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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복 Jan 28. 2023

일산 디스케이프

일산 디스케이프


"한 줄기 빛을 따라 창으로 다가섭니다.

살며시 열어 둔 문틈 사이로 풀 내음 묻은 바람이 코 끝을 스칩니다.

부드러운 웅성임과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까지.

가만히 창가에 기대에 일상에 스며든 낙원을 누립니다. 

한 폭의 창과 같이. D-scape가 당신을 향해 열립니다."


디스케이프 카페가 카페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기를 원하는가를 나타내는 글이다. 


일산에 있는 디스케이프 카페를 찾아간 이유는 멕시코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 때문이었다. 


월간 디자인 2009년 7월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레고레타는 '색채의 연금술사'라고 불렸다. 그는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신의 건축 인상을 드러내는데, 중미의 강렬한 태양과 멕시코의 혼성적인 문화적 토양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다.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건축의 특징이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신의 건축 인상을 드러내는 것인데, 디스케이프 카페 역시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레고레타 건축양식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레고레타가 남긴 건축물이 있는데, 바로 제주도에 있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라는 곳이다. 이곳은 아시아에 남겨진 두 개의 유작 중 하나인데, 사용기간 만료로 불법 건축물이 되어 철거를 둘러싼 여러가지 잡음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레고레타의 마지막 유작 중 하나인 카사 델 아구아를 보존하여 잘 관리했다면 그 자체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매력적인 곳이 되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제주도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보기 위해 스페인 빌바오를 찾아가고,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을 비롯한 그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아가는 것처럼, 이제는 잘 지어진 건축물 하나가 특색없는 지역축제보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안도 타다오가 만든 뮤지엄산을 보기 위해 원주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일산의 디스케이프카페는 기차 선로가 앞에 있고, 주변에는 논이 보이는 시골과 같은 곳이지만 건물자체만으로 사람들을 오게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커피의 가격과 빵의 가격이 조금만 더 저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한 번쯤은 찾아가보기에 인상적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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