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같은 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하여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무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강제로 회사와 학교를 쉬게 하는 제도이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제도라고 한다. 물론 모든 재해가 팅반팅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 10월 초에 발생한 태풍 끄라통은 슈퍼태풍으로 대만에 접근하였기에 이틀 동안 팅반팅커가 되었다.
결론을 말하면 우리 가족이 머무르는 지역은 별다른 피해 없이 그리고 태풍이라고 하기에는 바람만 강할 뿐 적은 양의 비를 뿌리고 소멸이 되었다. 예측한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고 너무 느린 속도에 내륙에 올라오기 전에 그 힘을 다 써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중북부 지역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서는 안전하게 넘어갔으나 오랜 시간 머물던 남부 지역의 피해가 막심했다. 뉴스를 보면 중국어를 알지 못해도 피해 영상과 기자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 심각함이 느껴졌다. 초기 태풍의 크기와 위력이 남부여서 보여지고 있는데다 태풍이 타이완의 전체 면적을 덮고도 남았기에 선제적 조치로 타이완의 모든 지역에 팅반팅커가 적용 된 듯 싶다.
약해진 상태인 10월 2일 늦은 밤에도 이 규모
안타까운 마음을 먼저하고
이 팅반팅커와 관련하여 알게 된 타이완의 몇 가지 생활 모습을 글로 남겨 볼까 한다. 팅반팅커는 봉쇄가 아닌 강력 권고이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편의점 같은 곳은 문을 연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은 상황에 따라 본인 판단하에 가게를 열 수도 있다. 하지만 태풍을 거의 느끼지 못한 우리 지역도 이 시기에는 도로에 차가 현저히 줄고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 문을 닫는 가게들도 꽤 있는데다 편리함의 끝인 배달은 아예 되지 않는다. 여기가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관광지라고 크게 다를까 싶다.
나는 팅반팅커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태풍 영향권에 들어서는 시기에 쿠키믹스를 사기 위해 인근 마트 3군데를 다녔다. (하지만 결국 쿠키 믹스는 사지 못하고 중력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트마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다 식료품을 가득가득 담고 있어서 놀랬다. 대만은 외식과 배달이 많기 때문에 식료품도 소포장이 많은데다 평일 낮에 계산대에 줄이 늘어서는 일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생소한 장면이였다. 그러다 혹시... 라는 생각에 나중에 사도 되지만 혹시나 싶어 몇 가지 야채와 고기, 우유 등을 사서 집에 왔다. 사재기까지는 아닌듯 싶지만 점원들은 비워진 매대에 물건을 계속해서 채우는 모습이 보았다. 그리고 그 날 저녁 8시에 팅반커가 발표 되었다.
긴긴 이틀 쿠키 놀이. 녹지 않은 설탕 보소...
팅반팅커는 기상청사이트 등의 웹으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8시 뉴스에서 알려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8시에 뉴스 앞에 앉아 있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그리고 시 단위로 결정을 하는데 타이페이가 있는 북부 지역인 경우 인근 신베이, 지롱, 타오위안과 생활권이 같기 때문에 집과 회사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지역들은 팅반팅커를 함께 한다고 한다.
오늘도 내일도 팅반팅커이더이다
8시가 지나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메신저, 메일 등의 매개체로 연락이 들어온다. 남편과 아이는 환호하고 나는 안심한다. 그런데 바람을 제외하면 평화로운 이 지역 상황의 무료함을 이기지 못했다. 집 앞 오락실에 갔더니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야... 너도?' 라는 말을 삼키며 킥킥거렸다. 도로에 차가 없는데 백화점 식당들에서 꽤 많은 사람들을 보며 태풍이 아직 내륙에 오지 않았기에 이틀 동안 태풍에 대해 걱정하다 조심히 나온 이 근처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일꺼라 확신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틀의 팅반팅커가 지나고 금요일 남편과 아이는 밖으로 갔다. 환풍을 시키며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나쁘지 않다. 갑자기 이틀동안 집에서 밥 해먹이다 먹을게 떨어져 마트에 나와 장을 본다는 내용의 TV 뉴스 인터뷰를 한 대만 주부가 떠올랐다.
지진이 났던 화롄 지역, 지난번 태풍의 북부지역, 이번 태풍의 남부지역. 빨리 복구가 되어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다시 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