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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Dec 09. 2018

[특집] 좋은 사수의 10가지 원칙

브랜드부스터가 제안하는 좋은 사수가 되기 위한 가이드

좋은 사수가 되는 건 부사수를 위함이 아니다. 좋은 사수가 되는 건 먼저 나 자신을 위해서임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사수가 되는 과정은 나 자신이 인생에서 적어도 한 사람의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인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절차이며 나 자신을 긍정하는 여행이다. 좋은 사수는 좋은 팀장이나 좋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수 있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회사생활이 달리기라면 부사수는 일종의 러닝메이트다. 달리는 과정에서 큰 장애물을 만났을 때 도와주고, 도착점까지 지키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페이스를 조절하며, 더 멀고 높은 목표에 닿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부사수만 성장하는만큼 사수도 동반성장한다.


좋은 사수의 10가지 원칙은 부사수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장의 기회를 주고, 부사수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수 자신도 도약할 수 있는 회사생활을 염두에 두고 썼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 1원칙,

인정 받는 사수가 되고 싶으면 먼저 모범적인 직장인이 돼라.


좋은 사수의 정점은 롤모델이다. 신입사원이든 경력직이든 부사수가 새로운 조직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누굴 찾을 것 같은가? 회사에서 제일 일 잘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란 회사에서 신뢰를 한 몸에 받고 강력한 발언권이 있으며 자기 일에 당당한 사람을 의미한다. 회사에 갓 입사한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조직에 적응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 잘하는 사람을 롤모델로 삼을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일 잘하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이미 부사수의 신임은 50%이상 획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신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면 부사수는 자연스럽게 따른다. 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제일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라도 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자기 분야에서 똑똑하고, 성실하며, 열정이 있는 사람은 항상 인정받게 되어 있다. 부사수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싶으면 먼저 모범을 보여라. 자기 일도 못하면서 부사수에게 뭔가를 바랄 자격은 없다.


기업은 능력을 중시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점에서 인성도 중요하다. 모범은 능력과 인성의 균형이다. 최악의 능력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으며 최악의 인성은 공짜로 먹은 나이 가지고 거들먹 대는 사람을 보면 찾을 수 있다.



제 2원칙,

부사수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사수가 부사수에게 해줘야 하는 일은 부사수에게 회사가 요구하는 기본역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까지 제대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기본역량까지는 필수지만, 만약 부사수가 그 이상을 원한다면 사수인 당신이 알아서 판단하여 답을 주면 된다.


부사수 A를 처음 만났을 때의 대화를 예시로 들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여기 회사가 원하는 역량수준이 있어요. 이 수준을 편의상 100이라 합시다. A씨의 수준은 현재 0입니다.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제 업무를 맡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역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협의가 필요해요. 여기까지는(100까지 화살표를 그리며)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이 부분까지는 제가 당연히 도와줄 거에요. 그런데 만약 이 이상을 원한다면(100에서 200까지 화살표를 그리며) 이 부분만큼은 A씨의 역량이 추가될 거고 곧 A씨의 경쟁력이 될 겁니다. 만약 더 높은 성취를 원한다면 이 부분도 제가 도와드릴 겁니다. 단, 한 번 시작한다면 끝은 봐야 합니다. 제가 전문교육강사도 아니고, 저 역시 A씨와 같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헛수고는 하기 싫어요. 물론 이 결정은 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습니다. 100까지 다다르는데 시간이 걸릴테니까요. 그 때 다시 제가 이야기 할 겁니다. 입사를 환영해요."



신입사원이 아닌 주니어 경력직이라도 새로운 기업에서 바로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 조직만의 일하는 방식, 문화, 시스템 등 업무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제반지식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적응을 도와주는 게 사수의 역할이다. 하물며 신입사원은 말할 것도 없다. 1단계의 기본 역량수준에 대해서는 회사와 직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부사수가 사수의 도움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사수가 부사수에게 일을 맡겨 놓고 휴가를 가는 수준이다. 물론 부사수에게 전화가 올 확률도 존재한다.


