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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Dec 23. 2018

[특집] 좋은 부사수의 10가지 원칙

브랜드부스터가 제안하는 좋은 부사수가 되기 위한 가이드

누군가의 부사가 된다는건 특별한 경험이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이 입사 전까지 부모님선생님의 통를 받다가 취업하면 돈도 벌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 줄 착각하지만, 또 다른 통제를 맞이하게 된다. 돈을 벌어야 되는 입장에서 받는 통제는 이전보다 사람을 더 비참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사수 밑에서 모든 업무를 맨투맨 마크 받으며 하루 9시간 이상을 살다보면 순수한 나의 의지로 삶을 살기는 하는지 스스로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다르게 보면 부사수 시절은 사수의 보호 아래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않고도 기업에서 급여를 받는 유일한 시기다. 삶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 쓸모있는 인간임을 입증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누군가의 통제를 받으며 회사생활을 한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큰 사건이다.


주체적인 사람은 어서 본인의 능력을 펼쳐서 혼자서도 일을 잘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어 안달일 것이고 반대로 안정된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본인 준비될 때까지 사수의 그늘에서 안전하게 성장하고 싶을 것이다. 어떤 성향이든 부사수 생활을 슬기롭게 보내야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한 좋은 출발점을 잡을 수 있다.


좋은 부사수의 10가지 원칙은 부사수로서 사수에게 인정받고 나 자신의 자존감도 키울 수 있는 회사생활을 염두에 두고 썼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 1원칙,

인정 받는 부사수가 되고 싶으면 먼저 기본을 잘 지키는 부사수가 돼라.


회사원은 직급이 올라갈 수록 기대를 많이 받는다. 회사원의 연봉과 책임, 권한이 회사에게서 받는 기대의 산출물이자 감당해야 할 무게다. 이런 점에서 회사는 주니어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도 인정 받을 수 있다. 


사실 사수는 당장의 업무성과보다 태도부터 기대한다. 업무는 적응시간이 필요하지만 태도는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압축이자 노력이기 때문이다. 사수 입장에서 당장 부사수를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기본적인 지표가 태도다. 따라서 부사수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기본사항은 '태도'다.


사수가 부사수에게 기대하는 태도는 다음과 같다.


회사사람을 만나면 먼저 인사한다.

자기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고 퇴근한다.

메일이나 전화할 때 먼저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마지막에는 감사인사를 한다.

지각하지 않는다.

동료가 개인업무가 아닌 팀 공동업무를 하고 있다면 내 업무가 아니라고 외면하지 않고 도와준다.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한다.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예의 있게 말하고 행동한다.

맞춤법, 오탈자 등 평소에 문서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다른 사람보다 사수를 먼저 배려한다.


회사에서 가장 늦게 입사한 사람은 회사에 대해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 다른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호흡을 함께 이어나가려면 그만큼 연습이 필요하다. 주니어가 회사원 한 사람의 몫을 감당하려면 빠르게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태도다.


부사수가 지켜야 할 두 번째 기본사항은 '업무지시의 이행'이다. 업무의 3요소는 기간, 범위, 수준인데 질문으로 풀어본다면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얼마나 해야 하는가?',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가?'로 정리할 수 있다. 사수가 정리해주겠지만 만약 언급해주지 않았다면 질문해서 알아내야 한다. 설사 사수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해도 부사수 입장에서 질문을 했기 때문에 사수의 귀책사유가 된다. 물론 뻔뻔하고 나쁜 사수는 자기가 절대 책임지지 않겠지만.


마지막으로 부사수가 지켜야 할 기본사항 세 번째는 '문서화'다. 의외로 이 부분을 못하는 주니어가 많다. 보고서, 기획서, 품의서가 대표적인 문서인데, 공통적으로 이런 문서가 필요한 이유는 말의 휘발성 때문이다. 말은 금방 잊혀지고 사라진다. 따라서 말이 아닌 글자로 표현하여 의미를 분명히 하고, 여러 사람들이 의미의 오해없이, 시간의 제약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체계가 회사문서다.


이 맥락을 이해하면 문서를 작성할 때 고민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보는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미션을 이해하는 문해력이나 이해력, 미션의 해결을 고민하는 사고력, 개념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표현력이 필요하다. 사실 이 부분은 학창시절 때 익히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평생 갈고 닦아야 하는 기본기다.


