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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AI가 문제가 아니다.

먼저 바꿔야 될 건 사람간의 관계와 군대문화다

by DataSo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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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AI 안 쓰면 도태된다”는 말이 너무 익숙해졌죠.

그런데 정작 회사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10년 전과 거의 똑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한 사람이 쭉 보고하고 윗사람은 질문 몇 개 던지고 모두의 시선은 제일 높은 사람 표정만 살핍니다.


이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AI가 문제가 아니다. 먼저 바꿔야 할 건 사람 사이의 관계와 군대문화다.”




1. 한국은 이미 ‘AI 후진국’이 아니다


기술만 놓고 보면 한국은 결코 뒤처진 나라가 아닙니다.

네이버만 봐도 자체 초거대 AI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검색·쇼핑·콘텐츠 전 영역에 AI를 얹겠다고 선언했죠.([한국경제][1])


GPU에 수조 원을 투자하고 춘천·세종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이 인프라 규모는 웬만한 글로벌 빅테크 못지않은 수준입니다.([한국경제][1])

기술, 돈, 데이터… 그 자체는 이미 상당히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AI를 실제로 잘 쓰는 회사”가 많냐고 물으면 다들 잠깐 침묵합니다.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조직이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문제라는 얘기죠.




2.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 구조’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위계와 나이에 민감한 구조입니다.

조선 시대의 양반–상민 질서에서 이어진 위아래 문화는 이름만 바뀌었지 여전히 우리의 언어와 일상에 남아 있습니다.


회사만 봐도 “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긴 직급 사다리가 존재하고 이 사다리는 곧 말투·권한·발언권을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회의에서 “제가 보기엔…”을 가장 늦게 말해야 하는 사람은 보통 가장 어린 사람입니다.


이 구조가 AI와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간단합니다. 질문이 줄어들고, 실험이 막히고, 실패가 금지됩니다.

AI는 질문·실험·실패를 먹고 자라는 기술인데 조직문화는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3. ‘군대문화’가 AI를 막는 세 가지 방식


한국 직장 문화가 자주 ‘군대식’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세 가지 패턴 때문입니다.


1)상명하복의 절대성

방향은 위에서 정하고, 아래는 “어떻게든 해내는” 구조입니다.

데이터가 “이 전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도 이미 결정된 방향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2)시간과 감정의 통제

야근, 회식, 단체문화 속에서 개인의 컨디션과 집중 시간은 고려되기 어렵습니다.

AI를 잘 쓰려면 깊이 생각하고 실험할 시간이 필요한데 “바로바로 보고” 문화가 그 시간을 잠식합니다.


3)실패에 대한 과도한 책임 전가

새로운 시도를 해서 실패하면 “왜 괜한 일을 벌였냐”는 말을 먼저 듣습니다.

그러니 AI는 업무 효율화 도구로만 쓰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여는 실험 도구로는 잘 쓰이지 못합니다.



AI 프로젝트의 성패는 모델 성능보다 “이 조직에서 새로운 시도를 버티게 해줄 안전망이 있느냐”에 달려버립니다.




4. 네이버 데이터랩이 말해주는 것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AI/인공지능’ 관련 키워드 트렌드를 보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상위권에 자리 잡은 대중적 관심 키워드입니다.([theegg.com][2])


흥미로운 건, 같은 기간 동안 ‘조직문화’, ‘군대문화’, ‘직장 갑질’, ‘MZ 세대’ 같은 단어도

이슈가 생길 때마다 급등했다가 천천히 내려가는 ‘파동’을 반복한다는 점입니다.([한밭대학교][3])


이건 우리 사회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AI도 중요하지만, 진짜 피곤한 건 인간관계다.”

그리고 그 피로감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AI 서비스 발표가 나와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5. 먼저 바꿔야 할 것들: 기술 말고 ‘관계의 OS’


AI 도입보다 선행되어야 할 건 우리 조직이 쓰고 있는 관계의 운영체제(OS)를 갈아끼우는 일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우선순위 3가지”는 이렇습니다.


1) 호칭과 말투 정비 – 나이가 아니라 역할 중심

직급 대신 역할 기반 호칭(OO님, PO, 리서처 등)을 쓰는 조직은 확실히 토론의 밀도가 다릅니다. “과장님 눈치”가 아니라 “이 문제의 오너”를 기준으로 말이 오가게 됩니다.


2) 피드백 흐름 뒤집기 – 위에서 아래만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주니어가 시니어의 의사결정에 피드백할 수 있는 구조(피어 리뷰, 리버스 멘토링 등)를 만들면 AI 활용 아이디어의 ‘풀이’ 급격히 넓어집니다. 군대식 문화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질문들이 그때 비로소 등장합니다.


3) 실험의 안전지대 – “누구 책임이냐”보다 “무엇을 배웠냐”

AI 파일럿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그래서 이번에 무엇을 학습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개선할 건가?”를 먼저 묻는 조직이 결국 장기적으로 초과 성과를 내는 회사가 됩니다. (국내외 리서치에서도 직원 몰입도와 생산성의 상관성이 반복해서 확인됩니다.)([미래를 보는 창 - 전자신문][4])




6. 군대는 한 번이다.


군대문화 자체가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니까요.


문제는 그 시스템이 모든 조직, 모든 상황에 복붙된다는 데 있습니다.

전쟁터가 아닌 매일이 실험이어야 하는 테크/비즈니스 조직에까지 말이죠.


AI는 이제 막 시작된 도구일 뿐이고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의 경쟁력을 결정할 인프라입니다.





대한민국은 기술적으로 이미 ‘AI 할 준비’가 꽤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인간관계와 군대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레거시 시스템이 AI 활용의 스케일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짜 경쟁력은 “GPU 몇 장이냐”보다 “주니어의 질문을 리더가 어떻게 받느냐”에서 갈릴 것입니다.


AI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 조직의 언어, 피드백, 위계를 먼저 점검하는 것.

그게 한국이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근본적인 투자라고 믿습니다.








[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0274974g "AI 인프라·기술, 글로벌 수준…네이버의 근거 있는 자신감"

[2]: https://www.theegg.com/ko/insights/naver-data-lab-how-to-gain-insights-on-korean-search-trends/ "네이버 데이터랩: 국내 검색 트렌드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

[3]: https://www.hanbat.ac.kr/bbs/BBSMSTR_000000000077/list.do?pageIndex=7&utm_source=chatgpt.com "여론 > 한밭대신문 > 대학신문방송국"

[4]: https://www.etnews.com/20251022000207 "[AI 네이티브 검색 패권 경쟁]〈4·끝〉네이버, 특화 데이터 기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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