2단계에서 부사수가 달성할 수 있는 역량수준은 순수하게 사수의 수준에 달렸다. 사수가 수준 높은 전문지식과 가르치는 능력이 출중하다면 그만큼 부사수의 역량을 높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2단계를 제시할 수 있는 사수는 그만큼 부사수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선배이기에 좋은 사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는 상술한 제 1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에서는 업무에 대해 몰입하기 좋아하고, 자신의 성장을 소중히 여기며 남과의 경쟁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굳이 성공이 아니라 적당히 돈 벌면서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밥값을 하기 위해 회사가 요구하는 노력과 수준은 당연히 한다. 그러나 부사수가 그 이상을 원하지 않으면 굳이 강요할 필요 없다. 부사수에게 업무역량의 기준을 제시하고 스스로 선택하게끔 해야 한다. 성인이면 당연히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다.


자신이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부사수에게 동일한 애정을 요구하는 건 강요이자 폭력이 될 수 있다. 강요하는 순간 양쪽 모두 힘들어진다. 부사수에게 필요한 역량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도와주는 범위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



제 3원칙,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하라.


업무란 다른 말로 문제해결이다. 처음에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점을 규정하고, 해결방향을 모색하며, 끝으로 해결책을 찾아 실행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업무의 과정이다. 처음으로 갈수록 경영진이 관여하고, 끝으로 갈수록 실무진이 관여한다. 문제인식부터 해결책까지 전무 꿰어서 할 줄 알아야 일을 잘한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대내외로 양질의 정보를 접하는 경영진이 기업이 처한 사업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지시에 따라 말단직원까지 움직이게 된다. 제일 좋은 지시는 경영진부터 말단까지 한톨의 오해도 없는 지시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비전이 있거나, 구체적인 의사소통 가이드에 따르거나, 지시를 내리는 최고책임자가 지시 자체를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 


경영진이 문제를 잘못 인식해서 잘못된 지시사항이 내려오거나, 경영진에 의해 현실에 맞지 않는 가이드가 펼쳐지거나, 경영진이 정치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특히 경영진으로부터 부정확한 지시를 받을 때 제일 난감하다. 뭘 해야 할지 이해가 안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다. 경영진이 멍청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고 교묘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경영진이 두루뭉술하고 형이상학적인 지시를 내리면 누군가는 명확하게 지시사항을 다듬어야 한다. 실무진까지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누군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앵무새처럼 지시를 전달하기만 한다면 임원과 팀장은 본인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실무진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보고를 올리면 그제야 이게 아니라고 반려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다. 그때의 무책임한 임원과 팀장은 지시가 아닌 자신의 취향으로 판단을 내린다. 이렇게 비효율의 사이클이 힘차게 돌아간다.


사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자. 위에서 부정확한 지시가 내려왔으면 똑같이 부사수에게 전달할 것인가? 어차피 위에서 그랬으니 사수도 똑같이 하면 되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누구나 선택하는 삶이 있기 마련이다. 분명히 답할 수 있는 부분은, 경영진의 불합리함을 부사수에게 전가시키는 사수는 좋은 사수라고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자기 보호 아래 있는 후배 하나쯤은 보호할 줄 알아야 좋은 사수다.


보호라는 게 거창한게 아니다. 대신 희생하라는 것도 아니다. 경영진의 지시에서 필요 없는 부분은 덜어내고 필요한 부분을 명확하게 바꾸는 필터링 역할을 하면 된다. 떨어진 일을 자신이 감당하되, 그 중 명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업무는 부사수에게 분담시키면 되는 것이다. 불투명하고 부정정확함을 감당하는 건 사수 혼자서도 충분하다. 이미 부사수가 들어오기 전에 그렇게 살지 않았는가?


부사수에게 배분하는 업무는 업무의 3요소인 기간, 범위, 수준을 명확하게 정한 가이드와 함께 제공해야 한다. 사수가 자신의 업무만 명확하게 파악한다면 명확한 지시는 어렵지 않다. 만약 부사수에게 명확한 지시를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경영진이나 상사가 업무지시 명확하게 못 한다고 욕할 자격 없다. 모범적인 직장인이 되라는 제 1원칙은 그냥 만든 게 아니다.



제 4원칙,

기회를 충분히 주고, 스스로 익힐수 있도록 유도하라.


부사수는 기회를 먹고 자란다. 그 기회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기획서를 직접 써서 보고하거나, 회사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건 큰 경험이다. 제 3원칙에 의거하여 가이드는 명확하게 제공하되, 그 안에서 부사수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공간은 만들어줘야 한다.


