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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Apr 14. 2020

COVID19 그리고 치과

April 2020


코로나라는 이름의 강력한 적이 이곳도 점령했다.  Covid 19 사태로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있는지 5주째다.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는 미국은 그 위상이 코로나에게는 허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기약도 없는 답답한 시간의 연속이다.  치과의 문을 닫은지도 오늘로  4주가 넘었다. 


편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통해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코로나 상황을 걱정하던 것이 겨우 두 달 전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 반전이 되어 한국에서 걱정하는 전화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재난 선포를 발표 헸다.  꼭 한 달 전의 일이다.  그러자 각 주에서는 주지사가 그 주에 적정한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워낙 큰 나라이고 연방정부이기에 주지사의 발표가 더 무게가 실린다.  이제야 관심을 보이나 했더니, 2주 만에 메가 폭탄급 발표가 있었다. 모든 비즈니스가 문을 닫으라는 특단의 조치였다.  병원, 택배, take out 하는 식당을 제외한 사람을 상대하는 모든 비즈니스는 또 다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완전 셧다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펜실베이니아는 그렇지 않지만 저녁시간에 통행금지를 발표한 주도 있었다.  그러면 우린 치과는 어떻게 하지?


생각해보면 치과보다 더 위험한 직종이 있을까? 바이러스가 airborne으로 전염이 되고, 우리는 직업의 특성상  눈, 코, 입이 환자와 거의 맞닿아 있다.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가 없다. Handpieces에서는 쉴 새 없이 수분 입자를 생성해내고 suction 이랑 마스크가 있다 해도 치료 중에 숨을 참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좁은 공간에서 하루에 봐야 하는 환자 수도 많다. 거의 모든 기구가 환자들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오니 소독은 당연한 것이고, 언제나 지척에 있어야 하는 Assiatants, Hygienists 도 같은 감염 부담을 안고 있다. 수많은 감염자들의 이동경로가 추적되고 밝혀지고 있는데, 이렇게 바이러스에 최고로 치약한 치과환경에서 감염 관련된 이야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것에는 정말 의문이 든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첫 발표에 치과는 의료기관이라 처음엔 풀 비즈니스가 허락이 되었다. 어떻게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스태프들은 초긴장을 하는 반면, 환자분들은 오히려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주지사는 모든 병원에서는 응급환자만 치료하라는 새로운 지침이 내려왔다. 당황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응급환자를 구별하는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가 않다.  ADA (American Dental Association)에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고 그에 따른 치료의 한계를 추천하였다. Active Infection이나 Severe Pain 만을 골자로 한 지침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가령 틀리가 깨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프진 않지만 어금니가 부러져 입술을 계속 찌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밥은 먹어야 자가격리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작은 문제라 할지라도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통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급격히 일어나고, 모두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당하고 있는지라 혼란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치과 운영에 관한 Webminar 가 등장하고 뭐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나랑 매니저가 시간을 투자해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최 측도 당연히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고, 겨우 할 수 있는 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예방책을 열거하는 식이다.  허울 같은 말 뿐일 뿐, 실제 치료 현장에선 혼란만 가중할 뿐이었다.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또 해야 한다는 압박이 천근만근이다. 


그렇게 허둥지둥하는 시간이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우리는 나름 자체 계획을 세워 일주일에 이틀만 반나절씩 응급환자들을 보고 있다.  나랑 우리 수간호사뿐이다.  수납을 하지도 않는다. 그럴 직원이 있지도 않고, 우선 우리 기준의 응급만 해결한다. ADA에서 내려오는 가이드라인에 없는 한마디가 아쉽다, "Use your common sense to select and treat the emergency patients."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응급환자들을 대처하세요.  하지만 법적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의료관행상 이 말은 나올 리가 만무했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제일 무서운 것 같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끔 폭설이 와서 모든 세계가 중단이 되면 꺼내 들었던 붓을 다시 잡기 시작하고 나름 이 시국을 즐기기 시작한다... 


Apri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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