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서 기억되는 방법
만약 여러분이 가게 사장님이 된다면 어떤 것부터 가장 먼저 고민하실까요.
내가 잘 아는 음식을 팔지,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어디에 차릴지, 입지는 어떤지, 테이블은 몇 개를 놓을지, 콘셉트는 어떻게 잡을지, 영업시간과 가격대는 어떻게 할지. 가게 하나를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선택과 고민을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고민들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붙잡고 고민해봐야 할 질문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네이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네이밍은 단순히 가게 이름을 짓는 일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가게 이름 자체는 의외로 쉽게 지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북창동 순두부집’처럼요. 무엇을 파는지 한눈에 들어오고, 기억하기 쉽고, 친숙한 이름은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이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가게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입니다. 잘되는 가게들을 유심히 보면 대부분 자기만의 슬로건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슬로건이라는 건 단순히 문구 하나를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북창동 스타일의 순두부찌개를 파는 가게이지만, 이 음식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 고객에게 어떤 행복을 건네고 싶은 사람들인지. 그 방향과 태도를 한 문장에 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리테일 트레이너로 꽤 오랜 시간 일해왔고, 판매 직원분들, 직장인 분들, 사업자분들,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많은 교육을 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자주 요청드렸던 게 자기소개였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일 텐데도,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기소개를 굉장히 어려워하셨습니다.
임팩트 있게 자기소개를 하셨던 분은 제 기억에도 손에 꼽히는데, 그중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분이 한 분 계세요. 최기혁이라는 분이셨습니다. 보통은 “안녕하세요. 저는 어디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식 셰프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하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이렇게 말하셨어요.
“최고로 기억되고 싶은 남자, 최기혁입니다.”
그 순간 그분의 이름은 제 머릿속에 각인됐습니다. 지금까지도 슬로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분이 떠오르고, 이름만 들어도 이 사람은 최고를 향해 계속 전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이미지가 함께 떠올라요. 그만큼 슬로건은 사람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가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셀프 브랜딩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자기소개를 할 때 “어느 회사에 다니는 몇 년 차 직장인입니다”, “누구누구의 엄마입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강점과 역량,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문장, 오래 남는 슬로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브랜딩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세 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작은 카페일지라도, 내 커피와 내 음료, 우리 가게가 이 비즈니스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이 가게를 어디까지 키우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그 질문의 답이 결국 슬로건이 됩니다.
이건 비전과도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를 떠올려보면, 이 브랜드는 단순히 커피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회사가 아닙니다. 사람의 영혼에 윤기를 불어넣고 영감을 주어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큰 미션을 가지고 있죠. 커피와 음료, 디저트, 텀블러와 컵은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래서 비전을 선포한다는 건 “우리는 커피 파는 집입니다”라고 스스로를 한정 짓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이런 가치와 방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는 확장성을 가지게 됩니다.
요즘 제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2도 비슷한 맥락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이미 성공한 셰프들의 요리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흑수저로 불리는 분들이 오로지 맛과 노력으로 인정받는 언더독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어요.
특히 흑수저 참가자들은 실명 대신 닉네임으로 등장하는데, 저는 이 장치가 페널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뉴욕에 간 돼지곰탕’, ‘술 빚는 윤주모’, ‘중식 마녀’, ‘삐딱한 천재’. 이 이름들만 들어도 어떤 요리를 하는 사람인지, 어떤 세계관과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가 바로 떠오르지 않나요. 삐딱한 천재라는 닉네임에는 기존의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른 시선을 시도하겠다는 결연함과 다짐이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실명을 공개했다면 이만큼의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장치가 흑수저 참가자들을 더 살리고, 더 오래 기억되게 하기 위해 제작진이 고심해서 만든 장치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여기서 배워볼 수 있습니다. 가게를 세울 때, 슬로건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거예요. 나는 이 가게를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가. 수많은 업종 중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음식점 중에서도 왜 이 메뉴를 선택했는지. 그 질문 안에 슬로건의 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다녀가고 잊히는 가게가 아니라 “아, 맞아. 거기 그런 곳이었지” 하고 고객의 기억 속에 조각처럼 남는 가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다짐과 비전을 담은 슬로건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가장 시작점입니다.
잘되는 강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항상 이런 셀프 브랜딩이 잘 되어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희영 고문님은 늘 “브랜드를 만드는 여자, 노희영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시죠. 또 제가 존경하는 송길영 박사님은 항상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소속과 직함은 충분히 많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을 한 문장으로 선포합니다. 이것이 바로 셀프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딩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향한 하나의 외침이자 다짐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프로젝트 이름을 ‘프로젝트 킵고잉’이라고 지었습니다.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제 목표이기 때문이에요. 리테일 트레이너로 일하며 저는 늘 “잘되는 가게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해왔고, 그 이유를 현장에서 분석하고 사람들에게 교육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자영업자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꿈꾸는 방향이고 비전입니다.
여러분의 가게는 어떠신가요?
단순히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장으로서 전문가로서 어떠한 가치와 행복을 고객들께 선사하고 싶은지.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 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미 자신만의 좋은 슬로건(Vision Statement)을 갖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소개해주세요. 그 속에 담긴 멋진 철학과 의미를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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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