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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Oct 17. 2023

소주 한잔하고 싶은 사람

마음이 편한 사람

 TV를 보거나 SNS를 하다 보면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소주 한잔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위스키나 와인도 아니고 소주. 제일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술로 날 것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유명인들이야 쉽게 못 접한다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대학시절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친구가 있었는데 성격도 털털하고, 말과 행동도 재밌었다.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항상 '소주 한잔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기가 술자리에 그 친구를 부른 적이 있었다.

 내적으로는 이미 친한 상태였기 때문에 반갑게 맞이하며 소주를 나눴다. 알고 있던 것처럼 술자리가 무르익어갈수록 그 친구와의 사이도 무르익어갔다. 소주 한잔하면 좋을 것 같다던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함께 소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편하고 수더분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담백하고, 솔직하며 때로는 표현이 거칠 때도 있다. 하지만 폭력적인 게 아니라 구수한 느낌이다. 마치 고향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지인이 술자리에서 가끔 언급한 친구가 있는데, 들어보면 ‘진짜 담백하게 산다.’ 싶었다. SNS를 봐도 사진과 글 하나하나가 과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담백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 친구 역시 소주 한잔하고 싶었다.

 항상 술 마실 때마다 지인들이 ‘너랑 한잔할 때 부르고 싶은 친구가 있어.’라고 한 적도 있다. 단순히 소주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서로의 성격과 성향이 어울린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같이 술자리를 하고 나면 여지없이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곤 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소주 같았다. 와인이나 위스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다. 정제되어 있고, 차분하고, 화려한 것 같은. 하지만 소주와 같은 사람들은 어떤 분위기를 만들 필요 없이 정말 날 것 같았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늑했다.


 지금 나와 소주잔을 계속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만나면 편한 사람들이다. 소주는 비싼 술도 아니고 구하기 어려운 술도 아니다. 가깝고 편한 게 위로가 되는 때가 있는 것처럼 소주가 그렇다. 하지만 그리 맹맹하지도 않은 것. 그게 바로 소주가 아닐까 싶다.

 다른 술도 충분히 즐기지만 편히 감정과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면 소주와 같은 사람들과 소주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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