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 봄이었던가? 밤새 술을 먹고 동이 틀 무렵 집 가는 전철을 탔다. 가만 보자, 서 있는 사람은 없는데 빈 자리도 몇 개 없다. 다들 부지런도 하시네. 가까운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
술은 거의 다 깼다. 피곤함이 더 크다. 힘 빠진 눈꺼풀을 꿈뻑이며 객차를 찬찬히 둘러 본다. 대부분 출근길인 모양이다. 흐릿한 내 시선과는 달리 눈빛이 선명하다. 조금 전 감은 머리칼들에는 물기가 아직 남았다.
덜컹덜컹. 전철은 철교를 지나고 마침 해가 뜨고 있었다. 녹색의 철교 사이로 해가 비칠 때 문득 깨달았다. 새로운 하루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전날에 머무는 것을. 객차 안 사람들은 이미 내일 아침을 살고 있다.
덜컹덜컹. 한 공간에 두 시간이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내일을 바라보는 나는 시차에 더욱 몽롱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