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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프릴 Jan 14. 2021

나는 명상을 통해 오늘을 백프로로 산다


삶에서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마주하고 산 시간이다. 
명상은 나와 만나게 해주고, 지금을 100%로 살 수 있게 훈련시켜준다. 



내가 연간 정액으로 돈을 내고 쓰고 있는 앱이 딱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명상 앱인 “캄(Calm)”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어 공부 앱인 듀오링고(Duolingo)이다. 명상이나 언어 공부는 평생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할인률이 높은 연 정액으로 질렀다. 


요즘에는 명상의 지위가 많이 바뀌었다. 어렵고 지루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엔 명상한다고 하면 마치 자기 관리 잘하는 트렌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처음 명상을 시작하게 된 것은 회사의 미국인 인턴 덕분이었다. 2014년 만 해도 “명상”이란 단어는 쿨하기보다는 “고리타분”한 단어처럼 느껴졌기에, 스무 살짜리 인턴이 삼 년째 명상을 해왔다고 하니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인턴, 베스(Beth)는 내게 설명이 추가된 짧은 명상을 추천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마냥 앉아있으려면 힘들 테니 일단 설명이 들어간 3분짜리 가이드 명상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처음 시도했던 그 3분 명상이 어찌나 길게 느껴졌던지! 


그러다 2016년에 “캄”이란 명상 앱을 만나면서 약 10분씩 매일 명상을 시도하게 되었다. 2016년은 채팅캣 소송이 시작된 해이니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 중 하나였는데, 명상을 시도한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니었나 싶다. 




미얀마로 떠난 2주 명상 여행

2017년 말에는 미얀마로 2주 동안 명상 여행을 다녀왔다. 소송으로 인해 2017년 여름 회사 문을 닫은 후, 나는 모든 것을 잠깐 놓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와도 소통하고 싶지 않았다. 홀로 떠날 여행지를 물색하던 중, 명상을 오래 해온 지인이 명상 여행을 추천했다. 


내가 선택한 쉐우민 센터는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새벽 3시 반 새벽을 깨우는 종이 울리면 일어나 4시에 시작하는 첫 좌선 명상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챙겨입었다. 오후 9시 걸으면서 하는 경선 명상이 끝날 때까지 두 번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앉거나 걸으며 명상을 했다. 아무와도 소통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내게 딱 맞는 듯 했지만, 온종일 명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내겐 2주도 비현실적으로 길게 느껴졌는데, 놀랍게도 이곳에는 3~4개월씩 와서 명상 수행을 하고 계신 분들이 계셨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작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정신적 균형감각과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고자 일 년에 한두 달씩 인도의 명상센터를 찾는다고 했다. 이곳 미얀마에도 나와는 경지가 다른 명상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명상 스케줄은 주중이건 주말이건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과 새해 첫날에도 평소처럼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좌선과 경선 명상이 번갈아 스케줄 되어 있었다.


회사 대표로 있을 때, 늘 일은 많았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내  머릿 속은 백만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일할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미얀마에서의 부여받은 과제는 딱 하나였다. “알아차림." 스승님은 “어떻게 하면 명상을 더 잘할까”하는 생각도 마음에 품지 말라고 하셨다. 




“알아차림”이란 도대체 뭘까? 


내가 이해한 대로 설명하면, “알아차림”이란 내 손등에 모기가 앉아있을 때, 때려잡기에 앞서 “모기가 있구나” 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알아차림이란 배고픈 느낌이 들 때, 무심코 집어먹기에 앞서 “내가 지금 배가 고프구나”하고 인지하고 것이다. 때문에 알아차림이 훈련되면,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자극과 반응 사이에 나의 마음의 상태를 바라볼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을 통해 내 마음은 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나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자유의 상태가 된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가 날아오는 총알을 유연하게 피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그때 영화는 느린 화면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키아누 리브스를 보여주는데, 명상을 하게 되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키아누 리브스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알아차림 상태에서 우리는 “자동반사적”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자극에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통해 얻은 가르침:


하나. 모든 것은 “선택”임을 배웠다. 


