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5와 비교하며 분석해 본 헬스장이 망한 이유. 그리고 살아날 길.
헬스장은 왜 망하고 있을까요.
약 때문일까요, 사람들 의지 때문일까요.
요즘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가 등장했으니 이제 헬스장 사업은 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저 역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접한 뒤, 이 질문을 다시 붙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비만 치료제 사용이 늘어난 이후, 오히려 헬스장 이용률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이 약들은 체중과 지방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근육도 함께 감소시킨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은 빠졌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멋진 몸’을 만들어주지는 못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단순히 몇 킬로그램이 줄었는지보다 근육량과 체형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권에서는, 약으로 체중을 줄인 이후 다시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헬스장이 망하는 이유를 단순히 약의 등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비만 치료제가 도입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명확한 통계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굳이 수치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체감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헬스장이 계속해서 문을 닫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유는 약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동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요.
저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 차이는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우리나라 20대, 30대 여성들 중에서 운동을 생활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분들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운동은 여전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이미 삶 속에 녹아 있는 활동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차이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체능 계열을 제외하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스포츠를 꾸준히 해본 경험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은 교과 과정 안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이 선택한 스포츠를 방과 후 과정으로 지속하게 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 있습니다. 그 결과 운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이고, 체력은 공부보다도 먼저 키워야 할 삶의 기초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헬스장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많은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운동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운동을 즐거운 경험으로 배워온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스장은 한때 분명한 전성기를 누린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몸짱 아줌마 신드롬, 바디프로필 열풍처럼 눈에 보이는 목표가 생겼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으로 몰렸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다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 지점을 리테일 트레이너의 시선으로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어 졌고, 비교 대상으로 그룹 트레이닝 서비스인 F45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러닝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거나 주말마다 배드민턴, 테니스, 등산, 클라이밍, 사이클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운동 그 자체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운동’이 아니라, ‘헬스장에서 제공되는 경험’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첫 번째 차이는 재미입니다.
헬스장에 간다는 경험은 종종 혼자 독서실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나 혼자 루틴을 세우고, 나 혼자 목표를 정하고, 나 혼자 반복해야 합니다. 그 공간으로 스스로를 데려가기 위한 유인은 많지 않고, 지겹고 힘든 과정을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반면 F45는 이 과정을 하나의 챌린지로 바꿔놓았습니다. 45분이라는 명확한 시간 안에 코치의 주도하에 운동이 끝나고, 그날의 미션은 완료됩니다. 워밍업과 데모, 휴식까지 모두 계산된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고강도 운동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성취감을 느끼며 운동을 마칩니다.
두 번째는 강제성입니다.
헬스장은 자유를 강조합니다. 24시간 운영, 시간제한 없음, 어느 지점이든 이용 가능하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종종 ‘오늘은 안 가도 된다’는 선택지로 바뀌곤 합니다.
반면 F45는 한정된 시간, 한정된 인원, 예약제라는 구조를 통해 지금 아니면 놓친다는 감각을 만듭니다. 이 제약이 오히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합니다. 예컨대 오늘 아침 늦잠으로 여섯 시 반 클래스를 놓치면, 출근 전에 운동을 하고 갈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음 날부터는 무조건 여섯 시 반 클래스에 출석하려고 열심히 일어나겠죠. 주말에도 언제나 열어두는 헬스장과는 달리 단 3 클래스 밖에 열어두지 않아 그 자리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정성과 경쟁이 더 클래스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거죠.
세 번째는 소속감입니다.
헬스장은 간섭이 없는 독립적인 공간입니다. 내 이름을 몰라도 되고, 내가 왔는지 빠졌는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이 점을 편안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그로 인해 지속할 이유를 잃는 분들은 더 많습니다. 이른바 헬스장 기부 천사, 유령 회원이 늘어날수록 헬스장은 재등록률이 낮아지고 신규 고객 유치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됩니다.
