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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22. 2019

제주 10일 살이 세번째이야기

202버스타고 애월에서 서귀포까지

렌트카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있는 곳에서 제주도를 다니기는 좋았다. 시간에 여백을 둔다면 202번 버스만으로도 충분히 제주도를 즐길수 있었다. 다만 제주도 반을 포기하고 다른 즐거움으로 반을 채우면 된다.


처음 버스를 탄 건 한담해변을 가는 것이였다. 걸어서 갔다가 버스타고 오는 것과 버스타고 갔다가 걸어오는 방법을 두고 논쟁을 벌이다가 버스타고 걸어오는 방법을 택했다.


해질무렵 버스를 타러갔다. 여전히 햇살은 뜨거웠다. 버스정류장에는 일하고 돌아가는 할머니들이 계셨다. 우리에는 여행지가 누구에게는 삶터임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버스는 생각보다 자주 있어, 기다리는 지루함은 없었다. 다만 뜨거운 열기가 정류장안에서는 더 심해 바깥으로 나와 길거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정거장을 지나 버스에서 내려 예쁜 소품을 파는 가게들과 카페를 지나 멘드롱또똣 촬영한 카페를 잠시들렀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과는 전혀 분위가 달랐다. 번화가의 느낌, 관광지의 느낌이 강해서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두메산골에서 나들이 나온 기분이었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명소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가보았다. 좁은 길에 많은 차들이 몰리면서 사람과 차가 순식간에 섞였다. 이곳은 입구에서 미리 주문을 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치 노을을 돈주고 사는 기분이였다. 그래도 노을과 커피는 좋은 날씨를 만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을을 보고 해변을 따라 숙소로 걸어왔다. 딸은 힘들어 업고 걷기를 반복했다. 산책로는 용암이 굳어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어 걷는 즐거움을 주었다. 까만 바다에는 아직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해변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먼 바다에는 집열등을 환하게 켠 배들이 줄을 지은 듯 있었다. 바닷가 포장마차에서는 한치회와 함께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다.


두번째는 한림공원을 갔다. 제주 해변을 따라 가는 버스는 톱니바퀴모양 큰길과 마을길을 반복하며 지나갔다. 버스투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였다. 공원에는 무더위에 군데군데 얼음덩어리가 놓여있었다. 우리는 얼음을 쓰다듬으면서 더위를 식혔다. 제주도 식물원은 늘 그렇게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 역시 개인의 투자와 노력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곳이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용암동굴인 협재굴과 쌍용굴있다. 더운 여름 동굴안은 시원해서 땀을 식히기 좋았다. 그러나 딸은 무섭다며 엄청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세번째는 서귀포 올레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승용차타면 40분거리를 2시간에 걸쳐가야 한다.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을 지나고 고산리선사유적지와 추사가 유배왔던 대정을 지나고 다음 여행지인 천제연 폭포도 지났다.


서귀포에 내린 첫 느낌은 '빵집이 있다' 였다.숙소 주변에는 빵이 종류도 별로없고 정말 비샀다.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약속을 계속 못지켰다.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못먹은 빵을 가득 사왔다.


서귀포에 온 목적은 올레시장과 이중섭이였다. 먼저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땅콩만두와 제주음료를 사먹었다. 아내는 만두가 맛있다며, 다른 날에 이곳을 지나다가 또 들러서 사먹었다. 음료수 통도 여긴 하루방 모양이였다. 시장 가운데는 물길을 만들고 그 주위를 앉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아 시장에서 간식사서 먹기 좋았다. 이곳에서 나는  바닷가에서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혜진이 삼시세끼에서 산 것과 비슷한 보들보들 바지를 아주 싼 가격에 하나 샀다.


시장 길건너는 바로 이중섭거리였다. 이쁜 소품을 파는 게들과 벼룩시장같은 것들이 있어서 걷는데 지루함은 없었다. 딸은 예쁜 하얀 토끼가 붙어있는 작은 가방을 샀고 아내는 제주도 느낌나는 손거울을 샀다. 아들은 제주에 와서 아낀 돈과 점수로 팽이를 샀다. 나는 동백이 그려진 에코백을 하나 사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것을 제주를 떠날때까지 구하지 못했다.


이 거리는 군데군데 이중섭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지만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억지로 끼워 맞춘 거리라는 느낌이 더강했다. 이름에 걸맞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좀더 필요해 보였다. 이중섭미술관과 그가 살았던  집을 보고 다시 202버스를 타러갔다. 갈때는 내리막길인데 돌아오는 길은 오르막길이라 딸은 힘들어 했다. 택시를 탔어야 했다.


먼 길을 다시 버스타고 돌아오는 길, 딸이 소변을 참지 못해 목적지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 내렸다. 주변에 관광할 곳도 쉴곳도 없었다. 하루종일 있어도 버스타고 내리는 걸 구경하기 힘든 곳 같았다.  뙈약볕에서 다음에 오는 버스를 기다려 탔다. 그리고 얼마안가 버스는 휴식을 취했다. 운전사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정류장 앞 고산성당에 있는 화장실이 있으니 급하신 분은 이용하시면 된다고 하셨다. 이곳은 늘 분간 휴식이 있는, 이곳만의 규칙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웃었다.


버스여행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끝냈다. 장담하건데 202버스만 타도 제주여행의 절반은 누릴 수 있다. 다만 느리게 구경하고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을 포기한다면 분명 렌트카의 신속함과 편리함과는 다른 제주를 보게 될 것이다.


202버스아저씨들은 친절했다. 특히 꼭 버스를 탈때 애들 꼭 잡으라고 해주셨다. 길이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버스가 흔들리니 알아서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사소하지만 놓칠 수 있는 것에 대해 알려줘서 애들은 자리를 찾을 때까지 안전했다.


* 나중에는 렌트카해서 돌아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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