태도와 업무지시의 이행, 문서화 이 세가지 기본사항을 숙지하고 노력하면 인정 받는 부사수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기본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아무나 지킬 수 없다. 그렇기에 기본을 지키는 사람의 존재감은 크다. 사수에게서 인정 받고 싶으면 기본부터 익혀야 한다. 기본적인 노력 없이 남이 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제 2원칙,

사수와 나의 가치관을 확인하라.


나는 직장인과 직업인을 구분하기 위해 '왜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대답에 따라 직장인과 직업인이 구별된다. 직장인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직장인에게 있어 회사는 돈 버는 곳이고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직장인은 본인의 능력을 팔아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관계에 주목한다. 퇴근 후의 일상은 회사와 철저하게 분리한다. 필요 이상의 열정은 자제하며, 업무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는 최근 인구에 회자되는 워라밸의 관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직업인은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직업인에게 회사는 돈 버는 곳 이상이다. 직업인은 근본적으로 회사가 아닌 본인이 속해있는 업계에 주목하며, 업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장하고 싶어한다. 직장인 역시 성장을 추구하지만, 고과를 많이 받거나 이직하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성장과 스스로의 성취를 위한 성장은 맥락이 다르다. 직업인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과 성취감에 기반한 열정을 뿜어낸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본인의 성장도 중요하다.


부사수로서 사수와 일을 하게 되면 많은 부분에서 화합과 갈등을 넘나들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수와 나의 가치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업무가 달리기라면 사수와 부사수는 런닝메이트다.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하면서 달리기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사수와 부사수가 직업인이냐 직장인이냐에 따라 네 가지 사례가 나온다.

 

체력, 주법, 달리는 거리, 의지가 서로 공유되어야 런닝메이트로서 함께 달릴 수 있다.


[나는 직업인인데 사수도 직업인인 경우]

열정에 기름을 붓는 경우다. 호흡만 잘 맞는다면 환상의 짝꿍이 될 수 있다. 같이 하는 야근도 불사하며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퇴근 뒤에 술 한잔 하면서도 끊임없이 업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다.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으므로 많은 정도를 주고받으며, 사수가 본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경우가 많다. 사수에게 본인의 열정을 마음껏 드러내도 무방하다. 다만 서로의 열정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상처를 입거나 한쪽이 먼저 지칠 수도 있다. 완급을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직업인인데 사수는 직장인인 경우]

직업인 부사수가 열정이 넘쳐 주어진 일 이상을 해오면 직장인 사수는 대부분 '뭐하러 그런 것까지 하냐? 적당히 하고 빨리 가져와.'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부사수가 쉽게 실망하거나 사수를 무시할 수 있는데,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 사수가 판단력이 더 우수하다는 전제 하에, 업무 퀄리티가 80이면 충분한데 90을 해왔다면 10은 잉여일 수도 있다. 만약 의사결정자가 10을 파악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면 사수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물론 사수의 판단력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굳이 본인의 성향을 바꿀 필요는 없다.


적극적인 직업인 부사수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영환경까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업에 대한 탐구심이 높은 나머지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이 때 주변이 다 직장인이라면, 특히 사수가 직장인이라면 부사수를 부담스러워 하고 피곤하게 여길 수 있다. '자기 할 일이나 잘 할 것이지 쓸데없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직장인이 직업인을 비판하는 주요 논리는 회사에 쓸데없이 과잉충성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직업인의 질문은 직장인의 질문과 다르다. 사수와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질문의 여파를 고려하는 게 좋다.


열정이 책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직업인 부사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업무에 미숙한 직업인 부사수가 열정이 넘치는 나머지 업무 컨트롤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욕심이 많아서 원래 자기 일도 아닌데 일을 도맡아 했다가 약속한 기일 안에 완성을 못 하거나, 사고가 터지면 그래도 본인은 열심히 했다고 변명하거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거나, 도움이나 조언을 자존심 때문에 거부하고 따르지 않는다면 어떤 사수라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직장인인데 사수는 직업인인 경우]

냉정과 열정 사이에 불화가 싹틀 수 있다. 자칫 게으르거나 열정이 없는 부사수로 보일 수 있다. 사수 입장에서 '나는 이렇게 잘 해서 성장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노력을 안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주어진 일은 제대로 하되, 굳이 그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분명히 하는 게 좋다. 사수가 열정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대응은 해주되, 자신을 잃을 필요는 없다.


