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ix Jul 15. 2022

Follow though로 베팅의 구질 개선

베어마켓 한가운데서 상승장의 단초를 찾아 팔로 팔로 미~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을 계기로 1990년 이후의 약세장을 살펴보다 그 처참함에 몸서리를 치게 되었다. 2001년의 9.11 사태, 2008년의 금융위기 시기의 주식시장 하락세를 보면 당시 전고점 대비 30% 가까이 시장이 빠졌을 때에 투자하더라도 1년 후 수익률이 -30%에 가까운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마사토끼의 '현실적인 무협만화'를 떠오르게 했다.


"현실적인 무협만화" 발췌. 원작자 마사토끼.

 시장의 하락세가 이렇게 무섭고도 길게 이어질 때에는 투자 대가들도 큰 폭의 손실을 봤을 것이다. 주식시장 바닥에 아무리 날고기는 고수가 있었어도, 대세 하락장이라는 무서운 곰 앞에서는 무림고수도 손실을 회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나 하락장에서 가끔 강한 반등이 나오는 장에서는 이제는 하락이 마무리됐나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되어 투자자들의 멘탈이 더 약해진다.

 

 시장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익을 추구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주식을 사서 오른 다음에 파는 롱충들이 다수이다. 빠지는 시장에서 나름대로 숏포지션도 가져가고 위험관리도 하지만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처럼 '사는데', 특히 '싸게 사는데',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바닥 잡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바닥잡기를 통한 고수익의 추구는 성배와 같다. 바텀 피싱에 늘 따라오는 말은 바닥 밑에 지하 있다는 말이듯이, 튀어 오르는 고양이의 사체를(개인적으로 데드 캣 바운싱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만큼 직관적인 다른 표현이 없으니 그대로 쓰기로 한다.) 보고 들어갔다가 나도 죽는 경우가 발행한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 약세장에서 바텀 피싱만 잘해도 꽤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대표 약세장에서 KOSPI 단기 저점과 고점 및 수익률>


 시장의 하락이 마무리되고 다시 상승으로 돌아가는 국면을 잘 포착하면 다음 5년의 투자가 편안할 것이다. 다시 대세 상승이 돌아오는 게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어마켓 랠리의 시그널이라도 잘 잡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투자자들의 희망일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지금 같은 약세장에서 뭐라도 해볼까 하여 구글에서 "bear market rally"를 검색하다가 Forbes의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찾아냈다.

https://www.forbes.com/sites/randywatts/2022/06/23/forbes-bear-market-rallies/?sh=9dbd5e0e9164

   기사는 윌리엄 오닐이 그의 저서에서 주장한 "Follow Through Day"에 매수를 하면 베어마켓 랠리에서 상승의 단초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윌리엄 오닐은 FTD를 통해 베어마켓 랠리에서의 상승 기회 포착보다는  하락장의 마무리 후 대세 상승시장이 오는 시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FTD는 단순한 기술적 개념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 이후 하락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어느 날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미국의 경우 일간 수익률 1.25% 이상) 이후 4 영업일 간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그 4 영업일 째가 Follow Through Day이다. 그 시그널이 나올 때 주식을 매수하면 시장의 up trend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Follow Through Day 사례>

Follow Through Day  출처 : https://www.chrisperruna.com/2008/03/12/reversal-and-a-follow-through-day/

 골프나 야구같이 막대기를 휘둘러 공을 치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Follow Through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공을 힘 있게 멀리 나가게 하려면 몸에 힘을 많이 주고 세게 때리는 것이 아닌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공을 쳐야 하는데, 클럽이나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만 아니라 맞고 나서도 밀어내듯이 몸과 팔을 돌려야 정타를 맞고 구질이 개선된다. 즉, 첫날의 강한 상승세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세가 지속될만한 거래량이 이어지는지(follow through)를 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이건 운동이건 말로 풀어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움직이는 것은 다르긴 하다. 필자도 오닐의 FTD 전략을 백테스팅해보고 연습장에 가서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몸과 팔을 밀어내자"라고 아무리 생각하면서 쳐도 공이 잘 맞지 않았다. 다행히도 FTD에 투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건이 가격과 짧은 기간의 거래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략이 얼마나 유효한지 확인해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먼저, 1990년 이후 S&P500에서 FTD가 유효한지 알아보았다. 안타깝게도 윌리엄 오닐이 한참 투자하던 70~80년대와 달리 90년대 이후 FTD를 만족하는 경우는 2번밖에 없었다. 그래서 거래량 연속 증가일을 3일로 허들을 낮춰서 검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S&P500 Follow Through Day 사례>