왜 학창시절에 리더십 있는 학생들을 신입사원으로 뽑아놓으면 다 비실비실대는가? 애초에 리더십을 발휘하게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적인 성격은 누구나 있고 그 부분을 살려야 성장할 수 있다. 기회를 주되, 그 기대감은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살짝 높은 수준으로 말해주면 좋다.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것이다.


일의 성격에 따라 할 일이 명확한 것도 있지만, 때때로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사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사수의 공을 가로채는 사수는 나쁜 사수지만 부사수가 공을 세울 기회조차 주지 못하면 최악의 사수다.


부사수를 기다려는 주는 것 또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부사수는 일처리가 느리다. 머리와 손이 일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면 1시간에 할 것을 부사수가 하면 5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부분은 시간이 답이다.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부사수가 왜 이렇게 느리냐고 불평할 시간에 당신의 과거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나 때는 이런 거 금방 했어'라는 꼰대질을 하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지금 부사수보다 그렇게 유능했었는지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유능하다면 부사수의 일처리가 느린 건 당신 잘못이다. 그렇게 유능하다면 부사수가 왜 빨리 끝낼 수 있게 만들지 못했는가?


어느 정도 일을 익숙하게 하는 것 같으면 위임의 범위를 점차 늘려야 한다. 부사수에게 위임을 잘 할 수록 당신은 다른 부분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혹여나 잘됐다고 귀찮았고 하기 싫은 일을 미루는 걸 위임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당신이 하기 싫은 일은 부사수도 하기 싫은 일이다. 위임의 기준은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야 하며, 당신이 충분히 커버해줄 수 있는 범위로 설정해야 한다. 혹자는 스티브 잡스의 마이크로 매니징을 핑계로 들면서 부사수의 모든 행위를 체크하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첫째로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며, 둘째로 당신은 마이크로 매니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과감하게 위임하고, 잘 아는 부분 또한 타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여서 실패하면 책임 전가나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되,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명확한 비전을 기준으로 삼아 마이크로 매니징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성공한 스티브 잡스의 성격이 세심해서 그의 관리법이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 부분을 착각한 수많은 독선자들이 스티브 잡스를 팔면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합리화하며 부사수를 괴롭히고 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헷갈리면 이렇게 무서운 결과가 탄생한다.


위임을 통해 부사수가 업무에 익숙해져서 당신과 호흡이 맞다면 이제 함께 업무를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동료를 얻는다면 그 둘의 시너지를 통해 어마어마한 업무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니까.


가끔 조급한 마음에 독립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부사수가 혼자 처리하려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언행이 타인의 의지에 귀속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일이라 당연하다. 단, 그런 행동에 대해서는 사수가 책임질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 부사수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일과 책임질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알도록 유도해야 한다.


실제로 나 역시 혼자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거래처에 보내는 메일에 사수를 참조로 넣지 않았다. 거래처의 피드백이 사수에게 전달되었고 사수는 메일에서 자신이 제외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 후 나를 무척 혼냈다. 자신은 나를 책임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렇게 혼자 한다면 책임져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사수는 어떤 일을 혼자하고 싶다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 본인이 홀로 뒷수습할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를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다음부터 나는 한동안 슬그머니 모든 메일에 사수를 참조로 넣었다.



제 5원칙,

실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질책하라.


의외로 혼내는 타이밍과 방식을 잘 모를 때가 있다. 사수가 처음이라면 모를 수 있다. 실수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가이드를 정해야 나중에 일관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수할 때마다 크게 혼낸다든지, 모아놨다가 한번에 이야기 하다든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한번까지는 용서했지만 두 번 실수는 용납하지 않았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게 단단히 다시 가르쳤다. 그래야 다음 실수에 혼낼 때 사수 쪽에 명분이 생긴다고 믿었다. 가르치고 질문이 없을 때까지 완벽히 이해했음을 확인해야 한다.


맞춤법이나 오탈자, 서식 등 기본적인 부분은 실수가 아니라 신경을 안 썼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 애초에 한국말 다 배우고 시간도 주어졌는데 틀렸다면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은 구별해서 지적하면 된다.


혼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먼저 인간이기에 혼내면 감정이 상하는 건 디폴트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정 안 상하고 혼내는 법은 이 세상에 없다. 혼내서 부사수의 마음이 상할 것을 생각하기 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 부사수의 커리어가 상하지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질책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각오를 하고 다시는 할 필요 없이 혹독하게 한다. 단,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혹독하게 평가한다. 그 와중에 격한 표현이나 감정이 섞이는 것도 감안한다.


