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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씨 Oct 17. 2024

타이완에서 정형외과 다니기

타이완에 와서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무릎이다.

작년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2:1로 하며 몸 근육을 잘 풀면서 운동을 했기에 기분 좋은, 나와 잘 맞는 운동이라 생각했었다. 중간에 잠시 쉬며 몸무게도 늘어난 6개월 뒤, 과거 기억으로 그룹 수업으로 다시 시작했는데 늘 수업에 늦으면서 준비 운동 없이 바로 힘을 쓰다 보니 무릎이 약간 뻐근하기 시작했다. 한의원에서 침 맞으니 좀 나아지는거 같길래 운동은 쉬었으나 타이완에 온다고 짐 정리를 하며 몸을 많이 썼더니 통증은 계속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 그래도 좀 낫는가 싶더니...



내 나이 이제 43 (만 나이다.)

더이상 나의 체력과 회복력을 믿으면 안되는 나이다.


통증을 조금만 참으면 생활 자체는 불편하다 생각하지 않았기에 타이완 이사에 청소에 몸을 많이 썼고 살림을 챙겨야 한다는 이유로 물건들도 많이 사다 날랐다. 그냥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며 그 다리를 가지고 운동을 어찌 할지 찾아 봤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그래도 계단은 다닐 수 있었는데 점점 무릎이 붓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으로 아픈 다리쪽으로 디디기 어려웠다.


그렇게 3개월.

한국에서 3개월까지 합하면 6개월.


겨울방학에 한국 가서 병원 가겠다는 마음을 바꿔 여기에서 병원을 찾아봤다. 타이완에 오기 전 인터넷 검색으로 병원이 잘 되어 있다는 정보를 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심리적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당시 나의 무릎 통증은 그걸 넘었다.

신경 좀 쓴 것이 파스라니...!!!



남편의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x-ray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정형외과 선생님 한 분이 계시고 물리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이였다. 추측컨데 접근성 좋은 개인 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보고 상태에 따라 상급 병원으로 가는 듯 했다. 진료 시간은 오전 8부터 오후 9시까지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뉘어 있었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1시간 30분이였다.


다행히 나에겐 의료증이 있다.

남편이 주차 때문에 나를 먼저 들여 보냈고 나는 의료증과 거류증을 가지고 바디랭귀지로 접수처에서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말 못하고 못 듣는 외국인이라 당황하는 그들에게 남편이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지금 주차중이다라고 영어로 말을 하고 접수처 직원분이 대신하여 거류증을 참고하여 서류를 작성해 주셨다. 여기에서 나는 한류를 느꼈다. 갑자기 그 중 한 분이

 

"알러지 있어? 없으면 여기"


한국어다!!!


그분이 한국어를 잘하는 건 아니였으나 나에겐 구원 같았다. 남편은 아직 주차중이고 나의 진료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분이 함께 했다. 그리고 마침 주차를 마친 남편도 뒤따라 왔다.


진료실에서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가 왔다갔다 했고 유쾌한 의사 선생님은 말로 몸으로 농담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슬개골의 발란스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x-ray를 찍어 보자 하셨고 한국에서 수출한 듯한 x-ray 기계를 보며 다시 한번 긴장이 풀렸다.


나의 진단명은 <subluxation> 아탈구였다.



사진을 보니 냄비 뚜껑을 살짝 걸쳐 놓은 것처럼 슬개골이라 불리는 무릎 뚜껑이 반쯤 열려있었다. 이 상태로 한국에서 대만으로 이사를 하며 무릎을 그렇게 썼으니... 이 정도면 다행이다 싶었다.


관절염에 사용하는 약 2알을 아침저녁으로 일주일 처방 받았는데 약국은 같은 간판 아래 병원 바로 옆에 있었다. 그리고 시간되면 당일부터 물리치료를 하라고 해서 했는데 여기도 새롭다. 우리나라 물리치료실은 베드가 여러개 있고 커튼으로 분리 되어 필요한 장비를 이동시키며 사용하는데 여기는 조금 다르다.

 

다양한 종류의 기계들이 여러 개 있고 그 기계 옆으로 의자들이 많다. 환자들은 앉아서 찜질이나 초음파, 레이저, 기구 등의 각자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 내가 방문한 병원에 베드가 있는 공간이 있고 내가 베드까지 필요하지 않았기에 보지 못했을 수 있다. 그저 우리나라는 모두 누워서 치료를 받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신기했다.

앉아서 받는 물리치료. 꽤 괜찮다.



이렇게 해서 250원.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이 조금 넘었다. 진료, x-ray, 물리치료와 약이 포함된 가격이다. 다음날 물리치료를 위해 다시 병원에 방문하였다. 그랬더니 진료는 없고 바로 물리치료실로 안내 받았고 50원. 우리나라 돈으로 2천원이 조금 금액으로 3가지 종류의 물리치료를 받았다.


병원 방문한지 2주가 되었고 치료는 오늘로 9번째다. 약이 떨어진 물리치료 6회 후에 의사선생님을 만났는데 병원에서는 물리치료는 계속 하고 진료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진료를 보겠다 했더니 약은 주면서 아프면 먹으라고 하시고 물리치료 받으면서 집에서 가르쳐 준 스트레칭을 계속 하라고 하신다.


6개월 아팠으니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 생각하고 천천히 치료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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