명상은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틈"이 생기면 무심코 행동하기에 앞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불쾌한 일이 발생했을 때, 노여운 상태로 있을지, 노여움을 풀고 평온한 상태가 될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음의 고통은 외부의 자극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이를 멈출 힘도 내게 있음을 가르쳐준다 .



둘. 감정 기복이 줄었다.


감정 기복이 준다는 것은 감정이 절제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종종 펑펑 울고 싶어 일부러 슬픈 영화를 보기도 하고 스릴을 즐기기 위해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스포츠에 도전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는 새 감정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감정은 종종 매혹적인 동시에 자기 망각적이고 자기 연민적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 때 내 감정에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다면 에너지의 누수 없이 상황을 잘 통제할 수 있다. 



셋. “지금"을 더 생생하게 살 게 되었다. 


명상은 “지금”, “여기”, “내 안에 일어나는 것”을 생생히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즉,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들로 인해 지레 걱정하지 않게 해 준다. 즉, 현재를 보다 충실하게 살도록 해준다. 



넷. “나를 돌아보는 시간” 이 늘면서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가까워졌다. 


명상은 내 안에 일어나는 생각, 감정, 자극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어른이 된다. 성찰을 통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는 있다. 


명상가이자 난해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는 이렇게 말했다. 
“명상은: 당신을 더욱, 더욱 당신이 되게 한다.”



다섯.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무엇에 초집중할 때,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집중력이 발휘되면 십 분이 백 분의 생산력을 커버하기도 하고,  열 시간 앉아 일해도 한 시간의 분량의 생산력도 발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나도 명상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서 몸과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라”니 명상은 삶이 무료한 사람들의 호사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꾸준히 명상했던 주기가 내가 생산성을 발휘했던 기간과 일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100%의 집중력이 발휘할 때의 삶은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의 삶과 180도 다르다. 때문에 생산성을 논할 때는 절대적인 의미의 시간보다는 내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지가 중요하다. 이를 깨닫고 나니 시간이 주는 속박에서 자유로워졌다.




나의 명상 루틴


요즘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명상 앱을 사용해 약 십 분 동안 명상을 한다. 전에는 어두운 방에 초를 켜놓고 주로 앉아서 했다면 요즘에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한다. 과거에는 “의식"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일상"에 가깝다.


나를 통해 처음 명상을 접한 남자친구는 요즘 나보다 더 열심히인데 내가 "명상 초보가 어쩜 그렇게 열심히 해?”라고 물으니, 남친 답변이 “명상을 하면 잠이 잘 와"라고 한다. 누우면 일 분이면 잠드는 그가 한 말이라 조금 웃었다. 깨어있고자 하는 명상도 의미 있고, 잠을 더 잘 자기 위해서 하는 명상도 의미 있다. 

 

5년 동안 명상을 했어도 여전히 나는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고, 종종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낸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 외부의 자극을 탓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명상이라고 하면 눈을 감고 앉아서 가부좌를 틀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린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누워도 되고 걸으면서도 할 수 있다. 사실 명상은 “알아차림"의 상태이지 특정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무얼 하든 마음이 깨어있는 상태, 마음이 지각하는 상태에 있다면 그것이 명상이다. 다만, 누워서 하면 잠이 들기 쉽고, 걷거나 다른 무언가의 행동을 취하는 상태에서는 100%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앉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알아차림"이라는 말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명상을 접하면 우리는 숨쉬기부터 배운다. 보통 우리는 별 자각 없이 숨을 쉬는데 이 무심코 하던 숨쉬기를 의식적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숨을 들이마시는구나”, “지금 내가 숨을 내쉬는구나"하고 인식하며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것, 이것이 “알아차림”의 첫 단계이다. 즉, 무의식적으로 하던 일들을 의식의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명상 스승님이 내게 말했다 “에이프릴, 숨쉬기를 네 베스트 프렌드로 생각하렴". 나는 마음에 동요가 생길 때, 이 베스트 프렌드를 소환한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고 들이마시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제 자리, 평온한 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숨쉬기를 통해 “알아차림"이 조금 이해되었다면, 내가 했던 것처럼 유튜브에서 가이드 명상을 찾아 짧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 쉽사리 딴생각에 사로잡히고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겠지만, 명상이 좀 잘 안 되어도 자신을 용서하자.  명상 5년 차인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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