[나는 직장인인데 사수도 직장인인 경우]

의외로 잘 맞을 수 있다. 서로 할 일만 하고 깔끔하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사생활도 거의 공유하지 않고 대화도 없이 조용하다. 사수가 부사수의 인간관계를 원하지 않는 냉혈사수고 부사수 역시 냉혈을 지니고 있다면 평화로운 관계가 가능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어진 업무를 잘 해결할 때의 이야기다.



제 3원칙,

회사를 학교로 착각하지 마라.


흔히 신입사원이 '많이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한다. 많은 신입사원이 착각하는 부분이 회사에서 뭔가 배울 수 있겠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연차를 먹은 주니어조차 투덜거리며 '배울 선배가 없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주니어를 만나면 그렇게 배우고 싶으면 대학원을 가라고 권유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의 본질은 직원의 능력을 급여로 사는 이익집단이다. 회사는 혼자서 이루지 못하는 이익을 집단의 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따라서 아무도 당신을 가르치기 위해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사수 역시 당신을 가르치겠다는 사명감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당신은 사수에게 배정되었지만 어떤 조직도를 봐도 사수와 부사수라는 글자는 찾을 수 없다. 팀장과 팀원, 파트장과 파트원이 있을 뿐이다. 어떤 내규에서도 사수와 부사수의 의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회사에서의 배움은 아예 존재할 수 없을까? 아니다. 회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이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제반지식인 조직체계, 결재체계, 비즈니스 모델 등을 의미한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이나 신규직원에게 제공하는 OJT는 기본적으로 이런 제반지식을 포함하고 있으며 회사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제도다. 정확히 표현하면 회사에 '빨리' 적응해서 '밥값'을 하라는 의미다.


혹자는 회사에 입사했으면 가르쳐주는 게 회사의 '의무'아니냐고 말하는데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의무'가 아닌 '안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업무가 달리기라면 당신은 예비주자다. 회사에서 '이제 100m 뛰어야 합니다. 준비하세요.'라고 안내를 받으면 시작신호에 맞춰 뛰어야 한다. OJT는 당신을 출발선까지 '안내'하는 과정이다.


입사하는 순간 당신은 달리기에 동의한 것이다. 달리는 순간 그 속도와 방향은 당신 책임이다.


OJT가 회사의 '안내'라면 여기에 사수를 붙여주는 행위는 업무에 '더 빨리' 적응해서 '밥값'을 하라는 회사의 노골적인 '호의'에 가깝다. 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배울 게 없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고 투덜거리기만 한다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며 당신은 학생이 아니라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진 회사원이다. 



제 4원칙,

사수도 회사원임을 이해하라.


생각보다 많은 부사수가 사수가 자신을 케어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입사했으니 '당연히 가르쳐줘야지', '나를 케어해주고 보호해줘야지'라고 말한다. 사수를 회사와 같이 묶어서 회사가 당연히 해줘야 할 일종의 서비스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당연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애인이 내 전화를 받고, 부모님이 날 키워주고, 배우자가 밥상을 차려주고, 내가 카톡을 보내서 응답해주는 것 모두 당연하지 않다. 사수가 나를 가르쳐주는 것 역시 당연한게 아니라 사수의 호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모든 당연함 뒤에는 상대방의 희생이 녹아 있다.


사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부사수가 들어왔으니 어쨌든 교육을 시키기는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기존 업무를 줄여주는 것도 아니다. '기존 업무'도 하고 '부사수 교육'도 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업무시간 내의 업무효율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부사수를 케어한다고 따로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같은 회사원인데 먼저 들어온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를 돌봐야 될 의무를 떠맡은 것이다. 일부 사수들이 부사수가 들어오면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사수도 하나의 '업무'로 보기 때문이다.


회사가 사수라고 붙여줬다고 해도 그 교육의 질은 동일하지 않다. 애초에 사수가 업무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원이 업무를 잘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듯이, 모든 사수가 교육을 잘 하지는 못한다. 그럴 의지도 사수마다 고르지 않다.


내 동기는 친절한 사수 만나서 온갖 노하우를 다 전수받고 있는데 내 사수와는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애초에 사수-부사수 자체가 비공식적이면서 도제식이기 때문에 체계가 없다. 오로지 사수의 역량에 따라 교육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이다.


