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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stle Mar 01. 2017

네팔로 떠나요

처음으로 캐리어 대신 38리터짜리 여행 가방을 매고 

첫날의 여정

10월 3일 한국에서 출발 - 10월 4일 새벽 방콕 공항에서 노숙 - 그리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네팔로




처음으로 캐리어 대신 38리터짜리 여행 가방을 매고 체크인 카운터 줄에서 친구 봄이를 기다렸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태국 방콕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한시. 
스탑오버할 때 배낭을 찾아야 하는지 아닌지 헷갈려 하다가 가방을 간신히 찾고는 한산한 공항을 걸어다녔다. 공항에 있는 작은 태국음식점에서 죽과 해산물 샐러드를 먹었다. 죽은 괜찮았지만 해산물 샐러드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서 쉽게 넘기지 못했다.


그 후 방콕 공항에서 노숙하기 좋은 장소를 검색해 찾았는데 리클라이너 의자가 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맞은편에 보니 철제 벤치에서 양복을 입은 신사가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도 길다란 벤치에 누워 가져온 옷을 겹겹이 입은 채 잠을 청했다. 새벽 3시의 취침, 처음으로 하는 노숙 치고는 조용하고 편안하였다.


하지만 계속 꿈을 꾸었다. 벤치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오르내릴 때마다 층을 알리는 목소리가 계속 울렸다. 그 소리가 서로 다른 다섯 개 정도의 꿈 속으로 인도했다. 하나의 꿈은 평소에 열심히 쓰는 일기장을 악당들이 서로 읽으며 낄낄대는 꿈이었다. 다른 하나는 정육면체 형태의 방에서 서재를 타고 오르는 꿈이었다. 서재에는 책과 음반들이 가득했는데, 왜 오르고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금 스산하다고 느껴질 즈음 사람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 여섯시의 공항은 어제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동이 트고 있었고 벤치 근처에는 처음 본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다른 색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 거지? 의문이 들었다. 잠에 취한 봄이를 기다리며 책을 읽어도 보고 화장실에 가 세수도 했다. 맨송맨송한 노숙 얼굴에 밑그림도 좀 그렸다. 어리숙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어젯밤에 눈여겨 보았던 까페 Ritazza로 가 아침을 먹었다. 따뜻한 라떼와 크로와상, 그리고 그릴드 샌드위치. 특히 라떼와 샌드위치의 맛이 기가 막혀서, 노숙으로 피곤한 아침을 위로받았다. 두달이 지난 지금 그 맛을 기억하려니 힘이 들지만, 아무튼 정말 맛있어서 집에 가서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여행자는 호들갑을 떨며 행복한 아침식사를 했다.


방콕 공항의 Ritazza. 따끈한 라떼와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었던 곳 





오전 열시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게이트를 향했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보였고 고국으로 돌아갈 마음에 설레어 보이는 네팔 사람들도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 앞에 앉은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네팔 사람으로 추정되는 세 명의 아저씨들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들 앞으로는 신기한 모자를 쓴 검은색 옷차림의 아저씨가 서성대고 있었다. 모두들 어디에 있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비행기에서 모자란 잠을 자다가 창 밖으로 성냥갑같은 카트만두의 건물들이 보일 때쯤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말 왔구나. 몇주에 한번씩 간간히 모여서 여행 계획을 짜던 우리가, 비행기 예매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정말 도착했네. 그렇게 네팔에 처음으로 발을 딛게 되었다.


성냥갑처럼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카트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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