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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ikos Nov 03. 2018

마케터가 숫자를 다룰 때 던져 볼 유용한 질문 세 가지

마케터들아 숫자에 속지 맙시다

이과생은 나와 같은 부류를 '숫자에 알러지가 걸린 수포자들의 피난처' 출신으로 본다.


고교 땐 


"내가 살면서 언제 미적분을 언제 쓰겠어"

"세상에 잘난 놈들은 전부 문과 출신이야"

"예로부터 우리 조상도 문을 숭배했다규"


이런 생각들을 하며 수학을 기피했지만, 사회에 나와 '마케터'가 되어보니 수학은 어느새 흉기가 되어 번번이 나를 찌르고 괴롭혔다. 더 나아가, 수학은 철학처럼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성인들이 고민하여 내놓은 답이란 것도 깨달았다. 


단순히 매출을 분석하는 일부터 엑셀의 함수를 다루는 일,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일까지 숫자는 교묘하고 능청스럽게 행간을 숨겨놓았고, 그걸 찾아내는 싸움에선 매번 패하거나 지루하고 지진한 승부가 되기 일쑤였다. 어쩌다가 날카로운 해석을 하거나 숨겨진 숫자의 민낯을 폭로하는 인간과 조우하게 되면 존경심을 넘어 마치 접신하는 광경을 목격하듯 광신도가 되곤 했다.


그 후로 여러 권의 수학 책을 읽었다. 읽을수록 수학은 마치 국어처럼 풀어야 할 숙제보다 읽고 단어의 개념과 수학적 정의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 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2016년을 겪으며, 단순히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알아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고, 있는 사실 중에 일부만을 확대하고, 같은 사실도 다르게 해석하는 언론과 그들이 제시하는 자료를 제대로 파악하기에 '문'만으로 될 것이 아니라 '리'가 필요에 절감했다. 각설하고 실무를 하며 배우거나 여기저기 귀동냥, 어깨너머로 배운 것 중에 도움이 되었던 질문 세 가지를 적어본다.


최근 내가 읽은 수학 책 두 권, 왼쪽의 <벌거벗은 통계학>을 추천한다.



1. 평균과 중앙값을 함께 확인하라


우리는 평균을 좋아한다. 연평균/월평균, 국민 1인당 소득, 성인 남성의 평균키 등등. 관찰값이 모인 그룹의 일반적인 경향을 매우 쉽게 축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기준점이 잡혀서 비교가 쉽다는 것이다.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의 연/월/일평균 매출이 어떻고 경쟁사는 어떻고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평균을 알면 관찰값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의 예를 통해 확인해보자.


표를 보면, A사와 B사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13년~2015년 물가 상승률(1.7~0.7%)을 감안하더라도 성장한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A, B사 모두 연평균 매출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자 과연 그럴까? 


2015년도 A사와 B사의 평균과 중앙값을 나타낸 그래프

그래프를 말하기 전에, 중앙값이란 어떤 관찰값의 그룹 내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값을 말한다. 즉, a~e까지 다섯 가지 제품의 매출액에서 위 2개, 아래 2개를 나누는 중간에 위치한 값이므로, 2015년도의 경우 A사는 d나 e (d와 e가 같으므로) B사는 e가 중앙값이 된다. 다시 그래프를 보면, 평균만 보았을 때는 파악하기 힘들었던 양극화된 이탈값이 확연히 드러난다. A사의 경우 평균과 중앙값이 일치한다. (이런 경우는 드물겠지만) 그러나 B사의 경우 연평균 매출액의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가 약 10억이나 난다. 그렇다면 B사의 매출 평균이 B사 제품군의 매출 평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B사의 제품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a 제품에 문제가 생긴다면, B사는 지속 가능할까? 혹시 a~e의 모든 제품이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d 제품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중앙값과 평균값의 차이

평균과 중앙값을 붙여놓으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B사의 경우 연 매출의 평균과 중앙값의 차이가 대략 10억이나 난다. 이런 평균을 보고 B사의 신장이나 건전성만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중앙값은 평균으로부터 이탈한 값들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평균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기대값은 얼마인가?


살면서 우린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갑작스럽고 돌발적인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을 들어둔다. 자동차보험, 생명보험, 하다못해 핸드폰 수리를 위한 보험까지. 굳이 다른 사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나는 자동차 보험을 10년째 '의무적'으로 들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보험사의 '긴급 급유' 서비스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없는 보험사의 우량 호갱이다. 모르긴 해도, 자동차 보험은 오히려 이용하지 않는 편이 '감사'한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나같은 우량 호갱이 손해보험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점은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경험을 예로 들어보면, 내가 아이폰6을 썼을 당시 보험료로 한 달에 2천 원쯤을 추가로 납부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파손된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자기부담금이 10만 원이었고, 총 수리비는 43만 원가량 청구되었다. 그렇다면 보험사가 납부한 사고에 대한 손실액은 약 33만 원인 셈인데 내가 한 달에 2천원씩 냈으니 대략 사고를 당할 확률을 월 0.6% 정도로 계산한 셈이다. (틀렸다면 알려주세요). 생각해보면 500번의 사고의 위험 중 3번 정도로 파손될 가능성이 있는 어떤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월 2천을 더 납부해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만 원을 한꺼번에 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 달에 2천원을 납부해야 할까.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출을 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사고가 났을 때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워렌 버핏은 보험을 들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런 모든 손실이 '기대값'과 관련이 있다. 어떤 이득이나 손실액에 확률을 곱한 값이 바로 기대값인데, 기대값은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용하다.


