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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ndestine Mar 08. 2024

한 공간 두 시간

스물둘 봄이었던가? 밤새 술을 먹고 동이 틀 무렵 집 가는 전철을 탔다. 가만 보자, 서 있는 사람은 없는데 빈 자리도 몇 개 없다. 다들 부지런도 하시네. 가까운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


술은 거의  깼다. 피곤함이  크다.  빠진 눈꺼풀을 꿈뻑이며 객차를 찬찬히 둘러 본다. 대부분 출근길인 모양이다. 흐릿한  시선과는 달리 눈빛이 선명하다. 조금  감은 머리칼들에는 물기가 아직 남았다.


덜컹덜컹. 전철은 철교를 지나고 마침 해가 뜨고 있었다. 녹색의 철교 사이로 해가 비칠 때 문득 깨달았다. 새로운 하루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전날에 머무는 것을. 객차 안 사람들은 이미 내일 아침을 살고 있다.


덜컹덜컹. 한 공간에 두 시간이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내일을 바라보는 나는 시차에 더욱 몽롱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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