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고 싶지 않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겪어보게 된다. 되도록이면 첫인상으로만 그 사람을 단정 지으려 하지 않으려 한다. 다음에 다시 만나보면 첫 만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끔 ' 그 사람 어때?'라는 질문에 ' 거래를 하기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또는 ' 친해지기에는 아직은 조금 부담스러운데...'라는 나의 말에 상대방이 ' 그 사람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나는 이 말이 조금 불편하다.
일은 일. 사람은 사람.
'그 사람도 알고 보면 불쌍해..'
'그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지내다 보면 착한 사람이에요. 사연 없는 사람 없어'
'털어보면 하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좀 더 만나봐. 그냥 같이 해봐.'
나는 이런 말들이 그다지 좋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첫 만남, 첫인상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으로 어필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한번 경험하고 사람에 대해 속단하고 함부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 한 사람 한 사람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적인 사정을 듣고 나면 막상 첫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이란 참 무서워서 나도 평소의 나의 모습과 일을 할 때의 모습과 불안할 때와 우울할 때의 내 모습은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 있다. 누군가는 나를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이는 나를 냉정하다고 느끼고,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상대방을 만나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직장 동료와 있을 때, 거래처와 있을 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일 때 모두 다른 나의 자아가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판단하고 사귀어야 할까?
나는 누군가가 나와 일을 하거나, 친분을 쌓아야 하는 상황일 때.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나를 '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때, 저 사람의 다양한 모습 중에 그저 하나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알아가다 보면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일 수 도 있는 건 그저 그 사람의 기준일 뿐. 내 기준은 아니니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사람 일은 점점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