잘 가르쳐주는 사수를 만난 건 존재 자체로 행운이다. 본인의 업무시간을 쪼개어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되는 업무지식을 전수하는 건 친절하거나 사람을 좋아하거나 부사수에게 나름의 호의를 표시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당신에게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


'사수니까 A부터 Z까지 가이드를 다 줘야 한다.'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애초에 기업에서 '사수'의 역할에 대해 명문화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사수마다 스타일이 다르며, 부사수라면 그 스타일에 맞출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잘 가르쳐주는 사수를 만난 건 당장은 행운일지 모르나 나중으로 보면 불행일 수도 있다. 사수가 가르쳐주지 않으니 이를 갈면서 혼자 시행착오를 겪으며 업무를 익혀 나중에는 사수를 뛰어넘은 부사수가 있는 반면, 사수가 잘 가르쳐줘서 혼자 뭘 알아볼 생각을 안 하고 나중에는 사고만 쳐서 친절한 사수가 독사 같이 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수도 자신과 같은 회사원임을 이해하면 많은 면에서 사수를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회사에서의 배움은 기본적으로 당신이 '혼자'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지 사수가 당신을 가르치는 건 보너스에 가깝다. 사수 역시 당신과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회사원이다. 따라서 사수가 본인의 업무시간을 쪼개어 당신을 성실하게 가르쳐주고 노하우를 전달해주는 건 자기희생이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사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제 5원칙,

질문은 고민을 담고 있어야 한다.


사수가 먼저 가르쳐주는 건 한계가 있다. 부사수가 정확히 뭘 필요로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수가 그런건 다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 1원칙부터 다시 보기를 권한다. 사수가 알아서 가르치기를 기다리는 건 비효율적이다. 부사수가 사수에게 질문해서 원하는 지식을 알아내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질문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사수 입장에서 보면 부사수 본인이 충분히 고민한 다음에 그래도 모르겠거나 본인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질문하는 부사수를 좋아한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인간을 존중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질문하는 게 부사수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도 하다. 자신이 뭘 모르는지 치열한 고민 속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뭘 모르는지 고민조차 안하고 무조건 가르쳐 달라고 하는 부사수도 있다. 마치 아이가 '지구는 왜 둥글어?', '아이는 어떻게 생겨?'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다 큰 성인이 본인이 먼저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아이처럼 단순한 질문만 던지는 것만큼 추한 모습도 없다. 질문은 그 사람의 수준을 나타낸다. 내가 사수에게 질문했는데 사수가 대답을 안해주거나 성의없이 해줬다고 사수를 무시하거나 서운해하기 보다 본인의 질문이 타이밍과 수준이 적절했는지 복기해보기 바란다.


물론 초반에는 정말 기본적인 부분을 모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계속 물어봐야 한다. 사수가 기분 나빠할까봐 자신이 못나보일까봐 질문을 안하면 나중에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모르면 질문하고 질문해서 알게 된 부분은 메모해서 숙지하는 게 좋다. 같은 질문의 반복은 상대에게 실례다. 사수는 대답자판기가 아니다.



제 6원칙,

'주니어'를 방어기제로 쓰면 나락에 빠진다.


주니어는 든든한 갑옷이자 구속이다. 주니어는 혼자 한 사람의 몫을 못 할 것 같으니 배려해주고 신경써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널 못 믿겠다'이다. 이런 주니어 딱지를 가지고 있는 이상 성공해도 실패해도 별 탈 없는 시시한 일만 맡게 된다.


혹여 실수하더라도 주니어라서 눈 감아준다 하더라도 이 달콤함에 빠지면 성장은 멈춘다. 주니어를 방어기제로 쓰면서 '난 주니어니까 봐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실수를 용인하게 되며 긴장을 풀게 된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주니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거나, 영원히 주니어의 굴레에 갇힐 수도 있다.


주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모욕감을 느꼈다면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력이 향상되어서 더 이상 주니어의 수준이 아닐 수도 있고, 성격 자체가 자존심이 세고 인정욕구가 강해서 실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인정부터 받고 싶을 수도 있다.


