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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 Oct 27. 2024

한국어 교육에 진심인 교사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 교육에 진심인 교사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라고. 꽤 오랫동안 고민한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와 팀원 토리는 2월에 처음 만났다. 5개월 전이다.


당시 토리가 먼저 내 블로그를 통해 연락해왔다. 한국어 교사로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검색을 통해 나를 처음 알게 됐다고, 자신도 한국어 교사라고, 커피챗을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원래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 대부분 답을 하지 않고 지나치는데, 토리의 댓글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상당히 정중했고 에너지가 넘쳤다. 어찌 보면 상반된 두 태도가 공존하는 모습에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이 사람과는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 둘째, 이 사람과 친구이자 동료로서 서로의 발전을 위해 의지하고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짧은 순간에 깊이도 생각했다 싶다. 짧은 두세 줄의 댓글에도 그 사람의 진심이 담기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직접 느꼈기에, 아마 나도 지금 이토록 정성껏 타자를 치고 있나 보다.


내밀한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나도 토리도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필요로 하며, 함께 할 때 더 멀리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고.


첫 만남 이후로 5개월이 흘렀고 나는 토리와 거의 매주 만났다. 줌으로 말이다. 내가 줌에서 사는 인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국어 교사’라는 공통점을 처음 만난 우리는 5개월간 매주 만나 어떤 수업을 했는지, 수업 시간에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나눴다. 이런 자료를 만들어보고 싶다, 저런 자료도 만들어 보고 싶다. 교안을 짜는데 더 예쁘게 만들고 싶다. 효과적인 교구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항상 팟캐스트나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콘텐츠를 추천해달라고 말한다.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대체 불가능한 멋진 교재와 교안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정이 불타오른다. 그러기 위해서 전문성을 키워야겠다, 이 일이 너무 좋다, 앞으로도 커리어를 계속 깊이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리가 이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둘이 멀지 않은 미래에 꼭 해내고 싶은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아가게 만들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우리는 함께 할 때 더 강해진다, 라고. 혼자서는 빨리 가지만 함께하면 멀리 간다는, 그 진부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토리는 내가 없는 것을 지녔고 나는 토리가 없는 것을 지닌 것 같았다. 매주 만남을 지속할수록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즐겁게,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엔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다. 나는 진심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사라는 정체성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이 길이 나의 길이라는 확신에 스스로 강력한 못을 박으면서 이번 달에 두 가지를 포기했다. 포기했다고 하면 거창하고 비장하나 실은 별거 없다. 또 그 대상이 나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산발적으로 정신없이 뻗어가던 욕심들을 달래어 내려놓은 두 가지를 털어보겠다.


첫 번째로, 일단 나는 기존의 커리어에서 전환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사로 일한 지 2년이 됐다. 그러면서 개인 사이트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학생 수가 많아질수록, 수업 시수가 늘어날수록 쌓여가는 노하우와 자료들을 제대로 아카이빙하며 전문성을 나에게, 또 학생들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인 사이트를 만들었다. 워드프레스를 유튜브로 배워서 애매하게 따라 해봤다. 그럴싸한 사이트를 하나 만들고 나니 그 안에 채워 넣을 콘텐츠의 가치를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됐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고 어렵다. 어떤 관점을 갖고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틱톡이나 인스타 계정을 하나 파서 숏폼 비디오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어렵지 않다고, 쉽게 할 수 있다고. 너는 프랑스어도 하고 영어도 하니까, 더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과 내가 어렴풋하게 짐작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한국어 강의 숏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스타일의 콘텐츠는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이미 넘쳐나고 있었다. 굳이 나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해당 숏폼 스타일의 영상은 내가 추구하는 교육 방식과 조금 어긋났다. 내가 잘나서 그러느냐고? 전혀 아니다. 잘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나를 알기 때문에 굳이 내가 아닌 나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얼마나 남다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그것도 아니다. 남다른 게 아니라 나다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거다. 이 단계에서 나는 약 1년간 머물렀던 것 같다. 머리를 굴리고 애를 써보기는 했으나 상당히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었다. 조금 버거웠고 막막했다. 나다운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방향의 목적지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혼자서는 어렵겠다 판단했다. 때가 될 때, 더 준비가 될 때, 기회가 된다면, 동료와 함께 해나가보자 싶었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어떻게든 하게 되니 말이다. 일단 수업 준비에 더 힘을 보태보자고 나를 달랬다.


두 번째는 프랑스어다. 내 학생들은 프랑스어권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나는 프랑스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덕분에 2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실력을 갖췄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 프랑스어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올해 상반기를 보냈더니 저절로 통번역대학원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올해 하반기에 있을 시험을 보기 위해 통번역대학원 시험을 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던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단발마처럼 스쳐간 생각 때문이었다. “주객이 전도됐다.” 나는 프랑스어를 왜 배웠는가? 한국어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비록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겁 없이 한국어로 말할 수 있도록, 안 되는 부분은 프랑스어로 덧붙여가며 끊김 없이 유창하게, 답답하지 않도록 자신의 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그 상황에서 내가 놓치는 것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공부를 한 것이다. 물론 한국어 공부와 프랑스어 공부, 언어를 가지고 전문적으로 논다는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목표점은 분명히 다르다. 수업 시간에 선생과 학생이, 무리 없이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에서, 한없이 완벽주의에 젖어들어 프랑스어에 마음을 기울이던 나에게 경종이 울렸다. 언어에 있어서 완벽이라는 지점은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미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에게 더 최선을 다하자. 나의 한국어 교사로서의 역량을 높이는 방법을 다른 방식으로 모색하자고.


이 두 가지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나중에 덧붙이겠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에 더 '진심'이었다는 것을, 이 개인사가 드러내주길 바란다. 스스로도 놀라버린 황당하게도 뜨거운 마음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일단 바로 곁에 토리가 있다. 토리 덕분에 나는 위의 두 가지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가 나눈 시간과, 생각과, 감정 속에서 날것의 나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다. 샛길로 새지 않고 올바른 내 길을 오래도록 걸어가기 위해선 생각을 나눌 비슷한 동료들이 필요하다. 나와 토리는 우리와 철학을 지닌 한국어 교사들을 더욱 많이 만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더 우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할 예정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로서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결코 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에게 관심이 생긴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열려 있으니, “그대, 우리의 동료가 되어라!”라고. 그리고 같이 더 단단하게 일을 해 나가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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