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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Apr 07. 2023

신생아도 함께하는 미국 도서관 스토리타임

신생아도 갈 수 있어요? sure! why not?


한국이었다면, 남들의 시선이 무서워서라도 (K-할머니 걱정 난 모태모태) 생후 2주된 신생아를 데리고 감히 외출을 할 수 있었을까? 실제로 제이슨이 생후 한달을 맞아 기념비적인 첫 외출 (집 바로 앞 스타벅스)을 했을때, 양가 K-할머니들의 JANSORI 는 물론, sns 친구들의 “헉 벌써 나가도돼? 역시 미국 쿨하다” 라는 코멘트를 쏟아지듯 받았던 나로써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ㄴㄱ


하지만 이런 나의 편견을 시원하게 없애준 건, 스토리 타임이였다.


스토리 타임이라고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0세부터 5세까지, 프리스쿨(우리나라로 말하면 유치원) 을 다니기 전 까지의 아이들을 위한 스토리 타임, 따로 북리딩없이 도서관 한 공간에 다양한 장난감을 꺼내주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free play 스토리 타임, 특별활동처럼 진행하는 스토리 타임(baby yoga, baby dance & music, 우리나라 촉감놀이 같은 sensory), 가끔씩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스토리 타임, 부활절/ 성탄절 등 시즌을 맞아 진행하는 스토리 타임 등, 큰 포맷은 비슷하지만 나름 다양한 구성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제이슨은 돌 즈음까지 ‘baby lap-sit’ 스토리 타임을 주로 참석했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12 months old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말 그대로 ‘baby lap-sit’(부모의 lap-무릎에 아기를 앉히고)  으로 진행하는 스토리 타임이다. 제이슨은 약 8개월부터 출석하기 시작해서, 이미 사방팔방 본인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신나게 기어다니는 시기여서 안타깝게도(?) 나의 무릎에 그림처럼 가만히 앉아 스토리 타임을 들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도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형아, 누나들 사이에서 치이는 다른 스토리 타임과 비교하면, 본인 또래의 귀염뽀짝한 꼬물이들만 있는 클래스라 그런지 제이슨도 (그리고 쫓아다니는 나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레벨(?) 이 맞아서 더 즐거운 꼬물이들


baby-lap sit 스토리 타임의 경우, 제이슨 처럼 혼자 앉을 수 있는 아가들이 참석률이 제일 높은 편이긴 했지만, 목도 제대로 못 가누어서 엄마가 손으로 목을 받쳐줘야 하는 아가들도 종종 수업에 참여했다. 심심치 않게 엄마 무릎에 앉아있지도 못할만큼 목을 못 가누는 아기들도 있는데, 그런 아기들은 엄마가 챙겨온 블랭킷 위에 누워서 (??!!!!) 수업을 듣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우와 진짜 대단하다. 나도 스토리타임을 미리 알았으면 일찍부터 제이슨 데리고 올껄!”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한 엄마 위에 더 강한 엄마가 있다” 라는 이론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내가 본 수강생 아기 중 가장 히트베이비(?)는, 생후 2주된 신생아였다… 엄마는 바구니 카시트에 무려 2주밖에 안된 진정한 신생아를 데리고 스토리 타임에 들어왔다. 알고보니 돌이 지난 첫째가 스토리 타임에 온 거 였지만, 신생아인 동생을 데려오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한국이라면 출산 후 퇴원하고 한창 조리원에서 있어야 하는 시기가 아니던가.. 아니 조리원을 안갔던 나도, 그 시기엔 기운이 없어 그저 산후조리 이모님께 모든 걸 맡기고 누워만 있지 않았던가?


 더욱이 놀라웠던건, 스토리 타임의 다른 엄마들의 반응이었다. 물론 다들 “You’re so wonderful, mom” 이라며 그 엄마를 칭찬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 엄마이 참석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도리어 응원해주고 자연스럽게 웰컴해주었다. 토끼눈을 하고 아기 병이라도 나면 어떡할꺼냐고 걱정어린 참견 내지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저 갓 세상에 나온 아기를 축하해주었을 뿐. (심지어 신생아 이름을 넣어서 웰커밍 송을 다같이 불러주었음;;)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아기가 적어도 100일은 지나야 아주 조심스레 유모차에 싣고서 아기와 함께 외출을 하기 시작하고 6개월쯤은 지나야 비로소 문화센터 수업을 수강한다고 알고 있다. 사실은 나도 제이슨이 7-8개월쯤 되서 혼자 앉기가 익숙해질 무렵부터 어디를 데려가 볼 생각을 시작했으니, 미국 엄마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경기도) 오산이였다. 그들에겐 신생아와의 외출은 챙길 것이 많아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까지 특별한 일이 아닌 듯 보였다. 생각해보니 북적북적한 브런치 카페에서도, 어른들의 공간으로 생각되는 와이너리에서도, 바구니 카시트 안의 신생아와 함께 하는 부모들을 많이 보기도 했으니.. 이 얘긴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기로 하고…


 그 후로도 그 엄마는 계속 열정적으로 첫째와 함께 그 스토리 타임에 참여했고, 나는 의도치 않게 매주마다 쑥쑥 커가는 신생아의 뒤집기까지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름이 Avery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쯤 8-9개월쯤 되었겠구나. 잘 기어다니며 무럭무럭 크고 있겠지?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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