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 온지 이제 7개월이 지나 8개월에 접어 들었다.
나와 남편은 한국 김치 DNA가 팔딱팔딱 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고 나는 요리 실력은 계단식 상승중이다. 아이는 다행히 등교를 거부하지 않고 남편은 현지 직원들과 대외적으로 트러블 없이 잘 지낸다. 나도 무릎 통증은 아직 남아있으나 4개월의 물리치료 결과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간 겨울에는 한국에도 잠시 다녀왔다. 그렇게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사회적 소속이 있는 남편과 아이를 빼고 나만 이야기 하면...
사실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다.
시작은 무릎 통증의 이유가 컸다. 초기에는 치료를 위해 최소한의 움직임을 해야만 했었는데 그러다 답답함에 조금 무리하여 움직이고 이어진 통증에 약을 먹기도 했다. 문제는 이 기간이 길어지니 마음을 위아래로 널뛰기 하듯 힘들었다. 그리고 또 집에 머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자책과 감정적 자학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매일 응원을 하였지만 나 때문에 물놀이를 못가고 등산을 하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아이에게는 이성적으로 이해를 해도 서운한 감정을 감추기 힘들었었다.
한국이였다면...
통증을 이렇게 오래 방치하지 않았을 뿐더러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고,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의 명의 아래에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의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언어장벽에 쑥스러워 하지 않아도 될 것이였으며, 지인들과 집 앞 커피숍에서 만나며 사회적으로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은 방향성을 가지고 흐른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였다.
지금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많이 벗어내고 좋은 감정의 방향을 가지기 위해 노력중이다. 타이완의 좋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또 귀국의 시간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고 그렇기에 타이완에서의 시간을 좀 더 귀하게 여기고 많이 놀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 지도를 뒤적거렸다. 영어도 중국어도 하루에 한 단어씩만 익혀도 400단어를 새로 알게 된다. 오늘부터 하나씩 익히면 된다.
그렇게 제일 먼저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