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가오니 Jan 30. 2019

#1 프로젝트 '월새' 탄생

불광천 야경을 앞에 두고 갑작스러운 결성

매거진 '일상(日常) 다(多) 반사(半)' 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순간들 중 인상 깊은 것을 반 만이라도 정리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보았다. 내용은 그래서 신변잡기 또는 생각의 흐름 위주로 채워질 예정이다.



신년 다과회 @ 불광천


작년 묵히고 묵히던 신년 다과회를 했다. 장소는 불광천이 바로 앞에 내다보이는 양옥 아지트였다.

유난히 추웠던 어느 날이었다. 옷깃을 여미고 퇴근길 분당에서 불광천까지 정확히 버스 세 번을 갈아타고 갔다. 힘들기보단 추워서 갈아타는 대기 시간이 고역이었다.

고난을 뚫고 신년회 장소인 양옥에 들어서자 따뜻한 온돌의 온기 속에 익숙한 기기들이 눈에 띈다. 밤에 작업하고 있었던 Chajae책상이다.

여긴 참 신비로운 곳이다. 들어오면 불광천이 내다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고 할까

공교롭게 너무 추웠던 날이라 Chajae가 타 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을 찰나, 오늘의 신년회 마지막 멤버 H상이 왔다.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는 둘

이곳에 처음 오는 H상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이 공간의 끝을 보여주는 '이 세상의 끝에서 와인을 노래하는 화장실'같이 느껴지는 화장실로 안내했다. 반응은 연이은 감탄이었다.

H상이 이 세상 화장실이 아닌 화장실을 보면서 감탄하는 동안 나는 Chajae가 작년 가을 공간을 기획했던 남해의 전시회 도록을 들쳐보고 있었다. 바다 사진과 바다만큼 푸른 내음이 겹겹 흘러나오는 글들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저녁을 안 먹고 달려오다 보니 배고 고팠다. 우리 3명은 신년회를 위해 와인과 함께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 빌라의 안쪽 방에 위치한 게스트룸에서 음식을 먹고 다소 시큼해진 와인을 마시면서 산화되어가듯 공기 중에 흘러나오는 마음속 이야기 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이 순간 공기 중으로 나와버려 산화해가는 얘기들의 에너지를 좀 보존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어떤 방식이 좋을까 생각해보다 취미 형식의 프로젝트는 어떨까 싶었고, 뒤이어 프로젝트명은 뭐가 좋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이름이 떠올랐다. 참 즉흥적이었다.


프로젝트명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단어 '월세'. 그 단어를 조금만 비틀어서 그 단어가 가지는 다소 네거티브한 느낌보단 좀 더 밝은 느낌으로 '월새'라고 지었다. 이 양옥이 위치한 불광천 앞의 O호선 역 이름과 내가 내리는 집 근처 역의 각기 앞뒤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모여서 새로운 것을 얘기하자는 의미도 담고, H상이 사는 문 OO동의 'Moon'도 '월'과 제법 어울려서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하하.


그리하여, 프로젝트 '월새'. 일단 3명 (나, H상,Chajae)은 당장 2월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만나는 그날 또 에너지를 나누면서 얘기할 것이다.


일상은 흘러가고 달은 이지러졌다가 만월이 된다.

또 한 달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채워질 때쯤 프로젝트 월새 멤버가 모이는 날이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