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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뷰 Mar 27. 2023

우리는 어떤 라벨을 붙이고 살 것인가

과몰입과 딴생각 ep.6 - RM 인터뷰를 보고,

최근 스페인 매체와의 RM 인터뷰가 화제다.

기자는 케이팝 시스템에 대해 꼬집는데, 이는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자체에 해당되는 질문이었다. 


Q. 케이팝 스타들은 생존 경쟁 속에서 수년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는 시스템을 겪으며 데뷔 후에도 자신을 엄청 몰아세운다.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A. 회사에서 내가 이 질문에 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일부분 인정하니까. 어떤 기자들은 내가 "청소년들을 파멸시키는 끔찍한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고 기사를 쓸 거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이 독특한 산업에 일조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약 조건이나 교육 방식 등 많은 부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개선되었다.


Q. 케이팝의 젊음, 완벽에 대한 숭배, 지나친 노력 등은 한국의 문화적 특질인가? 

A. 서구인들은 이해 못 한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황폐화되고 두 동강 난 나라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나라였다. IMF와 UN의 도움을 받던 나라.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들이 발전하려고 미친듯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수 세기 동안 타국을 식민 지배했던 나라 사람들이 와서 하는 말이 "저런... 당신들은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삶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라니. 그런데 해내려면 그것들이 필요하다. 그게 케이팝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고. 판단의 회색 지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원래 너무 빠르게, 격렬하게 일어나는 일에는 부작용이 있는 법이다.


Q. (‘K’ 수식어가 지겹지는 않냐는 질문에 대해) 

A. 스포티파이가 우릴 전부 '케이팝'이라고 부르는 게 지긋지긋할 수도 있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다.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다. 우리보다 먼저 갔던 분들이 쟁취해낸 품질을 보장하는 라벨.

- 황석희 번역본


한국과 케이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소신 답변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데,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라벨'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 개개인에게 붙는 수식어는 정말 많고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크게는 내가 속한 집단(예를 들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부터 내가 졸업한 학교)부터 작게는 내 MBTI까지. 근데 '라벨'이란 단어는 뭔가 좀 더 접착력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해시태그처럼 무분별하게 내가 갖다 쓰고 싶은 걸 몽땅 넣은 게 아니라, 나한테 딱 붙어서 남들한테도 내 라벨이 보이는 느낌말이다. 


여기서 예전에 한 독립서점에서 산 <여름밤, 비 냄새>라는 책에 '라벨론'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어떤 사람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 때문에 어느 사물이나 단어, 개념에 그 사람의 이름이 붙는 거라 말했다. 그녀에겐 가본 적 없는 애리조나에 누군가의 이름이 쓰인 라벨이 붙어있다 말했다. 애리조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듣게 되면 그녀는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의 라벨은 떼어낼 수가 없어요. 닳을 수는 있겠지만요." 말했다. 내가 "그럼 평생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 너무 잔인하지 않니." 되묻자 그녀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 단어에 다른 사람의 라벨을 붙이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여름밤, 비 냄새 14-15p.


책에서는 '사람의 기억에는 어떤 사람의 라벨이 붙는다'라는 말이지만, 결국 라벨은 떼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연결되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

1. 나는 어떤 라벨을 붙이고 있을까?

2. 앞으로 어떤 라벨을 붙여나가야 할까?


한 번 붙으면 떼어내기 힘든 게 라벨이라면 이왕이면 제일 좋은 라벨들로만 내게 붙여야 되지 않을까? 부정적인 라벨이 붙었을 때도 걱정이지만 내가 붙은 라벨이 좋지 않은 라벨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붙은 라벨에 대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3. 내게 붙은 라벨 관리하기


지금 케이팝은 프리미엄 라벨로 여겨지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떼어버리고 싶은 라벨로 변할지 모른다.

결국 그 무엇(어쩌면 '나')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짧은 딴생각을 해보았다.


#RM인터뷰 #여름밤비냄새 #라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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