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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Nov 29. 2021

Brian & Tim

덴포라인 마지막 칼럼

Brian S.이라는 이름은 가진 친구가 오랜만에 병원을 찾아왔다.  어금니 하나가 살짝 깨져 고치러 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스케줄에 올라온 이 친구의 이름이 반가운 이유가 몇 있었다.  지금은 40대 중반의 중년이 된 친구지만, 이 친구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모델처럼 잘 생기고 멋진 친구이다.  적당히 큰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 상냥한 말투, 거기에 잘 다듬어진 수염까지.  늘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이 친구의 외모는 정말 할리우드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외모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친구를 기억하는 이유가 이 외모 때문이 아니다.


이 친구에겐 4살 많은 형이 하나 있다.  형의 이름은 Tim S.인데 약간 지능이 떨어진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미스터 빈’으로 불리는 영국 배우 로언 엣킨스의 모습이랑 꼭 닮았다.  어느 날 Brian이 이 형을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우리가 진찰을 했는데 성한 이가 하나도 없어, 발치와 틀리 제작을 시작했다. 워낙 많은 치아를 발치했고 Recover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라 치료기간이 자꾸만 연장이 되곤 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Brian이 형의 진료실에 형보다 먼저 들어왔다. 그리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벌써 그의 표정은 많은 굳어 있었고 뭔가 심각한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요점은 이것이었다. “어렵게 형을 우리 병원으로 데리고 오고, 자기들도 일하는 스케줄을 조정해서 같이 오는데 치료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고, 아직도 아무런 결과를 못 내고 있다. 그동안 형은 표현을 잘하지 못하지 못하지만 식사를 몇 달째 제대로 못하고 있다. 뭔가 잘 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순간 뭐가 묵직한 것에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Communication이 원활하지 않았던 Tim에게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또 우리가 제대로 Follow Up 스케줄을 만들지 못해 치료과정에 neglect 한 부분도 있었다.  쉽진 않았지만 Brian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이 분명 있었고, 지금부터라고 Tim의 치료에 집중하겠노라 했다. 그렇게 Tim의 치료는 속도를 내었고, 새로 만든 틀리로 식사를 잘하는 것 까지 확인을 하고 겨우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조금 생각을 해보니 이 Brian이라는 친구.. 너무 멋있지 않은가?  그 장애를 가진 형을 직접 데려와 치과치료를 시작하게 만들어 주고, 끝까지 곁에서 그를 대신해 우리에게까지 힘든 말을 하며 그 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우린 감동할 뿐이었다. 외모도 출중한데 그 마음씨까지 그러니 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Brian에게 Tim의 안부를 물으니 지금은 캐나다에 있다고 한다. 반듯이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식사는 잘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이렇게 매일의 치료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언제나 부족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또 많은 인생공부를 하는 것 같다.  그것이 비단 미국이나 한국이라는 지역 경계를 떠나서 어떤 직업이던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직업은 치과라는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많은 환자들과 인연을 맺어간다. 그 가운데에는 내가 그들에게 만족한 치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좋은 사람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듯히 그 반대의 경우도 생겨 많이 상심하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반복되는 시간 속에 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함에 이 직업에 정말 감사할 뿐이다.


어릴 적 국문학도를 꿈꾸며 시인이 되는 것을 꿈꾸며 살아온 내가 생각지도 않은 미국 이민을 왔고, 미국 중산층 마을에서 치과를 운영하지 23년째가 되어간다. 덴포라인이라는 좋은 인연을 만나 어릴 적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오랜 소원을 마음껏 풀어본 것 같다. 내가 쓰는 글에 점점 같은 내용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젠 쉬어갈 때가 된 것 같다.  미국에서 평범한 미국분들을 치료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쓰고 또 한국과 다른 치과환경이 있으면 소개하고픈 마음이 많았으나,  그것이 얼마나 충분히 전달되었는지, 또 혹여나 지면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3년 동안 부끄러운 내 글을 읽어준 한국의 치과 동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아낌없는 후원을 베풀어준 덴포라인에 무한한 감사와 지금도 진료현장에서 수고하는 동료들에게 코비드가 극복된 2022년 밝고 건강한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그동안 삼년동안 덴포라인 칼럼을 써 왔는데..  소재도 바닥나고 원고마감 마추느라 스트레스도 이젠

너무 부담으로 다가와 끝을 내기로 하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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