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뮹뮹 Feb 08. 2017

어메이징 그레이스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음악회

종교가 딱히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교회에서 맛있는 걸 준다길래 친구들을 따라서 교회에 간 적이 있다. 트리 모양 과자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면서 멍하니 교회 강당에서 음악회를 보고 있는데 그 곳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음악회를 보게 되었다.

사실 연주 자체는 그저 그랬다. 그런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던 와중에 갑자기 무대 위에 나란히 놓여있던 촛불 바구니들이 차례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길은 다른 곳에 옮겨붙을 듯 아슬아슬했고 놀란 사람들이 앞다투어 뒤쪽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소란 속에서 문 쪽에 서 있던 아저씨들이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자 연기가 치솟으며 화재 경보음은 왱왱 울리고 꾸역꾸역 뒤로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나도 밖으로 떠밀려 나가고 있었다. 근데 그런 와중에도 지휘자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지휘를 하고 오케스트라는 그 대혼동 속에서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격동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아, 무언가에 미쳤다고 말해야 하면 저 정도는 해야겠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멋지게 헤어지고 싶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