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판매사원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영업 사원들이 더 높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

by Project Keepgoing

저는 랄프 로렌이라는 브랜드를 참 좋아합니다.


사실 제가 몸담고 일했었던 회사이기 때문에 애정이 생긴 것도 있지만, 이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는 직접 현장에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디자이너의 이름에서 출발합니다. 샤넬, 디올, 톰포드처럼 강력한 디자이너의 세계관과 창의성으로 시작해 하나의 상업적인 브랜드로 성장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랄프 로렌은 조금 다릅니다. 이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판매사원, 영업사원으로부터 시작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Ralph Lauren 공식 홈페이지


랄프 로렌은 군 제대 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판매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나이가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옷을 입었을 때 가장 돋보이는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읽어내는 사람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단순히 옷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영업사원이었습니다.


그는 그 감각을 매장 안에만 두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정식으로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도, 옷을 만들어본 경험도 없었지만, 자신이 현장에서 느낀 감각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싶어 했습니다. 재봉을 할 수 있었던 아내와 장모님의 손을 빌려 아주 작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타이 디자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당시 시장에 나와 있던 타이들은 대부분 폭이 좁고 단조로운 색감이었지만, 그가 만든 타이는 전혀 달랐습니다. 커튼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패턴, 넓은 폭,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디자인이었습니다. 가격 또한 당시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는 디자이너의 감각이 아니라, 영업사원으로서 수많은 고객과 나눴던 대화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시장이 원하는 스타일을 정확히 짚어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랄프 로렌이라는 브랜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자인과 기술적인 완성도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처음 성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대화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어 하는지’를 정확히 읽어낸 판매 현장의 감각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수많은 판매사원, 영업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육을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사이에서 가장 좋은 답을 함께 찾아가는 조율자이자 연결자, 그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판매 직원분들의 노력과 가능성, 그리고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애환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고, 그분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도 저는 종종 다양한 매장을 둘러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보고, 설명을 듣고, 이 직원은 어떤 언어로 이 브랜드를 풀어내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저의 작은 취미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 애쓰는 분들을 보며 늘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어느 날,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신세계 강남 백화점에 있는 부쉐론 매장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사실 이 매장은 제가 결혼반지를 맞췄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브랜드의 역사보다 디자인과 제 스타일에 어울리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했지만, 지금도 그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단순히 구경을 하러 들렀던 날이었습니다. 웨딩밴드 외에도 다이아몬드 세팅이 화려한 반지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습니다. 한 판매 직원분이 다가와 어떤 용도로 보시는지, 선물인지 본인을 위한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고, 저는 '결혼기념일이 다가와서요'라고 짧게 얘기하며 편안하게 구경하였습니다.




화려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며 “정말 예쁘다”라고 말했을 때, 그분은 흔쾌히 “한번 껴보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오늘 구매할 계획도 없고 예산을 훌쩍 넘는 제품이라 부담스럽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본인도 일하면서 이런 큰 세팅의 주얼리를 볼 때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오늘처럼 특별한 날에 한 번 껴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요. 지금은 예산에 맞는 상품을 보고 계시겠지만, 결혼기념일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계속 돌아온다며, 오늘 껴봤던 이 반지가 언젠가 다시 떠오를 수도 있는 거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오늘은 부담 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껴보고, 내 손에 어울리는지, 어떤 스타일에 잘 맞는지를 편안하게 보고 가셔도 된다고, 그 경험을 도와드리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부담스러워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브랜드가 줄 수 있는 로망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주는 태도였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 이후로 부쉐론은 제 마음속에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판매사원이 만들어낸 고객 경험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누구인지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의 삶 속에서 실제로 완성시키는 사람은 결국 현장에 있는 판매사원입니다. 브랜드의 방향과 고객의 니즈를 연결하고, 오늘의 구매가 아니라 미래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랄프 로렌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제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고객님이 입을 옷 한 벌만을 팔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객님이 평생 입을 옷을 만들어 팔고 싶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한 번의 구매가 아니라, 평생 함께할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브랜드가 자리 잡고 싶다는 다짐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이와 같은 울림을 부쉐론의 한 판매 직원분을 통해서도 느꼈습니다. 저에게 단순히 제품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의 로망을 꿈꾸게 해 준 힘은 다이아몬드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그분이 만들어주신 고객 경험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판매사원의 손끝에서 완성됩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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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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