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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씨 Feb 22. 2024

고객 행동 보고서: 구매를 결정한 순간

심씨는 왜 아식스 신발을 샀을까?

[고객 행동 보고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구매 모먼트'를 되짚어보는 시리즈입니다. 고객행동여정에 따른 고객의 사고방식을 기록하고, 설계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정신없는 오전 시간을 보낸 심씨, 미처 확인하지 못한 카톡을 확인하던 중 한 카톡이 눈에 띈다. 


(광고) 아식스
RESTOCK 젤-1130 OYSTER GREY/CLAY GREY 재입고


실제 아식스 광고 메시지


마침 신발을 하나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카카오톡 메시지의 신발을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재입고" 라는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어떤 제품이길래 재입고가 됐을까? 궁금증을 갖고 이미지를 클릭했다.


아식스 웹페이지 (광고 랜딩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자 웹페이지가 등장했다. 아주 심플하게 딱 두 종류의 신발만 있었다. 심지어 그 중 하나는 품절(sold out)이었다. 원래는 품절이 아니었으나 심씨가 늦게 들어가서 품절된채로 본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품절이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sold out" 표시는 광고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옆에 있는 제품도 '곧 sold out이 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광고 제품에 붙어있는 "신제품" 표시는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아직 신상품이라 매진이 아닌건가?', '아직 진가를 못알아보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한 번 보자'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클릭했다.


제품 상세페이지 (구매 당시 화면이 아닙니다)


제품 상세페이지는 심플했지만 제일 상단에 '신규회원 가입 시, 10,000포인트 증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상품 금액이 99,000원이 아닌 89,000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89,000원이라는 가격에 괜찮은 신발을 살 수 있다는건 행운이었다.


신발 자체도 이쁘고, 가격도 괜찮았다. 하지만, 상세페이지에서 실제 착용한 사진을 볼 수 없었다. 흔한 모델 컷도 없이 신발 사진 밖에 없었다. 구매당시에는 위 이미지와는 다르게 리뷰도 거의 없었다. 포토리뷰는 당연히 더 없었다. 후기를 보기 위해 네이버를 찾았다.


제품 검색 (네이버 카페, 블로그)


심씨는 제품 후기를 보기 위해 '제품명 + 컬러'를 검색했다. 같은 라인에 색상이 많아서 컬러까지 작성했다. 정확한 컬러명은 '오이스터 그레이 클레이 그레이'지만 조금 더 많은 검색 결과를 위해 뒤에 그레이 색상은 생략했다.


심씨는 네이버에서 제품 후기를 검색할 때, 네이버 카페 → 네이버 블로그 순으로 검색한다. 아무래도 블로그는 돈이나 제품을 받고 작성한 광고성 글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페에도 가끔 광고성 글이 있긴 하지만 패션 관련 카페나 신발 관련 카페의 경우 실제 사용후기나 착샷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다. 글마다 달리는 댓글도 꽤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 제품의 경우 카페에는 후기가 많지 않아서 블로그까지 확인해야 했다. 생각보다 블로그에는 광고성 글이 적었고, 심씨는 조금 더 신뢰를 가지고 블로그에서 필요한 정보(사이즈, 코디 활용도)만 골라서 확인했다.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면서 충분히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웹페이지로 돌아가서 회원가입 후, 만원 쿠폰을 받고 제품을 주문했다.


고객 행동 설계자의 관점


심씨는아식스가 설계한 행동을 한 사람입니다. '구매'라는 행동을 하도록 설계한 여정을 따라온 것이죠. 이 과정을 설계자의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랜딩 페이지 오류

캡처본은 없지만, 처음 링크를 클릭했을 때 랜딩페이지 로딩이 상당히 오래걸렸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시간에 트래픽이 몰리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씨 기준 주 1~2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아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이미 겪어봤을 것 같습니다. 사전에 트래픽을 확보해두었으면 어땠을까요?


때로는 제품이 다 팔릴 것이라는 자신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씨가 그대로 페이지를 이탈해버렸다면? 해당 제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제품을 탐색할 기회조차 주지 못하게 됩니다. 한 번 유입된 고객이 최대한 이탈하지 않게 랜딩페이지도 신경쓴다면 더 좋은 고객 경험이 됐을 것 입니다.


2. UTM

UTM은 광고의 효율을 측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준입니다. 이번 아식스 광고의 URL 구조를 보면,


https://www.asics.co.kr/c/collection-gel-1130-series?
utm_source=kakao.pf
utm_medium=social
utm_campaign=ebiz_ka_message_button1_dec_gel_1130_231213


설정된 utm으로 미루어봤을 때 카카오플러스친구라는 매체를 활용했고, 매체 분류는 '소셜'이며, e커머스용으로 카카오 메시지에서 버튼 1개짜리 템플릿을 활용한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제품은 젤 1130이며 23년 12월 13일에 발송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3. 랜딩페이지

랜딩페이지에서 궁금증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젤 1130 오이스터 그레이' 제품의 상세페이지가 아닌 카테고리 페이지로 랜딩을 했을까요?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한 가지 색상만 나와있어서 클릭한 고객 대부분은 동일한 제품을 보고 싶어했을 것 같거든요.


패션/커머스 업계에서는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부러 특정 제품페이지가 아닌 다양한 제품이 있는 페이지로 랜딩시키는 것이죠. 꼭 이 제품이 아니어도 전환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또는 브랜드)에 관심있는 사람은 다른 제품에도 관심을 갖는다.'라는 데이터가 있을 때 충분히 시도해볼 전략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A제품을 보러 왔는데, A~Z까지 모든 제품을 다 보여주는 페이지가 나오면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이탈포인트가 되는 것이죠. 


아식스의 랜딩페이지는 제품이 2개 뿐이라 광고 소재와 랜딩페이지 연결이 안되는 이슈는 없었습니다. 반대로 다른 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는 전략도 효과가 미비할 정도로 제품 개수가 적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SOLD-OUT'을 보여주는 전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4. 상세페이지

상세페이지는 아쉬웠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사는 고객이 아닌 이상, 구매를 유도하는 요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제품 착용샷이 없습니다.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100% 신뢰하지 않지만, 잘 코디한 사진은 구매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제품 리뷰가 없을 때'는 영향이 더 크죠.


Q&A도 없습니다. Q&A는 고객 입장에서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고, 브랜드 입장에서도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채널입니다. 주로 발생하는 이슈나 제품 및 서비스의 장단점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로 안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쉽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포토 리뷰에 있는 사진들만 넘기면서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고객 사용성 측면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특히 패션 쪽에서는 포토리뷰가 큰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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