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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씨 Feb 21. 2024

토스는 왜 타다의 택시 호출 서비스를 품었을까?

토스에서 타다를 부를 있게 만든 진짜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12월 11일 '토스'는 토스 앱에서 '타다'의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핸드폰에 타다 앱이 없어도 토스 앱만 있으면, 타다의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토스가 앱인앱(App-In-App) 전략으로 택시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굳건한 모빌리티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시장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택시(개인, 대형, 프리미엄), 킥보드, 자전거, 기차 등 이동수단별로 대표적인 브랜드가 있죠. 그중에서도 이번에 '택시 호출 서비스'는 카카오T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택시 호출 서비스에는 '카카오T', '우티', '타다' 이렇게 3개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있습니다. 카카오T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약 1200만 명으로 우티(60만), 타다(7만)와 비교가 안 되는 수치입니다. 사실상 카카오T의 독점 체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티'와 '타다'는 자체적으로 차량을 운영하는 반면, 카카오T는 기존 택시업계와 협업하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 상 택시사업자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데, 카카오T는 기존 업계와 협업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이슈가 없는데요. 


'타다'의 경우, 일명 '타다 금지법'에 의해 기존 서비스 재개가 어려워졌고, 사업에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규제 측면에서도, 카카오T는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기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죠. 


토스는 왜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을까?


그렇다면 토스는 왜 이렇게 독점적인 시장 구조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점유율을 가진 '타다'와 함께 새로운 경쟁자가 되기를 자처했을까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약 2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야 합니다. 


2021년 10월 토스는 타다의 운영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됩니다. 토스는 타다 인수 이후, 차량 대수를 늘리면서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차량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합니다.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은 계속 흘렀고, 토스는 타다를 다시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더스윙'과 매각 협상을 이어가던 도중, 지난 8월 토스와 더스윙의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토스는 그들이 추구하는 '슈퍼앱' 전략에 타다를 활용하고, 모빌리티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 같습니다.


특히, 카카오가 카카오T를 통해 카카오페이의 거래건을 크게 늘렸던 것을 토스도 분명히 지켜봤을 텐데요. 토스페이 거래건을 확대하기 위해 앱 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요즘, 토스의 모빌리티 서비스도 예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토스에서 타다 어떻게 부를까?


가장 대표적인 카카오T와 토스의 타다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성입니다. 카카오T는 별도의 앱이 있기 때문에, 앱을 클릭하면 바로 다양한 모빌리티와 행선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토스는 아직까진 토스 메인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우측 하단의 '전체'를 클릭해서 스크롤을 쭉 내려야 '택시 타기'라는 선택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


토스 타다 택시 호출 서비스


(동일한 시간에 캡처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제방식은 두 서비스 모두 동일합니다. 별도로 등록한 카드로 결제를 해야 했으며, 카카오페이에 충전된 금액 또는 토스에 충전된 금액으로는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토스 타다 택시 호출 서비스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 기사에서는 토스에서 타다를 부를 때 장점 중 하나로 '별도 회원가입이나 결제 수단 등록이 필요 없는 점'을 꼽았는데요. 확인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토스페이에 계좌를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택시 결제까지 지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카드를 등록하는 방법은 상당히 쉬웠습니다. 카드사마다 앱과 연동해서 실물 카드가 없어도 연동이 가능한 점이 편리했습니다. 카드 등록이 어렵지 않더라도 아쉬움은 남아있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용할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인 생각


과거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 이후 자사 블로그에 작성한 글이 있습니다. 글 속에는 '타다를 인수함으로써 낼 수 있는 시너지란 토스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토스의 사용자가 얼마나 더 많은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가에 방점이 찍혀있다... (중략)'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매출에서 시너지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토스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매출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타다의 적자는 2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토스도 계속 지켜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토스와 타다 사이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토스는 MAU 1500만 명이라는 아주 강력한 무기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MAU만으로는 타다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토스에서 타다를 불러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야 할 텐데, 어떤 이유를 소구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단기적인 타다 서비스 이용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이 있습니다. '우티'가 시장 진입 초기에 했던 것처럼 유저 확보를 위해 송년회/신년회 시기에 맞게 쿠폰을 뿌릴 수도 있고, '배달의 민족'처럼 친구 추천할 때마다 리워드를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핵심은 유입된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카카오T라는 대체재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경험을 느낄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스는 어떻게 긍정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토스와 타다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해 보면,


1. 택시 서비스의 퀄리티

택시를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붙는 이야기는 '서비스'다. 택시의 승차거부, 난폭 운전, 불친절함 등 택시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많습니다. '타다'는 카카오T와 다르게 자체적으로 택시를 운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비스 퀄리티 컨트롤이 용이합니다.


2. 토스 앱테크 연계

토스는 최근 앱테크(앱 + 재테크)를 통해 앱 유입과 체류시간을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앱테크와 연계를 통해 토스 이용자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타다 이용 시, 포인트 추가 적립 또는 타다 내부에서 광고 QR을 찍고 시청하면 포인트 제공 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3. 슈퍼앱

토스는 최근 앱 내에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금융을 넘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공동 구매, 알뜰폰 등 비금융 분야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토스' 앱 하나로 생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계도 명확합니다.


1. 차량 대수

택시 서비스의 본질은 원하는 곳에 빠르고 편하게 가는 '이동' 일 텐데요. 카카오T에 비해 절대적으로 차량 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택시를 부르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타다를 불렀는데 '배차가 안되면?' 고객은 카카오T를 부르겠죠. 절대적인 택시 수 부족에서 오는 한계가 지금까지는 명확합니다.


2. 타다 금지법

법이 무효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타다는 기존 택시와 동일한 형태로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타는 택시와는 다르게 5인승 택시 또는 프리미엄 택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카카오T보다는 더 높은 단가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가격 경쟁력과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 오는 한계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장점과 한계를 모두 종합해 봤을 때, 토스의 목표인 '불편함을 해소하는' 초기 전략을 적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양으로 승부할 수 없으니 질로 승부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새벽 시간 대 주요 거점 홍대/강남 등 승차거부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결제 위치와 시간을 타겟팅해서 "아직도 택시 잡고 계세요?"라는 푸시 알림을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는 B2B 전략으로 기업회원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안전 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짐이 많은 기업 회원들을 정기 고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시키고,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그 이후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상 토스와 타다가 급속도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스는 늘 그랬듯, 모빌리티 서비스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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