당신은 회사원이지만, 카페 투잡에 관심이 있다. 관심 있게 봐 둔 카페 가맹 계약을 맺고 창업을 해보고자 한다. 예상 수익을 검토하여 타당성을 조사하고, 타당하다면 언제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 싶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면 당신은 비슷한 유형의 케이스를 찾아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다. 창업의 투자 규모, 예상 매출, 인건비, 원재료비, 가맹수수료, 기타 판관비 등을 따져 예상 매출액과 수익을 산정해 볼 수 있다. 혹은 비슷한 가맹점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동료나 지인으로부터 자료를 얻어 예상 수익 규모를 산정할 수 있다. 틀린 방법이 아니고 가장 쉽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혹은 당신이 가맹 1호점이다. 그렇다면? 복잡할 것 같지만, 매우 쉽게 1차적으로 던져 볼 수 있는 질문이 바로 기대값이며, 유용한 해석을 내놓는다.


투가 기대값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계산이나 과정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가맹 계약을 위해 2억을 투자해서 5년 동안 벌수 있는 기대수익이란 2억이다. 직장을 포기하고 버는 돈은 아예 계산에 넣지 않았고, 5년 내 폐업하여 잔존가치를 처분하고 남길 수 있는 돈 역시 계산에 넣지 않았다. 이 모든 걸 계산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어떤가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2억을 투자하고 밤낮없이 5년 동안 투잡을 뛴 기대수익이 2억 원이라면. 


3. 매출 신장율이 우리가 관찰해야 할 대상인가?


모든 업계가 그렇겠지만, 특히 유통에서는 매출신장률이 꽤 중요한 KPI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지 목숨을 걸고 중요한 잣대로 활용한다. 특히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매일, 매월, 매해 입점사와 자신이 담당한 층, MD, 카테고리의 매출을 평가하고 분석한다. 그리곤 대개 전년/전월 동기간 대비 매출이 몇 프로 신장(역신장) 했다(apple to apple)는 결론과 함께 왜 그런지 이유를 코멘트로 내어놓는다. 신장의 이유도 역신장의 이유도 매년 비슷하다.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이유도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정말로, 진짜로 매출이 매년 오르고 있는 것인가? 방문객은 줄었는데 매출이 오른 이유가 명품 소비가 늘었거나 객단가가 늘어서인가? 정말? 반대로 방문객이 오른 경우라면 방문객이 올랐으니 매출이 오르는 것이 당연한 법인가? 방문객이 늘었으니 더 먹고 더 쓰고 더 사는 건가? 매출신장률을 보면 정말 우리가 보고 싶은 것, 브랜드나 제품의 건전성이 드러나는가? 정말 우리가 평가해야 하는 것은 매출이 좋든 나쁘든, 고객이 증가하고 있고, 그것이 매출 신장에 기여했는지이다. 분석 대상이 올바르지 않으면 오류가 나고, 결론이 다르게 흘러간다. 페이스북은 절대로 매출 신장을 KPI로 삼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이 분석하는 대상은 오로지 user이다. 얼마나 체류하는지, 얼마나 반응하는지, 얼마나 콘텐츠를 올리는지, 얼마나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지금에서야 말하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내가 근무했던 한 쇼핑몰의 경우 오픈 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신장했다. 유일하게 사스 광풍이 불었던 2015년 5월을 제외하고 우상향하는 매출 그래프를 보였다. 하지만 브랜드의 담당자나 점장, 매니저와 상담을 해보면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올해 같은 적이 없었다"거나 "작년만 못하다"는 평가. 숫자는 분명히 올랐는데,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결론적으로만 보면 그들이 옳다. 매출의 증가는 매년 오르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품의 가격은 대개 물가 상승을 반영한다. 그러니 같은 옷을 한 벌 팔아도 작년보다 신장이요, 올 해엔 아흔 장만 팔아도 백 장 팔았던 작년보다 신장인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매출신장율은 영업시간을 늘렸거나, 직원수를 늘렸거나, 재고를 더 확보했거나, 제품군을 늘리는 등의 수익과 관련한 다른 가중치를 염두해두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로 오른 매출액이 다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충분한지 또 따져봐야 한다. 당신이 LANDLORD의 입장에서 TENANT에게 이러한 물음이 없이 매출신장율만 갖고 얘기하려 든다면, 갈등이 끊이지 않고 평행선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바이어 입장에서 매출신장율만을 토대로 입점사에 신규 출점을 어필한다면 강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쇼핑몰 MD나 영업관리자의 입장에서 매출신장의 이유로 전사 프로모션이나 영업 이벤트에 참여하기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독려가 아니라 명령이 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두 파티 모두 매출보다 신규 고객이나 재방문 고객의 리텐션을 따져보는 편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Relationship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만약 당신이 브랜드 매니저와 함께 이런 문제를 고민한다면 당신은 무언가 다른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나음보다 다름이 낫다. 신규고객이 왜 증가했는지, 재방문객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연구하다보면 건강함을 되찾거나 성장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를 발견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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