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머스크는 답합니다,


“Optimism, pessimism, fuck that,” Musk answered. “We’re going to make it happen. As God is my bloody witness, I’m hell-bent on making it work.”

"긍정적인 태도, 부정적인 태도, 그딴 건 다 필요 없습니다. 우린 그저 성공할 겁니다. 나는 반드시 이 일을 해내겠다고 작정했습니다."


혁신은 어느 사회에서나 가차 없는 조롱과 비판, 반대에 부딪힙니다. 미국은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라서 혁신이 끊임없이 나온다고요? 비즈니스가 실패했을 때 쪽박을 차고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한국과 똑같습니다. 미국이라고 실패자에게 특별히 연금이 나오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레드 카펫을 깔아주지 않습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직장과 사업에서 레퍼런스, 평판, 인맥을 훨씬 더 따지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사회제도가 더 미흡한 나라이기도 하죠. 실패 후의 삶은 한국보다 더 가혹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과 달리 소수 정원의 교실에서 토론 중심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혁신이 더 많다고요? 만약 그렇다면 머스크가 테슬라나 스페이스X를 설립할 때 그렇게 차가운 비난과 조롱에 부딪히지 않았겠죠. 



혁신은 언제나 과대망상에 가까운 비전과 불굴의 의지를 지닌 극소수에 의해 이뤄집니다. 그리고 그 실행방식은 언제나 비민주적입니다. 가차 없고 독재적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을 제외한 거의 모두가 그 원대한 꿈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하기에 리더는 주변을 더 다그치고 몰아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상처받고 좌절하고 희생당하고 낙오됩니다. 혁신의 과정은 "꽃길"이 아닙니다. 주변의 반대, 회의, 조롱, 냉소를 이겨내야하는 하루하루는 치열한 투쟁의 연속입니다. 


불가능과 싸우는 그런 전쟁 같은 과정 속에서 아주 조금씩 성공의 케이스들이 나타나면, 이거 잘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확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입니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 때말이죠. "절대"가 "혹시"로 변하고 "망상"이 "비전"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때. 그렇게 조금씩 그 조직에는 믿음이라는 바이러스가 퍼져갑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임계점을 지나면 리더는 미래를 내다본 선지자가 되고 그를 향한 조직원들의 신뢰는 컬트적인 믿음으로 돌변합니다. 그러면서 조직은 흡사 사이비 종교와 같은 성향을 띠게 되고 조직원들이 공유하는 강철같은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원천이 됩니다.




위에서 말이 나온 김에 미국의 지속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이유,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자면, 


첫째, 다양한 사회 구성원입니다. 미국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정말 다양한(혹은 돌아이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그 사고방식에 충실한(!)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 독특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그 말은 곧 어떤 이상한 생각, 괴이한 생각이라도 "어, 저거 재미있겠는데?"하고 따를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이라고 괴짜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보다 훨씬 그런 이들이 많고 그들에 대한 관용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둘째,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돈이 무조건적으로 삶의 최우선 순위가 아닙니다. 돈, 돈, 돈, 돈, 모든 게 돈인 나라, 초등학생들의 꿈이 건물주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미국에는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끼치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힘들게 공부해서 높은 연봉이 보장된 많은 아이비리그 졸업자들도 NGO활동에 전념합니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인류를 위한 일에 쓰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사회 혹은 인류를 어떻게 더 좋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는 당장 돈이 안 되거나 실현 불가능해보여도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대의에 이끌려 삶을 올인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토양이 됩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직 물질주의에만 매몰된 한국과 비교하면 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회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죠.


셋째, 직장 분위기가 다릅니다. 미국의 직장은 고용과 해고가 유연합니다.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내 회사 컴퓨터 접속이 차단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평가도 가차 없습니다. 못하면 금방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능력을 인정받으면 수직 상승하는 나라이기도합니다. 그만큼 직장 내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업무 강도가 높습니다. 한국처럼 한 시간 두 시간씩 점심 먹고 산책하고 여유있게 커피 마시는 일은 '거의' 있을 수 없습니다. 간단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을 본인의 데스크에서 먹으며 계속 일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이라면 이런 모습, 상상이 될까요? 업계에서 최고라면 곧 전세계 최고와 다름없다는 자부심도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본인의 일에서 최고가 되려는 욕구, 계속 성장하려는 욕구가 상당합니다. 한국의 직장인이 뭔가 등 떠밀려 하는 성장이라면 미국의 직장인은 성공과 성장에 진심입니다. 한국에서 성공이 '부자'라면 그들에게 성공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한 지금의 한국이 출퇴근 시간과 워라밸을 직장 생활의 금과옥조로 삼는 반면 미국은 여전히 직장과 개인 생활의 경계가 흐린 경우가 많습니다. 오버타임 페이가 철저히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에게 상당히 과한 과업이 주어질 수 있고 그것을 군소리 없이 완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미국을 전 세계 생산성 1위의 국가로 만듭니다. 물론 이것 역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사회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죠.


넷째, 성공에 대한 보상이 큽니다. 미국은 내수 시장도 크지만 많은 비즈니스가 전 세계를 향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흘러들어오는 넘치는 자본이 있습니다. 성공의 확률과 보상은 반비례합니다. 확률이 낮을수록 그 대가는 커집니다. 특히 미국처럼 거대한 금융시장을 가진 국가에서 큰 성공은 곧 천문학적인 보상을 뜻합니다. 혁신이라는 말은 아무도 실행/성공하지 못한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혁신의 성공은 곧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높은 보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거대한 보상 역시 미국 혁신의 원동력입니다.



일런 머스크를 이야기하다가 어쩌다 길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결론도 잘 못내겠네요. 횡설수설한 점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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