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불안, 그리고 진짜 늦지 않는 사람들
AI 때문에 불안하죠?
요즘은 “지금 당장 AI 안 배우면 도태된다”는 말이 거의 저주처럼 돌아다닙니다. 강의, 광고, 유튜브, 책 제목까지 전부 이렇게 말하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한 번 질문해봐야 합니다.
스마트폰 생겼다고, 당신이 하던 일이 정말 ‘사라졌나요’?
아니면, 그 일을 더 빨리·편하게 할 수 있게된 건가요?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수준입니다. 성인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고, 청소년은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진다고 하죠.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변화는 “직업이 통째로 사라짐”이라기보다,
배달기사 → 배달앱 관리 + 고객 응대
자영업자 → 인스타/네이버 지도 리뷰 관리
직장인 → 카톡·이메일·문서 작업이 빨라짐
같이 “일의 방식이 바뀐 것”에 가깝습니다.
AI도 비슷합니다.
글로벌 컨설팅사의 긴 보고서를 보면,
완전히 자동화 가능한 직업은 5% 미만이고,
대부분의 직업은 ‘업무 활동’의 일부, 대략 30% 정도만 자동화 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직업이 사라지는 것”보다 “내 업무의 일부가 바뀌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이건 OECD의 최신 분석에서도 비슷하게 나옵니다. AI 노출이 높은 직종들에서도 “고용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는 거죠.
우리가 느끼는 공포의 크기만큼, 실제 데이터가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닙니다.
AI가 강하게 흔드는 영역은 분명 있습니다.
반복적인 사무 작업
정형화된 문서 작성, 단순 보고서
형식이 정해진 코드, 템플릿 업무
하지만 다음 같은 일은 오히려 AI 보완 효과가 큽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핵심인 일 (상담, 영업, 리더십, 교육, 의사소통이 많은 직무)
현장 경험, 맥락, 조직 정치(?)를 읽어야 하는 의사결정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질문을 만들어내는 일
호주 정부의 AI 노동시장 보고서도,
대부분 직무(약 79%)는 “완전 대체”가 아니라 “보조/증강”에 가깝고,
가장 크게 타격 받는 건 각종 단순 행정·사무직이라고 정리합니다.
즉, “모든 직업이 끝난다”는 공포는 과장이고,
“내 일 중 어떤 20~30%가 AI로 더 빨라질 수 있을까”를 보는 게 더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요즘 이런 문장 많이 보셨을 겁니다.
“3개월만에 AI 전문가 되기”
“AI 안 쓰는 직장인은 5년 안에 도태”
“당신의 아이, AI 문맹으로 키우시겠습니까?”
이 문장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입니다.
당신의 불안을 ‘상품’으로 만든다.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프롬프트 엔지니어, 모델 개발자, AI 강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그랬습니다.
모든 사람이 iOS 개발자가 된 건 아니었죠.
대부분은 “카톡 하는 법, 사진 보내는 법, 앱 설치하는 법” 정도만 익혀도 삶이 충분히 편해졌습니다.
AI도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이 성숙해지면,
앱이나 서비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고,
“특별히 AI를 쓴다”는 인식 없이,
그냥 업무 도구의 일부로 사용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 AI를 안 배우면 인생이 망한다는 식의 서사는,
대부분 “교육·강의·광고” 쪽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은 언제나 가장 잘 팔리는 감정이니까요.
AI가 와도, ‘일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은 더 불리합니다.
AI는 “문제 정의”를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우리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건 뭔지
우리 팀이 반복해서 헤매는 지점이 어딘지
그걸 데이터/문서/커뮤니케이션으로 어떻게 풀지
이 질문을 던지고 구조화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일입니다.
AI는 그다음에 “자료를 빨리 찾고, 정리하고, 초안 만드는 것”을 도와줄 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모델 구조를 아는 것보다
“내 일을 10~20%라도 줄여줄 수 있는 사용법”입니다.
예를 들어,
문서 요약, 회의록 작성
이메일 초안, 기획안 첫 버전
단순 보고서, 엑셀 반복 작업
이 중 하나만 AI에게 넘겨도,
하루 30분~1시간은 아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이미 투자 대비 수익(ROI)가 나옵니다.
이걸 위해 필요한 건
비싼 부트캠프가 아니라,
주 1~2회, 30분 정도의 가벼운 실험 시간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정말 깊이 파고드는 AI 담당자 몇 명과
그 도구를 적당히 활용할 줄 아는 다수의 동료
이 조합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되려 하면,
오히려 본업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코어 역량이 ‘사라지는’ 게 진짜 위험이죠.
앞으로 AI 관련 정보나 광고를 볼 때,
이 세 가지 질문만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안 하면 뒤처진다”는 말이 반복된다면 의심해도 됩니다.
“이런 업무를 이렇게 줄일 수 있다”가 아니라
“인생 역전”, “억대 연봉”만 말한다면, 홍보에 가깝습니다.
내 직무, 내 산업, 내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예시만 든다면
그냥 “기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거랑 다르지 않습니다.
실은, AI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인스타에서 보이는 “AI로 3개월 만에 월 1억”
링크드인에서 보이는 “새로운 AI 직무로 이직 성공 스토리”
유튜브에서 쏟아지는 “AI로 일 안 하고 사는 법”
우리가 불안한 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초창기에도,
앱 스타트업으로 부자 된 소수보다
그냥 카톡 잘 쓰고, 사진 잘 찍고, 길 잘 찾으면서
자기 일을 묵묵히 잘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AI 시대도 결국 비슷할 겁니다.
지금 하던 일을 더 잘하고,
거기에 AI를 ‘도구’로 얹는 사람이
가장 오래, 가장 건강하게 버틸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분의 일에서 AI로 빨라지면 좋은 일 한 가지는 뭔가요?
반대로, AI가 절대 대신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일 한 가지는 뭔가요?
이 두 가지를 댓글로 적어보면,
내 커리어의 방향과 AI 활용 전략이 훨씬 또렷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