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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주는 모기나라
Oct 28. 2019
계절은 잊지도 않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바람이 어느새 차가워지고 나무들은 생존의 몸부림으로 잎을 떨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계절이 오고 감을 자연에서 방송에서 달력에서 알아챕니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몸에 새겨집니다. 발바닥.
어느 순간 걸을때마다 발바닥에 통증이 옵니다. 살만하니 그냥 무시하고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걷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신경이 자꾸만 쓰일 때가 옵니다. 그제서야 양말을 벗고 발을 만져봅니다. 까칠해진 발 뒷꿈치가 주름이 지고 갈라져 있습니다. 가끔은 피가 나기도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살만하니 돌아보지 않던 발에 통증이 심해져서야 봅니다. 그리고 로션을 발라 촉촉하게 해줍니다. 그제서야 아픔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또 그냥두면 갈라지고 또 로션을 찾기를 반복합니다.
어머니는 가을이 오면 발이 갈라져 많이 아파했습니다. 세월이 덧쉬운 딱딱한 궂은 살이 쩍쩍 갈라져 있었습니다. 나의 아픔이 아니니 눈흘깃 한번 공감해주는 것이 다였습니다. 버선을 신어도 바세린을 발라도 겨우내 발은 농사일과 집안일로 성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외국에 나갈 일이 있어 갔다가 어느 성당에서 파는 발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크림을 하나 샀습니다. 천연이라 보관이 안되서 듬북듬북 발라서 써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중하게 가져와서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유통기한이 짧으니 듬북 바르시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신 성격상 아끼고 아껴서 바르실꺼라 예상은 했었습니다. 그러나 많이 바르길 바랬습니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집정리를 했습니다. 내가 사준 크림도 방 한쪽에 있었죠. 나는 뚜껑을 열어 보았습니다. 역시나 아껴서 바르고 계셨다는 것을 남아있는 양을 보고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발뒷꿈치 갈라짐.
이맘때쯤이 되면 나도 이렇게 아픈데 어머니께서는 나보다 더 심했는데 '어떻게 걸어다녀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꿈에라도 나타나지 않으시니 이렇게라도 기억이 되니 기뻐해야겠습니다.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떠올리게 되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이 계절이 다하도록 끊이질 않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