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슬루트만(Frank Slootman)은 지금까지 IPO를 세 번이나 성공시킨 뛰어난 CEO다. 그가 쓴 <한계 없음>에는 운전자와 승객으로 비유한 재미있는 채용 원칙이 있다.
승객이 아닌 운전자를 고용하고,
승객은 하차시켜라.
운전자와 승객, 차량에 탑승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다. 운전자는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 운전자는 일의 오너십을 가지며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승객이 많이 탈 수록 그 책임감은 더 클 것이다.
관련하여 '드라이브를 걸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감상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드라이브를 하는 존재가 바로 운전자다.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시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라면 운전자 유형의 인재가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이끌어야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승객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입장이다. 승객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으며 리스크를 회피하고 대세에 묻어가는 유형이다. 승객은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자거나 차 밖에 있는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다. 차가 어디로 가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유일하게 긴장하는 경우는 차가 덜컹거리거나 사고날 뻔한 순간이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상상이 가능하다. 만약 일의 단위가 차량이라면, 운전자 유형의 직원 수가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기존에 하던 일이 아닌, 변화를 만드는 새로운 일감의 수량은 기업이 보유한 운전자 유형의 인재 수와 같다.
운전자 유형이 적고 상대적으로 승객 유형이 많은 기업은 큰 버스 한 대에 승객만 왕창 태우는 꼴이다. 이 현상은 게임 용어로 '버스를 태운다'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버스에 탄 승객들이 저마다 '목적지가 여기가 아니다', '난 여기서 내리련다', '운전 똑바로 해라' 등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긴 하겠다.
내가 일을 할 때, 스스로를 운전자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면 나는 승객일 확률이 높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