주니어라서 아직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으니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필요성을 인지하면 일단 해보면서 배워나가면 된다. 차근차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처리하다보면 어느새 출발점에서 멀리 와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주니어라서 봐주고 용서해주는 건 사수의 권한이지 부사수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정당화하면 안된다. 주니어를 방어기제로 쓰는 순간 나락에 빠지게 된다. 처음이니까, 주니어니까, 어리니까 라는 변명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 변명에 갇히면 평생동안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살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주니어라는 갑옷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제 7원칙,

나만의 단단한 가치관을 가져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나 개념, 사상을 만났을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자신을 성장시키기 보다 상대방이 자기 기준에 맞을 때까지 깎아내리고 파괴하는 사람. 사실 이런 사람이 사수라면 곤란하다. 잘난 부사수를 질투하고 무시하고 비이냥거리는 사수는 의외로 많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사수에게 뒤집어 씌우는 사수도 종종 보인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자신의 지난 잘못을 인정할 수 없을 때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오히려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능력이 출중할지언정 주변사람을 깎아내리는 인성 때문에 제일 가까이 있는 부사수가 피해를 본다.


부사수는 흔들리기 쉽다. 누군가에게 자유의지가 구속된 채 하루 9시간 동안 인생을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수에게 평가 받고 인정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사수의 말 한마디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사수 입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말이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잦은 질책과 무시, 다그침은 부사수를 주눅들게 하고 페이스를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회사에 능력을 팔아 돈을 받는다. 이 사실은 불변이다. 사회에서 돈의 가치는 절대적이고 나의 능력은 상대적이다. 급여를 주는 회사가 유리한 이유다. 모든 회사가 모셔갈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는 회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사실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능력으로만 구분한다면 물건과 다를 게 없다. 회사를 다니면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태어나서 자라오며 쌓았던 관념, 사상, 생각, 기억이 가치관으로 수렴하게 되는데, 이 가치관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바다에 빠진 당신에게 유일한 나침반으로 기능한다.


당장의 꿈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꿈은 살면서 증감하고 바뀔 수 있다. 적어도 내가 회사에서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목표는 태풍에 흔들리는 바다에서 당신의 앞길을 비춰주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다.


생각, 사상, 가치관 그리고 기억이 모여서 개인은 독창적인 존재가 된다. 회사에서 개인에게 묻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답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느냐?', '나는 그 가치관에 따라 일을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문해서 답을 얻어야 한다. 이는 제 2원칙에서 언급한 직장인과 직업인에 대한 분류와 맥을 같이 한다.


불친절한 사수를 만난 점은 불운이지만, 그렇다고 불행해질 필요도 없다. 사수의 말에 일희일비하겠지만, 그렇다고 자존감이 상처받을 이유도 없다. 사수는 당신보다 먼저 태어나거나 먼저 입사해서 사수일 뿐이다. 순수하게 당신과 동기였다면 당신보다 뒤쳐졌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언젠가는 독립할 것이고 그때까지 사수와 코드를 맞추면서 배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한다. 정 견디지 못하겠으면 이직할 수 밖에 없다. 비공식적인 사수-부사수 체계는 비공식적이니만큼 회사의 공식적인 대책이 세워져 있지 않다.


인간관계는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넘쳐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중적인 욕구가 있다. 나의 테두리에 누가 들어오면 싫어하지만 동시에 누구와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이 역설적인 본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남을 좋아하거나 미워할 권리가 있는 만큼 남이 나를 좋아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미움에 관대해질 수 있는 맷집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으면 관리가 수월하다.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맛집을 찾는 등 가끔은 업무가 아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다. 나는 한창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한강을 찾았다. 새벽의 한강은 아무도 없다. 그 고요함 속에서 홀로 벤치에 앉아 어둠을 먹는 시커먼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제 8원칙,

사수와의 소통과 공감은 필수다.


사례 하나.

사수가 부사수에게 아침에 일을 시킨다. '오늘 11시까지 이거 해서 주세요.' 11시가 되어서 물어보니 아직 안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11시까지 하라고 하면 11시까지 하거나, 못할 것 같으면 미리 말하는 게 예의다. 11시에 받아서 같이 진행하려던 업무가 밀렸다.


사례 둘.

사수가 부사수에게 뭔가를 가르쳐준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에요. 알겠죠? 질문 있나요? 할 수 있나요?' 질문 없고 할 수 있다던 부사수는 엉뚱하게 일을 해온다. 이해하지 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질문하거나 나중에라도 질문해서 지향점을 통일해야 한다. 한참 지난 다음에 엉망으로 해온다면 다시 설명해야 하고 효율은 떨어진다. 업무가 밀렸다.


사례 셋.

