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오늘은 되게 편안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저희 동네에 있는 작은 돈가스 트럭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 동네에는 아파트 단지 옆 큰 대로를 따라 일주일에 한 번씩 작은 장이 열립니다. 예전에는 이런 풍경이 참 흔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더 귀해진 느낌도 듭니다.
아파트 상가가 아니라, 큰길을 따라 트럭들이 쭉 자리 잡고 생선이나 각종 반찬,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 과일이나 과자 같은 것들을 판매합니다.
최근에 동네 분위기가 바뀌다 보니 장 분위기도 바뀌었어요. 어린아이 한 두 명을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다 보니, 바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밀키트 형태의 음식들을 파는 푸드트럭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선짓국 같은 국물 요리를 대용량으로 파는 트럭도 있고, 겨울철에는 통닭구이나 방어회를 파는 트럭도 옵니다.
어떤 날은 타코야키 트럭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건 단연 돈가스 트럭이었습니다.
커다랗고 굉장히 깨끗해 보이는 트럭에서 돈가스를 갓 튀겨내주었고, 사람들은 그 돈가스를 들고 집에 가서 바로 식사로 먹었습니다. 돈가스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메뉴이고, 아이들도 잘 먹으며, 매운 음식도 아니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사 가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트럭 자체가 깔끔해 보여서 위생에 대한 불안감도 크지 않았고, 그 덕분에 늘 긴 줄이 생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요일장 상권도 자리를 잘 잡으면 권리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도 하더라고요. 이 아저씨도 그렇게 한 장소에서 장사를 하다가, 어느 순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그 자리를 권리금으로 넘기며 이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인가, 그 돈가스 트럭 아저씨는 우리 동네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이 천막을 치고, 비슷한 돈가스 튀김 기계를 들여놓고, 이름도 아주 비슷하게 돈가스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메뉴도 같았고, 돈가스를 튀기는 방식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그 돈가스를 거의 사 먹지 않기 시작한 겁니다. 예전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던 자리였는데, 천막 아래에서는 발걸음이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아시겠나요.
저는 그 이유를 굉장히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은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에게는 훨씬 비싸졌다는 인식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있던 돈가스 트럭 아저씨는 고기를 직접 망치로 두드리고, 그 자리에서 계란과 빵가루를 입혀 바로 튀겨주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시간을 기꺼이 기다렸습니다. 그 이유는 그 과정이 모두 눈앞에서 그대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기의 그람 수를 저울로 재는 모습, 신선한 생고기를 바로 꺼내 두드리고 조리하는 과정이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그 장면 자체가 신뢰를 만들어냈고,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돈가스는 굉장히 정성이 들어가 있고 퀄리티가 높은 음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돈가스 다섯 조각에 약 14,000 원장도였는데 사람들은 이 정도면 가격이 정말 저렴하고 괜찮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단순히 돈가스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안심돈가스, 치즈돈가스, 생선가스, 새우가스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고, 한 번 돈가스에 만족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메뉴들도 함께 조합해서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들어온 천막 형태의 돈가스 장사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가격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돈가스를 미리 만들어 가져와 바로 튀겨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확실히 줄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어딘가 모르게 작아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크기가 작아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조리 방식에 따라 튀기기 전과 후의 크기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그저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비싸졌다고 느낀 이유는 가격 때문이 아니라, 퀄리티가 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14,000원을 받는데, 이전에 느꼈던 정성과 신뢰, 그리고 과정이 사라진 상태에서 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실망스럽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결국 가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분명한 가격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사실 진정성이었습니다.
동네 장사에서는 이 진정성, 꾸며내지 않은 진실성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네 장사는 한 번 오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한 번 왔던 고객이 또 오고, 또 오고, 그렇게 관계가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뢰관계를 제대로 쌓아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가 이전에 돈가스 트럭에서 한 번 주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거의 장사를 마칠 시간쯤이었고, 아직 주문이 가능한지 여쭤봤더니 가능하다고 하셔서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 만들어질 즈음 다시 받으러 갔을 때, 아저씨가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돈가스 사이즈가 본인이 보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고, 남은 재료가 많지 않아서 개수는 다섯 개가 맞지만 사이즈가 작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건 그냥 공짜로 드리겠고, 다음에 다시 주문해 주시면 그때는 사이즈가 충분한 돈가스로 제대로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희가 보기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저희는 한사코 거절을 하고 돈을 꼭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이건 정말 안 된다고 하시면서 또 강하게 사양을 하셨고, 그래서 저희가 그러면 판매하시는 소스 중에 다른 맛으로 하나만 더 주시면 충분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소스를 종류별로 두 개씩 전부 담아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는 그 아저씨에 대한 신뢰를 정말 단단하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하고 받아가도 언제나 믿음이 갔고,
이런 이야기를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권리를 넘겨받아 새로 장사를 시작한 천막의 아저씨 부부는 시작부터가 달랐습니다. 기존의 인기 많던 돈가스 트럭이 사라지고,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와서 장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하시던 돈가스 트럭 아저씨는 어디 가셨어요?” 하고 말입니다.
