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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ikos Sep 05. 2018

60일 동안 러닝을 하고 느낀 점

올 해도 묵은 해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를 다짐했다.

묵은 해에 세웠으나 이루지 못한 여러 가지 목표는 부채처럼 얹어져 올해의 내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지만 지킬 수 있는 것은 지켜보자며, 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자며 오기를 부렸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운동인데, 회사를 다니며 지속적으로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여러번 실패해 본 이력이 있기에 가장 쉽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궁리했고,러닝에서 답을 찾았다.

러닝 매니아고 국제 마라톤에도 여러 번 참여한 걸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로는 신발 한 켤레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사실 핸드폰, 이어폰, 러닝화, 러닝의류, 암밴드 등등등 필요한게 많다. 하지만 장비를 구비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의지가 박약한 이들은 스스로를 강제하는 편이 좋은 법인데, 얼마가 됐든  한 번 지르고 나면 어쩔수 없이 운동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나이키 Fuel 앱으로 본 나의 러닝


6월 27일부터 시작해 대략 60일 동안 지속한 러닝은 그동안 총 16회, 약 80키로를 뛰었고 km당 7분을 기록했다. 처음 시작했던 1회에는 2.59키로조차 기가 힘들었고 키로당 7분 42초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8월 마지막 날 러닝은 6.69키로를 키로당 5분 17초에 주파할 수 있었고, 나이키 앱에서 묻듯이 옆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기록이 나아졌다는 것 보다 러닝을 하면서 배운 점이 많기에 몇 가지 적어본다.



1. 일단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기획자이자 마케터로서 많이 듣는 얘기는 주로 - 생각이 없으면 몸이 괴롭다. 혹은 쫀쫀한 기획 없이 실행했다간 시간도 리소스도 많이 든다. - 이 정도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어쩌면 스스로 체득하면서 수정해가는 편이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많은 자원이 필요한 일과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때론 먼저 생각하고 궁리하기 보다 실행을 하며 해법을 찾고 오류를 수정해가는 편이 빠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매번 기획이 꼭 선행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2. 역시 나이키


나이키는 대단하다.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나이키는 정말 마케팅을 잘한다. OFF WHITE와의 콜라보를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나이키 Fuel APP을 쓰면서 나이키는 기업이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고 매우 스마트하게 이용한다는 것을 느꼈다. 조나 버거의 책 <컨테이저스>에서도 언급했듯이 바이럴의 원칙 중의 하나로 '계기의 법칙'이 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떠올릴 수 있어야 바이럴이 많이 된다는 것인데, 나이키가 사람들의 러닝이라는 라이프스타일과 Fuel 앱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 법칙을 이용하고 있다. 운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똑똑한 가이드와 편리한 코칭 기술을 통해 생태계 안으로 묶고, 자연스럽게 러닝할 때마다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계기는 사람들의 필연적인 실력 향상, 즉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SNS에 인증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에는 나이키 러닝 인증 콘텐츠가 쏟아진다. 더 많은 사람이 자극받는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공식같지 않은가. 나아가 나이키는 이 Fuel 앱을 통해 자신들의 자랑스런 캠페인 중 하나인 마라톤에 이용한다. 이제 아무나 마라톤에 참가할 수 없다. 앱을 통해 러닝을 경험하고, 소셜에 인증한 사람만이 참가자격을 얻는다. 나이키에 대한 충성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3.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을 막는다.


6월엔 2회, 7월에는 8회, 8월에는 6회 러닝을 했다. 6월을 제외하고 두 달간 평균적으로 매주 1회 이상을 뛴 셈이다. 자주 음주를 하는 내게 러닝은 스스로를 체크하게 만들고, 다음 러닝이 힘들어질까 걱정되어 술을 절제하게 만든다. 일종의 관성이 생기듯이 건강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실제로 8월엔 7월보다 적게 뛰었지만, 그렇다고 음주를 더 많이 하지도 않았다.


4.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러닝을 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당연히 짐이 번거롭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듣고 싶고, 음악을 듣자니 핸드폰과 이어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러닝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핸드폰을 빼놓고 달릴 수가 없는 노릇이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과연 오프라인 될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앞으로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되고, 그로 인해 점점 더 가벼워질 수 있다면 어쩌면 인간이 디지털로부터 오프되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오프되는 상태가 더 불편하고 덜 즐겁다면 말이다. 러닝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디지털이 반드시 필요하다보다, 디지털 안에서 더 즐겁다였다.


5. 체력은 아이들과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


체력은 다른 일에까지 자신감을 갖게 한다. 꼴랑 2달 동안 뛴 것 같고 얼마나 체력이 좋아졌겠냐고 되묻겠지만, 그동안 체중은 3키로가 빠졌고 근력이 붙었으며, 고질적으로 아프던 무릎과 허리도 격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좋아졌다. 스스로 몸이 좋아진걸 느끼니 무슨 일이든 뚝심을 갖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생각의 근육까지 붙었다고 할까. 숙고해야 하는 일도 쉬워졌고. 두 아이의(아들 둘) 아빠로 살다보면 아이들과 몸을 쓰며 놀아주는 일이 의무감처럼 생각될 때가 많아 각박해지고, 짜증이 생길 때가 많았는데,  러닝을 하고 나서 아이들을 대할 때 부쩍 짜증이 줄었다. 짜증을 내고 미안한 마음이 따라와 후회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아이들을 감당하는 일이 늘어난 체력만큼 쉬워지니 더 여유가 생기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이게 놀아주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역시 더 좋아한다.


올해안에는 10K를 완주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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