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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져니 Nov 07. 2024

작가 될 결심

소박하고 무심하게 툭툭

누군가 제게 꿈이 뭐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저는 심술과 장난기를 조금 담아 “30대의 꿈, 40대의 꿈… 90대의 꿈까지 10년 주기로 각기 다른 꿈이 있는데, 전부 다 말씀드릴까요?“라고 되묻곤 해요.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실은 저라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까지 대단한 관심은 갖고 있지 않았을) 질문자는 조금 당황하면서,

”그냥 하나만요… 최종 목표가 뭐예요? “라고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정하지요.


“최종이라고 하셨으니까 저의 노년기의 꿈을 중심으로 말씀드리자면, 간단히 말해서 ‘작가’가 되는 거요. 자전적 에세이나 소설을 쓰고 싶어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글이라곤 그 흔한 일기조차 쓰지 않고 살아온 뻔뻔하고 게으른 욕심쟁이.

그것이 바로 어제까지의 저라는 사람이죠.


하지만 왠지 오늘은 조금은 달라지고 싶은 기분이에요.


아마 어제 저의 베프 Y와 친구들이 주최한 북토크 겸 전시회에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되어준 것 같아요. 어쩌면 이미 N권의 독립출판물을 펴낸 전력이 있는 Y양만으로는 제게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 Y양에게 멱살 잡혀 함께 책을 출판하게 된 다른 두 친구 S군, J군의 얘기를 듣지 않았었다면요.


이 두 친구는 회사원으로써 본업을 하면서도 지난 몇 개월 간 꾸준히 글을 써서 결국엔 함께 책을 완성해 냈어요. 술자리에서 서로의 새해 목표를 말하다가 얼떨결에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했어요. 그토록 특별해 보이는 그들의 프로젝트도 별로 특별한 계기 없이 갑자기 시작되었다는 점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쁜 일상에 좇기기도 했을 거고,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하는 것에도 서툴고 낯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새해 목표를 멋지게 완수해 낸 그들의 서른다섯은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었어요.


서른다섯은 그들이 살아낸 그리고 살아갈 많은 ‘한 해’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글을 쓰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스스로에게 성취감을 선물했기에 비로소 그들의 서른다섯이 특별해진 것 같달까요.


저도 이제 저에게 그런 특별함을 선물해볼까 해요. 노년으로 미뤄놓았던 게으른 꿈을 다시 끄집어내어, 생각보다 구김이 많고 얼룩이나 오점이 묻어있을지도 모르지만 툭툭 소박하고 무심하게 펼쳐볼래요. 어제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시작되는 날로써 ‘바로 지금’보다 더 적절한 순간이 달리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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