누군가는 다 큰 어른끼리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지 않으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런 꽁냥꽁냥한 말은 소개팅에서나 어울린다. 사람은 원리를 알아도 실천이 어렵다. 술담배 몸에 해로운 거 모르는 사람 어디있나. 잠 적게 자고 책 많이 읽고 운동 성실하게 하는 게 인생에 좋은 거 누가 모르나. 아는 것과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건 별개의 영역인 것처럼, 실수가 나쁜 건 알아도 주의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실수는 의외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주의를 통해 발생한다. 사회경험이 부족한 부사수는 의외로 실수가 어떤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모를 때가 많기 때문에 긴장해야 하는 순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견적서를 보고하거나 거래처에 보냈는데 0하나만 빠지거나 추가되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당신과 부사수를 위해서도 실수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회사는 실수한 당신과 부사수를 평가할 때 절대 실수하지 않을테니까.



제 6원칙,

불평과 직언을 구분하라.


당신과 부사수는 회사에서 가장 많이 소통하는 사이다. 서로가 맞춰가다 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마찰이 생길 수 있으며 그 와중에 상처받을 수도 있다. 당신과 부사수 둘 다 사람인지라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부사수가 당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는 순간을 대비하여 불평과 직언을 구분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불평은 부사수 자신의 편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하는 말이고, 직언은 조직이나 업무의 목적에 부합하는 말이다.


부사수가 불평한다면 그 불평의 원인이 당신인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라면 부사수와의 1대1 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쳐야 한다.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부사수가 불평할 대상을 착각한 것일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반드시 대면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소통하지 않고 자기 생각에 빠져들다보면 소설을 쓰게되고 지레짐작하게 되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류의 문제 대부분은 근본을 파고들어가면 소통부족인 경우가 많다.


만약 부사수가 자신이 누려야 할 당연한 편의를 당신 때문에 누리지 못한다면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퇴근시간 뒤의 카톡이 불편하다던지, 대화하면서 사생활을 묻는 게 불편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일이 급하면 그럴 수 있지', '나랑 친해지고 싶나보지'라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떻게 퇴근 뒤에도 괴롭히냐?',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업무가 아닌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므로 충분히 합의해야 한다.


업무상의 불평이라면 이건 사수가 우선권이 있다. 부사수가 단순히 일을 하기 싫어하거나 게을러서 하는 불평이라면 들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 기존 시스템의 결점이나 업무개선전에 대한 직언은 현업 종사자로서 들을 가치가 있다. 불평과 직언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누구나 불만이 있기에 개개인의 불만을 다 들어주면 룰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어떤 조직에 들어간다는 건 그 조직의 룰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작금의 룰은 인정하되 개선해나가면 된다. 만약 부사수가 회사에 대해 직언한다면 공감해주면서 함께 바꿔나가던지, 반박하던지, 당신 발언권이 강해지면 바꿔보라고 얘기해줄 것을 권한다.



제 7원칙,

다름을 긍정하라.


먼저 명심할 점은, 당신의 부사수는 대학교 졸업을 기준으로 적어도 25년 이상을 당신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란 성인이라는 점이다. 당신과 부사수는 성격, 인성, 태도가 다르다. 이 다름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당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부사수의 인생을 책임질 게 아니라면 당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부사수가 당신에게 감화되어 당신을 롤모델로 삼아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당신이 부사수의 내면을 바꿀 권리는 없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불행해진다. 사람이 아예 안 바뀐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부사수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영역이지, 사람 자체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거니와 쉽게 바꿀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소통을 할 때 기준을 정해야 한다. 솔직함과 천박함, 당당함과 무례함, 똑똑함과 교만함을 구분하는 기준을 부사수와 공유해야 한다. 사람마다 감정의 추가 달라서 당신이 가볍게 생각하는 언행이 그 사람에게는 무겁게 다가갈 수 있다. 부사수에게 혹시 상처가 되는 말이면 바로바로 이야기해 달라고 말해주자.


사람은 그때그때 자신의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란 건 없다. 당신이 그 사람에게 어떤 존재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진다. 항상 진심으로 대하되, 상대방에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제 8원칙,

몰래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라.


