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집에서 발견한 친절의 아이러니
친절하다고 다 좋은 경험을 남길까요?
친절하다고 해서 다 좋은 고객 경험을 남기는 건 아닙니다.
친절한 서비스와 좋은 고객 경험은 사실 아예 다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좋은 고객 경험을 떠올릴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친절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 점원들은 인사를 깍듯하게 해야 하고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게 대해줘야 한다.
하지만 제가 리테일 트레이너로서 실제 현장에서 봐왔던 현실은, 친절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고객 경험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순대국밥집에 들어갔습니다.
추위도 가시고 허기도 달랠 겸, 둘이서 간단하게 먹기엔 국밥만큼 좋은 메뉴가 없잖아요.
국밥집에 들어가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은 꽤 분명합니다. 자리에 앉고, 메뉴를 고르고, 반찬이 나오고, 국밥이 나오고,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고 나오는 것.
어느 국밥집이든 크게 다르지 않은, 굉장히 단순한 고객 경험의 흐름입니다.
그날 들어간 순대국밥집도 아주 큰 가게는 아니었고,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작은 가게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큰 기대 없이, 말 그대로 점심 한 끼 해결하러 들어간 곳이었죠.
그런데 자리에 앉고부터, 저에게는 남다른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카운터 쪽에는 사장님을 제외하고 서빙과 계산을 도와주시는, 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분 한 분이 계셨습니다. 두 분이 함께 운영하시기에 충분히 컨트롤 가능한 크기의 가게였고요.
두 분 모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하셨고, 나갈 때도 소리를 높여 “아, 맛있게 드셨나요?”
라고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반찬을 가져다주실 때도 웃으면서 건네주셨고, 저희가 시킨 음식도 차분하게 잘 가져다주셨어요. 두 분의 태도는 분명 따뜻한 축에 속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요. 제가 화장실을 잠깐 다녀와도 되겠냐고 여쭤봤을 때, 화장실이 가게 안쪽에서 굉장히 미로처럼 숨어 있다며 차라리 맞은편에 있는 동사무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더 편할 거라고 솔직하게 조언을 해주셨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까지 배려 깊고 친절한 서비스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눈에는 조금씩 불편한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서빙되어야 할 물이 저희 테이블에만 놓여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는 모두 물이 올라가 있었는데 저희 테이블만 비어 있었어요.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는 있을 수 있고, 제가 물을 요청하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습니다.
두 번째는, 순댓국밥과 함께 주문한 편육 세트에서 작은 머리카락을 발견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음식점에서 기대하는 가장 최소한의 기준은 맛보다도 청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이 아무리 좋아도 위생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잖아요. 편육 사이에서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끼어 나온 모습을 봤을 때, 솔직히 많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종업원분께서는 '친절하게' 접시를 가져가 새 음식으로 다시 가져다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저희가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까지 주변 테이블에 다른 손님들이 먹고 나간 그릇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그릇들이 저희 식사에 직접적인 불편을 주지는 않았어요. 저희 테이블만 깨끗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 주변 테이블에 그릇들이 남아 있는 동안, 종업원분께서는 한쪽에서 쉬면서 핸드폰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계산할 때 다시 친절하게 포스로 결제를 도와주시고, 끝까지 웃으면서 저희를 배웅해 주셨죠.
어떠셨나요..?
다시 가시고 싶으신가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느꼈던 고객 경험은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최소로 기대했던 것들, 위생, 기본적인 제공 물품, 최소한의 자리 정돈 같은 것들이 충족되지 않은 채, 그저 친절하기만 한 태도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개운하지 않았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안타깝다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았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사장님이라면, 그리고 직원분들께 “우리 고객 경험을 좋게 만들어보자”라고 말해야 하는 위치라면, 과연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하고요.
우리는 흔히 고객 경험을 이야기할 때 늘 친절을 강조합니다. 더 다정하게, 더 나이스하게, 더 웃으면서. 그런 태도를 권유하고 때로는 강요하는 사회적인 문화 속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고객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개인의 센스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철저한 체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공간의 사람과 연결되고, 구매를 하고, 서비스를 경험하고, 다시 나가는 그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 안에서 고객이 바라는 바가 정확하게 충족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바라는 바’라는 것은 누군가의 타고난 센스나 눈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시점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저 시점에는 무엇이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 전략화된 설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서가 어긋나면 아무리 친절해도 경험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그 순대국밥집에서 다시 한번 느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교육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친절 서비스 교육’이라고 하면 인사는 몇 도 각도로 해야 하고, 고개를 숙였다가 몇 초 뒤에 들어야 하고, 전화를 받을 때는 “늦게 받아 죄송합니다”라는 멘트를 먼저 해야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나 백화점 문을 열어줄 때도 몇 초를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한다는 식으로, 말투 하나하나까지 규정된 매뉴얼을 배우는 방식이었죠.
그 시절에는 ‘친절’이라는 것이 하나의 정답처럼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는 친절을 얼마나 강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정말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대가 고객 여정의 각 단계마다 빠짐없이 제공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 속에서 고객 경험의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절한 서비스와 좋은 고객 경험을 같은 말로 묶고 싶지 않습니다.
두 개는 분명히 다르고, 그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가게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떠신가요.
친절한 서비스와 좋은 고객 경험, 두 가지가 명확히 다르게 느껴지는 제 마음에 공감하시나요?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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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