    좌측 표는 S&P500에서 FTD가 발생한 일자와 그 시점에 투자했을 때의 기간 수익률이다. 1~3개월의 단기에서 의미 있는 수익률은 관찰할 수 없으나, 220일 이상 투자했을 때는 양의 수익을 거둔 경향이 있다. 미국 시장이 단기 부침보다는 장기간 상향된 것을 감안하면 단기보다 장기투자의 수익률이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 이상하진 않다. 우측 표는 FTD가 성공했을 때와 하락장에서 큰 일간 상승을 보였으나 거래량 지속에는 실패했을 때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전략의 평균 수익률은 FTD가 실패했을 때가 높으나, 2개월 이상의 투자기간에서 양의 수익률을 거둔 확률이 FTD를 보고 투자했을 때가 FTD에 실패했을 때보다 높다. 또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발생한 최대의 손실이 FTD에서 더 낮았다. 미국에서는 원래 윌리엄 오닐이 의도했던 대로 하락장에서 상승장의 국면전환을 포착하기에 더 적절한 시그널인 것이다.


 FTD의 흥미로운 점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잘 먹힌다는 점이었다. 한국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해서 기준을 어림짐작으로 더 올려서 시험해봤다. KOSPI의 MDD가 -15%보다 아래일 때(전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했을 때), 첫날 상승률 2%를 초과하고 4 영업일 연속 거래량이 증가한 경우를 찾아봤다.


<KOSPI Follow Through Day 사례>


  최근 발간된 책 중 '우리도 투기의 민족이었어'라는 제목이 흥미로운 책을 봤다. 그 책 제목에 걸맞게 KOSPI는 높은 변동성에 수반되는 투기적 재미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었다. 미국과 달리 FTD 조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단기 수익률과 단기에서 양의 성과를 거둘 확률도 높았다. 더 재밌게도 미국과 달리 FTD조건에서 투자를 했을 때, 220일 이상의 중기 투자성과는 부진했다. 베어마켓 랠리를 포착하기 위해 FTD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의 약세장에서는 민족의 본질을 추종하는 바닥잡기와 단타를 실행하는 것이 계좌와 정신건강에 이롭다.  


 세상의 모든 투자전략이 그러하듯 FTD에 투자하는 전략(전략이라고 하기엔 좁지만)도 한계가 뚜렷하다. 모든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이 시그널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고, 시그널에 매수했다고 모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 사례에서 KOSPI의 3개월 투자성과의 승률이 70%에 가까운 것은 지켜볼만한 시그널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시장을 사야 하는가를 단순한 기술적 방식으로 살펴봤으면, 무엇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역시 남아있다. 답은 단순하다. 낙폭과대다. 이전에 운용사에 있을 때, 시장의 큰 하락 이후 어떤 종목이 더 크게 반등했는가를 살펴봤었다.  그때의 답은 외국인 수급도, 실적 추정치 상향도 아닌 기존 주도주 + 낙폭과대주였다. 약세장에서 시장 하락기의 KOSPI의 섹터별 수익률로 4 분위를 나눠 그다음 반등기의 수익률을 추적해봤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덜 하락한 업종일수록 덜 반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낙폭과대 업종일수록 반등 국면에 시장대비 초과 성과를 달성한 확률이 높았다(표의 시장 수익률 초과 승률 참조). 또한, 반등 시 순위 점수를 합계해 봤는데, 각 분위의 섹터들이 반등했을 때 어떤 분위에 들어갔는지를 점수로 매겨봤다. 가장 높은 반등을 보인 분위 섹터를 4점으로, 낮은 반등을 보인 섹터를 1점으로 계산했는데, 이전 하락기에 낙폭이 가장 컸던 분위의 점수가 높았다.

   

<약세장의 주식 小사이클에서 하락기 업종별 수익률 성과 분위에 따른 반등기 수익률>


  많은 투자 구루들이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거트루드 스타인이 "해답은 없다. 여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만이 해답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투자의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하락 후 반등에서 다른 복잡한 방식보다 그저 낙폭과대주의 반등이 컸던 것처럼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형태가 있어도 없어도 소멸하기 마련이다. 미술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