부사수는 사수를 따라하게 되어 있다. 사수가 사무실에서 비품을 하나둘 훔쳐쓰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아연실색하던 부사수가 어느새 따라하기 시작한다. 사수가 그 모습을 보고 부사수에게 뭐라고 했을 때만큼 모양빠지는 것도 없다.


누군가의 사수가 되었다는 건, 누군가의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아이가 부모를 닮듯이, 부사수의 미래가 당신의 현재와 닮을 수 있다. 나를 따라다니는 몰래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당신을 뛰어넘고 싶은 부사수는 당신이 9시에 출근하면 8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면 7시에 퇴근할 수도 있다. 항상 긴장하고 자신이 부사수의 거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직급이 올라가면 나의 윤리관을 관철하느냐 타협하느냐의 기로에 서는 순간이 온다. 이 순간은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온다. 회사에서 불합리한 일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말도 안 듣고 성깔도 있는 부사수와 평소에 신뢰받던 부사수가 같은 사고를 쳤을 때 차별해서 혼낼 것인가 동일하게 혼낼 것인가. 아니면 혼내지 말고 내가 뒤집어 쓸까.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본인의 윤리관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알게모르게 부사수가 보고 배우게 된다. 항상 몰래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라. 선택의 기준이 당신인지 타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부사수는 당신을 흡수해서 또 다른 당신이 된다.



제 9원칙,

부사수와 같이 성장하려고 노력하라.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인격이 성숙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냥 시간을 보내면서 스쳐지나가는 사실의 편린을 먹고 저절로 성장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해지고, 탐욕을 통제하지 않으면 경박해지며, 성찰하지 않으면 뻔뻔해진다.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공부하고 성장해야 나 자신에게도, 부사수에게도 도움이 된다.  


급변하는 세상이다. 연말이면 항상 트렌드를 예측하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웹과 모바일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누구나 데이터를 모아서 정보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수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부사수가 생각하는 이상을 생각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주는 건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모든 정보나 소식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때로는 부사수가 당신이 모르는 정보를 제공할 수 도 있다. 이럴 떄는 큰 칭찬을 통해 부사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주면 좋다.


사수는 부사수보다 먼저 경험을 쌓은 사람이지 부사수보다 잘난 사람이 아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사수가 부사수보다 모든 것을 더 많이 안다고 할 수도 없다. 기존에 하던 일이 아닌 신규프로젝트라도 맡게 되면 사수도 모르는 게 많다. 이런 경우는 어설프게 아는 척 하느니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는 게 좋다. 단, 모르는 부분을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부사수에게 모범을 보여라.


부사수가 자기보다 모른다고 사수가 우월감을 과시하는 순간, 악마가 찾아온다. 악마는 부사수의 열등감을 키우고 위축시키며 사수의 자만심을 부풀려놓는다. 항상 부사수와 소통하고 겸허한 자세를 견지해야 악마를 물리칠 수 있다.


이런 자세를 통해 사수 혼자가 아닌 부사수와의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제 10원칙,

이기적인 부사수는 멀리하라.


다음과 같은 부사수는 사수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 명확한 가이드나 지시에 불응한다.

ⓑ 지시 할 때는 침묵하고 혼자 데드라인까지 업무를 묵혀 놓는다.

ⓒ 장표를 만들어 줘야 공란에 내용을 채워온다. 절대로 먼저 하지 않는다.

ⓓ 같은 내용을 세 번 이상 틀리고 실수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 개선사항 없이 언제나 불만만 많다.

ⓕ 사수를 일방적으로 음해하고, 사수 위의 상사와 소통하여 오해를 양산한다.

ⓖ A부터 Z까지 사수가 챙겨주는 게 당연한 권리인 줄 안다.


이런 사람에게는 냉정하게 굴어도 된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고 배려하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건 멘탈리티의 문제이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이기에 사수의 훈육으로는 절대 고칠 수 없다. 배려는 어디까지나 배려를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배려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굳이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다. 적당히 대해주고 멀리하자. 사수도 연봉 받은 직장인임을 명심해라. 본인을 희생하면서 챙겨주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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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랜드 부스터

- 가끔 요리하고 글 쓰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남자.

- 본능적인 욕망을 추구하며 날것의 언어를 사랑하는 기획자.

- 종합광고대행사의 AE였다가 브랜드 마케터로 전향한 직장인.

- 세상을 브랜드로 이해하며, 브랜드 부스팅 전략을 탐구하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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