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이 잘 쓰이고 있어 뿌듯한 이유, 서울형 키즈카페
고객 경험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부터 떠올립니다.
브랜드를 알리고, 매출을 장기적으로 극대화하고, 브랜드의 롱지비티를 위해 관리하는 하나의 전략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고객 경험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공 영역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더 기억되기 쉽고 더 체험하기 좋은 형태로 자신들을 소개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으로 많은 분들이 떠올리시는 사례가 바로 충주맨일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기존처럼 딱딱하고 지루하게 알리는 대신, 유튜브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미있고 친근한 콘텐츠로 풀어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죠.
이런 흐름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양주시에서도 ‘플라이 투더 스카이 ’를 패러디한 콘텐츠를 만들어 굉장히 재치 있게 자신들의 지역과 서비스를 소개했고, 덕분에 “이 도시, 한 번쯤 가보고 싶다”라는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김천에서 진행했던 김밥축제 역시 단순한 지역 행사라기보다는, 하나의 체험형 콘텐츠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김천이라는 도시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저는 공공기관도 이제는 단순히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과 방문객에게 ‘경험’을 설계하는 주체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시가 최근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를 예로 들어 이 변화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서울형 키즈카페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 전에는 각 구마다 놀이시설이나 돌봄시설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을 운영하곤 했습니다. 보육센터 한편에 마련된 놀이방이나, ‘아기꽃 놀이터’ 같은 이름으로 예약을 받아 아주 저렴한 비용, 대략 2천 원 남짓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였죠.
하지만 그 서비스들은 여러 제약을 안고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거나,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평일 낮 시간에만 운영되는 경우도 많았고, 정작 워킹맘이나 맞벌이 가정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는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시설 자체도 굉장히 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볼풀 하나, 낮고 단순한 미끄럼틀, 블록 몇 개, 소꿉놀이 장난감 몇 개를 놓아두고 아이들끼리 알아서 놀게 하는 형태였죠. 문제는 그런 공간에서도 결국 보호자가 계속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다자녀 가정보다 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보니,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기보다는 ‘엄마가 같이 놀아줘야 하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설들은 체험형 공간이라기보다는, 잘 정돈된 실내 놀이터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경험한 서울형 키즈카페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변화가 어떤 지점에서 느껴졌는지, 다음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서울시에 거주하거나, 서울시에 직장을 두고 있거나, 혹은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예약을 통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공 서비스입니다.
사실 이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시설들은 굉장히 단순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좁은 공간에 작은 놀이기구 몇 개를 놓아두거나, 브랜드 키즈카페에서 보던 기본적인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곳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각 구마다, 각 시설마다 분명한 ‘특색’을 갖고 운영되는 서울형 키즈카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하는 곳은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위치한 시설인데, 이곳은 규모부터가 이전에 제가 알던 키즈카페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곳에는 단순히 미끄럼틀을 몇 번 타고 끝나는 놀이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히 챌린지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정글짐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하고, 한편에는 다양한 장애물 코스와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놀이 구조물들도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디지털 요소를 활용한 체험 공간이었습니다.
멀티미디어 시설을 통해 가상 화면을 터치하거나 공을 던져보는 야구 게임, 윙크 게임 같은 활동도 할 수 있고, 바닥에 빔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놀이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간단한 VR 요소가 적용된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놀이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창의 활동 영역 역시 기존 키즈카페들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보통 키즈카페에서 색칠놀이라고 하면 정해진 도안을 색칠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손그림 잡기, 얼굴 그리기, 입체 활동지 만들기 등 아이가 직접 가위로 자르고, 그리고, 조립하면서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제공됩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은 집에 가져가 전시할 수도 있고, 퍼즐처럼 직접 만들어 완성해 보는 체험까지 가능해 단순한 놀이를 넘어 ‘만들어보는 경험’에 가까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공간이나 소음 문제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음악 놀이도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능했습니다.
피아노를 크게 쳐보거나, 드럼을 두드려보고,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타악기와 실로폰 같은 악기들을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조립과 블록 놀이 역시 특정 브랜드나 한정된 종류에 그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여러 형태의 조립 놀이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블록을 쌓아보며 구조를 만들고, 물의 흐름을 설계해 보며 무게와 균형을 직접 느껴보고, 어떤 요소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돌봄 시스템이었습니다.
이곳은 보육 시스템이 함께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가 함께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잠시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에도 전문적으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고, 놀이를 이끌어주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그저 맡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가 즐겁게 놀면서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전의 공공 놀이시설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제도들이 워킹맘을 지원하고, 낮아진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정책적 장치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시설이 생긴다고 해서 아이를 한 명 낳을 가정이 세 명을 낳게 되는 일은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의 입장에서 이 경험은 분명히 체감이 되는 변화였습니다.
시중 키즈카페를 이용하려면 한 시간, 두 시간에 기본적으로 2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서울형 키즈카페는 훨씬 저렴한 가격(2000원~5000원)으로, 관리 상태도 좋고, 공간도 깨끗하며, 무엇보다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밀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가격 대비 괜찮다’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로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도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보육 지원 제도들이 과거처럼 단순한 행정 서비스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어떤 발달 단계를 거치는지, 그리고 부모들이 어떤 도움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를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 ‘경험을 설계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이런 변화는 서울형 키즈카페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성동, 관악, 노원구 쪽에서는 실제 모래놀이, 점토와 도자기 놀이 같은 손을 쓰는 체험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만지고,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중심에 둔 콘텐츠들입니다.
서울형 키즈카페 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연령별로 이용 가능한 시설과 체험 콘텐츠들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체험을 선택해 보고, 한두 곳만 반복해서 가기보다는 다양한 공간을 경험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 경험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으로서, 저는 이런 변화들이 참 반갑고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공공 영역에서도 이제는 ‘제공했다’가 아니라, ‘어떻게 경험되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분명 공공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브랜드를 만들고, 가게를 운영하고, 서비스를 설계할 때에도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경험을 가지고 돌아가길 원하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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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