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에세이
나는 두터운 벽으로 내부와 외부를 단호하게 구분하는 형태의 집보다는, 바닷물과 민물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교류하는 강 하구의 기수역(汽水域) 같은 집에 살고 싶다.
그래서 집안 곳곳의 창과 문을 통해 다채로운 외부의 풍경과 소리와 냄새와 향이 강물처럼 오고 간다면 좋겠다. 가끔 자연의 작은 생명체들도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고 간다거나 물을 마시고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함께 사는 민지씨도 오래전부터 그렇게 흐를 수 있는 주거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1층 도로와 연결되어 있는 전면 공간은 상가로 사용하고, 안쪽으로는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던 옛 시장의 쌀가게 같은 공간 말이다.
우리는 왜 이러한 연결을 계속 추구하는 것일까?
건축설계를 업으로 하는 민지씨의 최근 복층 빌라 레노베이션renovation 프로젝트는 흥미로웠다. 집이 본래 자연과 가까웠다는 유리한 지점이 분명 있었지만, 공간 곳곳의 다양한 특성들을 잘 활용했고 어둡게 감춰진 느낌이었던 주방은 오히려 리바이벌revival 되기도 했다.
거실의 큰 창을 통해서 외부의 북한산이 내부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그밖에 집 안 곳곳의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창들을 통해 가지각색의 외부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제비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일지 모르겠다. 낯선 사람들을 겁내지 않고 과감히 그들의 내부로 들어와 둥지를 짓고 살며 새끼를 기르는 그들의 친화력이 부럽다.
강 하구 기수역(汽水域)처럼 나와 너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 마음.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은 마음. 그렇게 과감히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자유로운 마음과 용기가 요즘 나에겐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