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지금도 모차르트 때문에
튤립을 사는 사람이 있다
튤립, 어린 날 미술 시간에 처음 알았던 꽃
두근거림 대신 피어나던 꽃
튤립이 악보를 가진다면 모차르트이다
리아스식 해안 같은
내 사춘기는 그 꽃을 받았다
튤립은 등대처럼 직진하는 불을 켠다
둥근 불빛이 입을 지나 내 안에 들어왔다
몸 안의 긴 해안선에서 병이 시작되었다
사춘기는 그 외래종의 모가리를 꺾기도 했지만
내가 걷던 휘어진 길이
모차르트와 더불어 구석구석 죄다 환했던 기억
......튤립에 물어보라.
튤립을 한 입 가득 문 것 같이 향기롭고 환한 시다. 어둡던 사춘기의 길을 구석구석 환하게 비추어주던 튤립. 누구한테나 그런 튤립이, 모차르트가 있었겠지.
오늘, 당신의 튤립에게 물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