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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않은 선물

한 번의 만남으로도 전할 수 있다면

by 이요셉

3년 전에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학교 학생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싶어 했습니다.

자신이 아직 이십대일 때, 내가 쓴 책을 읽고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며,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받은 영향을 전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 당시 썼던 내 책들은

더 이상 시중에 판매되지도 않는 책들입니다.

나는 내가 쓴 책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필요가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출판된 책을 절판하거나

때로는 출판되었다는 소식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 해당 책이 재고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선생님은 출판사에 연락해서 협상을 거쳐

결국 추가로 1쇄를 찍게 만들었습니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 특히 신앙을 갖지 않은 학생들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속열차가 있다지만, 하루를 꼬박 사용해야

오갈 수 있는 거리라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마주 대하면

한 마디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전해준 따뜻한 말과 태도 때문에

도리어 내가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십여 년 전, 섬에서 만난 작은 아이가 생각납니다.

처음 만났을 때, 내게 돌을 던지며 거리를 유지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내 옷자락을 잡아 끌며 함께 했습니다.

섬을 떠나는 날, 아이가 내게 말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될 거예요."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제가 그때 그 아이에요."

겨우 하루를 함께 했던 시간이지만

누군가의 인생 속에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두려웠고, 반가웠습니다.

헨리 나우웬은 자신의 책에서 말합니다.

짧은 시간으로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며,

단 한 번의 눈빛이나 한 번의 악수가

몇 년 동안 쌓아 온 우정을 대신할 수 있다고.

여러 강의와 만남이 있고

바쁜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가끔 이렇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는 만남들이 있습니다.

어떤 만남이 이런 영화 속 장면이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만나는 사람들은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선물과 같습니다.

<노래하는풍경 #1618 >

#선물같은만남 #일상기록 #청소년 #헨리나우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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