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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팍틸 박경화 Jul 01. 2020

사람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내봐야 안다.

사람 사계 (인트로) #1

기업의 오랜 명언이 있다. '인사가 만사다.'


결국 법인도 사람의 구성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공간이기에 사람들을 하나의 기준점에 넣었다 뿐이지 실제 사람이 하는 일이란 뜻이기도 하다. 사람을 채용하고 평가하고 배치하고 퇴직시키고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이 매우 어렵고, 까다롭고 그래서 민감하다. 혹자는 인사를 아트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 


첫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일이다. 90년대에서 2000년 초반으로 옮겨갈 무렵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분위기가 살벌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IMF 시기였기 때문이다. 처음 입사해서 회식했을 때 일이다. 회식 자리에서 거나하게 술이 올랐을 무렵 부장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중에 사람을 만나면 꼭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다 겪어보고 만나." 어린 나이에 그 말은 그저 어느 정도 시간을 충분히 두고 만나보라는 뜻 정도로 들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의도하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무더운 여름, 풍요로운 가을, 춥고 살벌한 겨울.. 이렇게 계절에 따라 사람의 감정이나 컨디션 같은 것도 바뀌는 것이다. 즉 여러 상황에서 사람을 경험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물리적인 계절뿐 아니라 인간사에서도 기업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사계절이 존재한다. 이 존재 사실을 오랜 시간 뼈저리게 느끼고 실패하고 가슴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삼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사람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나와 같은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조언 차원에서 상황을 뒤흔들고 힘들고 때론 배신에 치를 떨기도 하지만 또 다른 희망을 만나기도 한다. 이는 삶의 지혜일 뿐 아니라 스타트업처럼 한 번의 실수가 사업 근간을 흔들 수 있어 반복하지 않겠다는 내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동료나 파트너에 대해 물으면 치를 떨거나 황당한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접하게 된다. 그 상황을 앞으로 돌아가면 성선설 성악설까지 이어질 텐데..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사람은 약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쁘다는 것! 상황에 따라 나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은 또 다른 자아이거나 지성으로 눌렀던 야성이나 이기적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그것의 결과로 배신감이나 뒤통수로 이어진다. 


나 역시 지나고 생각해보면 순진했구나! 싶었던 부분이 사교적 관계는 서로 이해관계가 틀어질 일 자체가 거의 없으니 좋은 부분만 보게 된다. 그러다 함께 일을 하면서 경영상 위기나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았을 때 낯선 모습이 드러날 때 앞선 감정들이 밀려오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거나 직접 겪으면서 더 힘들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과 정반대 모습에 경악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지성으로 착한 척? 베푸는 척? 했다가 한 순간의 계기로 뒤집어지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좋은 상황에선 욕망 자체가 없다가 상황이 바뀌니 마음속 악한 야성이 나오거나 아니면 눌렀던 지성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대표라면 그 회사의 얼굴이자 상징이다. 따라서 특수 관계인에 의해 흔들리거나 갈필을 못 잡으면 함께 하는 인원들과의 관계나 신뢰는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모두에게 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착하고 친절해 지기 위해 모두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그리고 사람들과의 비즈니스 관계, 그럼에도 또다시 믿고 의지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 관계. 그것에 적합한 완벽한 답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상황 상황을 면밀히 복기하고 그것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이 공간에서 나눌 것이다. 세상에 상처 없는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헤어짐은 반드시 상처가 남기 마련이다. 다만 이 상처를 곪게 둘 것인지 새 살을 돋게 할 것인지가 각자의 몫이다. 


곪았던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할 찐득한 사람 이야기를 한 편씩 연재할 생각이다. 

인사가 만사이고 사람에 해답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문제이고 전부인 것이다. 결국 경제도 사회도 기업도 사람에 의해 작동되고 굴러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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