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를 인터뷰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에 아무 답도 못하고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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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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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이 질문에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나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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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한 무엇, 누군가를 위한 무엇을 질문한다면,
예수님 앞에서의 나에 대해 질문하면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를 위한 나는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찮고 평범한 내용으로 대충 답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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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 온유가 쓰던 탁상 스탠드의 목이 부러졌습니다.
두어 번, 부러진 목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서 고정했는데
얼마 못 가서 망가졌습니다. 내가 쓰던 스탠드를 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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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내 책상에, 아내의 스탠드가 자리했습니다.
낯선 조명 불빛이 좋았습니다.
글쓰기 학교를 진행하다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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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글을 쓴다면, 좋은 필기구를 사보세요."
"자판을 누를 때, 사각사각 소리나는 키보드를 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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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과는 상관없는 변화로
책상에 앉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의도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스탠드가 내게 그런 즐거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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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나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했던 공란에
아내가 대신 답을 써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돌보지 못한 나를 아내가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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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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