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서핑 트립
세번째 서핑 트립
2016년 6월 25일 토
@양양 동산리 바다
거센 파도를 처음 만난 날이었다.
한 개의 파도도 제대로 타지 못했고 라인업까지 들어가려고 시도하면서 하루를 보낸 듯하다. 파도에 계속 얼굴을 흠씬 두들겨 맞았다. 패들을 해서 간신히 통과했다 싶으면 더 큰 파도가 머리위로 덮쳐 정신없이 구르기도 했다(이를 '통돌이'라고 합니다).
몇번이나 시도하다 지쳐서는 해변에 앉아 라인업에 떠있는 사람들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이쯤 되니 ‘내가 지금 여기서 왜 고생하고 있지?’ 라는 생각도 들면서 동시에 파도 속으로 다시 들어가보고 싶은 이중적인 기분이 들었다.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내 앞으로 새까만 피부의 긴머리 남정네들이 숏보드를 들고 지나갔다. 좋은 파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동산리로 모인 듯했다. 이 사람들이 로컬이구나 싶었다. 처음 봐서 마냥 신기했다.
몇달이 지난 지금 영상을 보니, 피리어드가 짧지만 타기 좋은 아름다운 파도였다.
해안으로 들이닥치는 파도가 크면, 파도가 비교적 작은 이안류가 있는 쪽으로 헤엄쳐 가면 되는 거였는데 그때는 그 방법을 잘 몰랐다. 정면으로 파도를 감싸안고 얼굴이 부서지는 경험을 맛보았다.
참 신기해. 그때는 너무나 높고 무서워서 라인업을 나가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금 힘든 일들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