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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Mar 13. 2023

육아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순간, 단조로움이 찾아온다

나와 아기의 시간에 신선함이 필요하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아가들은 앉는 연습을 시작한다.엄마아빠가 앉혀놓았을 때, 오뚜기처럼 이리 갸우뚱 저리 갸우뚱, 본인의 몸에 비해 무겁고 큰 머리는 앞으로 끊임없이 꿍꿍 고꾸라진다. 이 귀여운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심장이 쑤실 정도로 아프다. 이 시기는 다른 말로 이제 정말 신생아를 벗어낫다고 할 수 있다. 밤엔 잠을 설쳐 하루 종일 졸린 눈 부벼가며, 피곤한 몸뚱이만 돌볼 틈도 없이 허둥지둥 하던 육아는 어느덧 조금은 익숙해진다. 이쁜 줄 도 모르던 신생아 시절을 지나 내가 무슨 재주가 있어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를 낳았나 하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익숙해진 육아일상은, 출산과 24/7 신생아 육아로 지친 엄마 몸을 회복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컨디션이 회복된 엄마는 아기도 전보다 더 예뻐보이는 만큼 지쳐 잠시 잊고 있었던 본인의 출산 전 일상과 현재를 비교하게 된다. 아기의 기상 시간에 맞춰 육아출근을 하고, 시간 딱딱 맞춰 아가를 먹이고 재워주고, 집에서 둥기둥가하며 아가 앞에서 재롱부리던 일상이, 엄마가 되기 전 자신의 일상에 비해 새삼 너무나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는 파워 J타입형 인간 아니 엄마이다. 우리 아들 제이슨은 이러한 엄마 밑에서 매우 ‘엄격한스케줄로 생활했다. 정확한 맘마텀으로 엄마 쭈쭈와 이유식을 배불리 먹고, 3시간에 한번씩 낮잠을 자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엄마로써의 나의 일상은 학생의 원형 시간표보다  충실하게 아가의 시간표를 지켜주는 일에 100% 집중되어 있곤 했다. 본인이 학생일  짰던 생활계획표보다  치열하게(?)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기에 제이슨은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스케줄대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이는 초보엄마인 나의 육아 난이도를 한층 낮춰줬다.


 많이 회복된 몸의 컨디션과 익숙해진 육아 생활 콤보로 단조로워진 엄마의 하루에 새로운 게 필요한 시점이다. 나에겐 그것이 “아기와 더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이었다. 아기가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척추의 힘이 생겨 엄마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게 된다. 이른바 ‘lap-sit’ 가능해진다. 이 시기부터 한국엄마들은 주로 백화점이나 마트의 “문화센터”를 이용하곤 한다. 촉감놀이부터 신나는 노래와 율동, 귀염뽀짝한 코스튬까지 30분 정도 새로운 자극 속에서 아가가 신나게 놀면, 엄마의 하루에도 백화점 콧바람을 물론, 아가와 함께 신선한 시간도 보낼 수 있고 피곤해진 아가들은 “꿀잠”으로 보답하는 선순환 스케줄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뒤집기 시절부터 남다르게 많이 움직이고 싶어했던 born to be active 한 제이슨은 하루하루 에너지가 많아지고 있었고, 이 에너지를 흡수해줄 수 있는 문화센터 같은 자극이 필요했다. 지루해질 때 쯤 동네 멍멍이들을 보러가는 유모차 동네 산책, 집앞 별다방에서 아기는 떡뻥타임, 엄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타임을 가지는 정도로는 더 이상 아가와의 시간을 충만히 채워주지 못했다. 내가 있는 미국엔 이런 문화센터 같은 곳이 없을까? 한국 엄마친구들의 문화센터 인증샷들을 보며 계속 갈증만 늘어났다.


 “심심하다 심심해”를 입에 달고 살며 여느 때처럼 산책을 하던 어느 날, 집앞 5분 거리에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동네 도서관을 들어가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육아일상에 한줄기 빛이 찾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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