반면 F45는 이름을 기억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며,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관계를 만듭니다. 소속감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제공합니다.
내가 원할 땐 같이 뭉쳐서 운동하되, 혼자 흩어지고 싶을 땐 깔끔하게 사라질 수 있는 거죠. 동호회처럼 엮여서 강제로 뒤풀이를 가는 문화는 전혀 없습니다.
네 번째는 목표 설정입니다.
헬스장에서 내건 목표달성 프로젝트 들은 목표가 종종 너무 커서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8주 10kg 감량이라던지, 바디프로필 챌린지 등을 열지만 솔직히 누구나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닙니다. 그리고 참여하기 위해 PT를 들어야 되는 등 추가 비용을 요구합니다. 그럼 매력도가 반감되죠.
반면 F45는 출석이라는 단순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합니다. 45회, 100회, 200회 출석과 같은 명확한 마일스톤과 축하의 경험은 생각보다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이 마일스톤을 달성한 사람들에게는 기념 티셔츠를 주고 다 함께 축하해 줍니다. 매니저가 손수 적은 작은 편지를 함께 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다시 예약하고 다시 나오게 되죠.
다섯 번째는 코칭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코칭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1대 1 PT는 비용과 부담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10회는 기본으로 끊어야 하고, 인바디 체크만 하려고 해도 기본으로 PT영업이 들어올 것 같아 두렵습니다. 유튜브도 많이 발전을 해서 정확한 자세들을 잘 알려주지만, 몸에 이상이 있거나 무릎이 아픈 분들, 다양한 신체 구조를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F45는 코칭을 옵션이 아니라 기본으로 설계합니다. 운동 시작 전에 운동 동작들을 데모로 보여주며, 운동 중에도 앞에 나오는 티브이 스크린으로 운동 동작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코치들이 다니며 개별 체형에 맞는 올바른 자세들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래서 임산부도, 무릎 수술한 사람들도, 운동 초보들도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다가 있는 것이죠. 개별적인 피드백을 통해 사람들은 “여기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감각을 얻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SNS입니다.
F45는 SNS를 단순한 광고 수단이 아니라 경험을 확장하는 장치로 사용합니다. 매니저가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영상을 짧게 남겨줍니다. 한 달에 몇 번 정도는 전문가가 촬영해 주는 토 클래스를 운영해 고퀄리티의 사진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공짜로요. 헬스장에서 비포 애프터 사진이 여기저기 팔려 내 흑역사를 온 동네에 박제시켜버리는 것과는 다르죠.
사람들은 운동하는 일상을 부담 없이 sns에 공유합니다. 이 기록은 또 다른 사람의 동기가 되고, 회원 한 명 한 명이 자연스러운 홍보 채널이 됩니다. 헬스장에선 오운완 거울샷 만 찍어도 비난받기 마련인데 여기선 너무 자연스럽죠.
그래서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면, 기존 헬스장에 대해 제가 정말로 전하고 싶은 말은 분명해집니다.
더 이상 최신식 기구, 24시간 운영, 자유로움을 강조하지 않아도 됩니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요.
차라리 우리는 의지가 약한 사람들을 모아 반드시 나오게 만드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추가 비용 없이, 지금 아니면 놓치는 구조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지만 부담 없이 관리하는 공간이라고 말입니다.
운동의 목적은 회원권을 파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지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그래야 매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겠고요.)
아이를 위한 체력, 시니어의 건강한 노후, 젊은 층의 자기 관리 욕구처럼 '우리나라에서 먹히는' 분명한 욕구를 중심으로 한정성을 만들고, 보상을 제공하고, 코칭하며,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설계한다면 강제성은 통제가 아니라 관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헬스장이 망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기구도, 더 싼 가격도 아닌, 사람들이 계속 오고 싶어지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것. 기존의 헬스장의 약점을 버리고 지속되는 고객 방문을 창출하는 필수약 일 것입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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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