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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Jun 24. 2019

내가 없는 곳이 이상이더라구요

베트남 공항

베트남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한국에 다녀왔다. 국제 택배가 비싸단 이유로, 국제 택배 대신 내가 직접 짐을 모셔오겠단 핑계로 한국에 다녀왔다. 얼마 안 되는 휴가를 모아 4일간의 한국 여행.

그리웠던 인천 공항 지하철

한국을 다녀오는 것이 여행이고, 베트남에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란 것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한국에서의 4일이 꿈만 같이 느껴지다가, 다시 하노이 집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꿈만 같이 느껴지다가- 한 달 산 하노이 집도 내 집이라고 돌아오니 맘이 놓이는구나, 내 진짜 집은 어디인가, 하다가- 그냥 베트남이고 한국이고 모든 게 꿈같단 몽롱한 생각을 한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엔, 그러니까 한국에서 일상을 보낼 때엔 베트남이 이상의 공간이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이 아닌 곳 어디든 이상이었다.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 더 다채로운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난 더 좋은 사람이, 더 멋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막상 베트남에 오고 나니 이 곳은 금세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부담 없이 만나고 먹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한국에서의 그 생활이 또 내 이상이 되어버렸다. 내 본성이 남의 떡을 탐내는 본성인 건지, 꿈꾸던 순간을 마주하니 이전의 것을 또 욕심내고 있더라.




나의 이 얄팍한 심보를 들여다보면, 사실 현실은 그리 각박하지만은 않고 이상도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엔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인 이 곳 베트남에서, 난 그리 화려하지도 그리 각박하지도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어디서든, 내가 없는 곳을 바라보지 말고 내가 있는 곳. 이 곳에서 이루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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