사실 동네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짐작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 권리를 받고 다른 사람이 인수해서 같은 이름으로 장사를 하는 거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질문을 받자 더듬거리면서 “아, 형이에요. 제가 잠깐 하고 있어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누가 봐도 닮지 않았고, 나이 차이도 꽤 컸기 때문에 그 말이 쉽게 납득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순간, 아직 첫 거래도 이루어지기 전이었지만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인상이 그렇게 잘못 각인되고 나니, 그 이후에 제공되는 음식들 또한 왠지 모르게 그렇게까지 신뢰가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형이다”라고 말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인수했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대답이 제각각이라 더 찝찝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왜 솔직하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인수했다는 사실이 흠이 되는 것도 아닌데, “저희가 인수를 받아서 기존 방식 그대로, 정량 그대로 열심히 튀기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했어도 오히려 더 신뢰를 얻었을 텐데 왜 굳이 거짓말처럼 들리는 설명으로 둘러댔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렇게 첫인상이 좋지 않게 자리 잡으면서,
그 돈가스 가게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포인트는 결국 사람으로서의 정(情)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돈가스 트럭 아저씨는 자신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돈가스를 튀긴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돈가스는 단순한 메뉴라기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음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그 돈가스 트럭은 원래 브랜드, 프랜차이즈의 개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스를 마음대로 더 주면 안 된다는 정책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원래 소스는 하나인데요, 아이랑 같이 드신다고 하셔서 맵지 않은 소스도 한 번 같이 드셔보시라고 하나 더 넣어드립니다.”
또는 “저번에도 오래 기다려주셔서 너무 죄송해서 오늘은 소스를 하나 더 드릴게요.” 이런 식이었습니다.
중요했던 건, 그냥 무작정 더 주는 게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항상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랑 같이 와서, 오래 기다려줘서, 날이 너무 추워서, 자주 찾아와 줘서 고마워서,
혹은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이것도 한 번 드셔보시라고요.” 같은 말과 함께였습니다. 손님마다 상황을 보고, 그 상황에 맞는 이유를 덧붙여 마치 마음을 얹듯 소스를 하나 더 끼워 넣어주셨습니다. 그 작은 행동에서 느껴지는 정이 굉장히 컸습니다.
반면 새로 오신 아저씨는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소스를 더 줬다던데요?”라고 묻는 손님들에게
“원래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원칙을 앞세웠습니다.
사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한 초반이라면, 조금 더 유연한 대응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 그러셨군요. 저희는 지금은 그게 어려운데 대신 돈가스 양을 조금 더 신경 써보겠습니다.”
혹은 스스로 고객을 위한 다른 작은 배려를 고민해 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 따뜻한 차를 큰 보온통에 담아두거나, 간단한 대기용 의자 하나를 놓는 것도 충분히 하나의 서비스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지점에서 경험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돈가스 트럭이라는 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매우 단순합니다. 주문하고, 튀기고, 가져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딱히 복잡한 서비스가 필요한 업종도 아니고, 대단한 고객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곳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아저씨는 고기를 직접 두드리고, 빵가루를 묻히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신뢰를 만들었고,
기다리는 시간을 작은 보상으로 전환했고, 그 안에 자신의 진심과 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그 결과 아주 짧은 체류 시간 안에서도 잊히지 않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특정 업종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복권 판매점이든, 길거리 붕어빵 장사든, “그냥 파는 거지”라고 생각되는 어떤 일에서도 우리는 모두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차이는 결국 태도에서 나오고, 이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들어온 돈가스 천막의 결말은 어떠했을까요.
돈가스가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 돈가스 가게는 결국 장사를 접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동네에서 더 이상 그 돈가스를 먹을 수 없습니다. 주부로서, 맞벌이 부부로서
집에 바로 가져가 먹기 좋은 반찬이 하나 사라진 셈이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결과가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은 차이, 바로 고객 경험을 만드는 차이가 결국 이 결말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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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