사수가 부사수에게 세부지시를 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쉬워요.' 부사수가 반대한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도 부사수는 모르겠다고 오히려 자신의 방법이 맞다고 고집을 부린다. 결국 사수 말대로 하면 10분만에 될 일을 2시간 걸려서 했다. 업무스킬은 사수가 훨씬 월등하기 때문에 고집은 접어두고 배움의 자세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업무가 밀렸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놀랍게도 모두 실화고 내가 직접 목격했다. 물론 이 부사수의 사례로 모든 부사수가 이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예시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같이 일해야 할 선배와 호흡을 맞추는 건 회사에서 좋은 아웃풋을 내기 위한 기본 자세다.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는 불통의 문제다. 사수의 지시를 탓하기 전에 자신이 사수와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마음과 코드가 더 맞는 사람과 일을 해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사례 하나 더.

부사수가 휴가를 냈다. 일주일이다. 사수이자 결재권을 가진 파트장이 부사수를 호출했다. '휴가를 가는 건 좋은데 일은 다 끝내고 가라.' 그러자 부사수의 대답. '저보고 휴가를 가지 말라는 말씀인가요?' 사수는 어안이 벙벙하다. 부사수와 부사수의 업무를 책임지는 사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어진 업무를 끝내고 가는 게 맞다. 반대로 부사수 입장에서는 휴가는 자신의 권리이니 업무가 조금 밀리더라도 사수 쪽에서 인수인계 받을 인원을 세팅해주던가 업무일자를 조정해주는 게 맞다.


정답은 없다. 회사의 방침에 따라 더 알맞은 방향이 있을 뿐이다. 예측컨데 사수가 업무를 중시한다면 부사수도 어쩔 수 없이 그 방향에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지금의 가치관과 과거의 가치관이 다르니 지금은 용납 못하는 일이 과거에는 일상생활일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 굳이 몇백년 전을 살펴볼 필요도 없이 세대 간의 격차도 간극이 넓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야근이 죄악시되지만 예전에는 야근이 일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관점으로 과거에 야근이 일상이었던 세대를 무조건 비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상명하복만 해도 70년대생에게는 미덕이었고, 80년대생에게는 불쾌하지만 받아들이는 숙명이었고 90년대생에게는 상꼰대질이었다. 세대가 다른 사수를 이해하려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무조건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변화했는지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시대에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난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타인에게 빨리 적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셈이라면, 회사에 들어와 빨리 적응하지 못한다고 본인이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이기적인 방어책으로 쓰는 사람이 제일 못난 사람이다. 사수와 같이 달리기 위해서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점검하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제 9원칙,

성장하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의 부사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잘 한다고 해야지'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곳이 회사다. 우리는 1등하지 못하더라도 '노력했으니까 괜찮아'라는 부모님의 위로를 받으며 자랐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노력만으로도 대접받는 아름다운 세상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한다.


누군가의 부사수로 시작한다면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점점 하기 싫을 일이 보이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은 사수가 다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꾹 참으며 인내하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 부른다. 인내가 쌓이면 성장이 이뤄진다.


사수는 쉽게 험담의 대상이 된다. 사실 사수 칭찬하는 것보다 욕하기가 더 쉽다. 상술했듯이 사수는 당신보다 먼저 태어나거나 입사한 선배이자, 같은 회사원일 뿐이다. 언젠가는 경쟁자가 될 지도 모른다. 사수를 불만의 대상으로 여기기 보다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게 더욱 생산적이다. 못난 사수는 넘어서면 되고 좋은 사수는 은인으로 대접하면 된다.


사수에 대한 불만만 가득하고 자기반성이 없다면 성장은 끝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수가 완벽하지 않아서 비난하는 만큼 자기 자신은 얼마나 완벽한지, 사수를 향한 비난에서 스스로는 떳떳한지 거울을 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꼴불견이 내 탓은 하나도 하지 않고 남 탓으로 모든 책임을 떠미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안다며 잘못된 점은 고친다고 하면서 전혀 변할 생각이 없다. 남을 꼰대라고 쉽게 비난하고 정작 자신이 꼰대임은 깨닫지 못한다. 꼰대는 나이가 아닌 사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28살의 꼰대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자기계발을 멈추지 말고 성장해야 부사수를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의 부사수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 회사에서 알아서 독립시켜주더라도, 일을 못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팀 동료와 유관부서에게 기생하고 의지하며 회사생활을 연명한다.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 않으면 당신은 팀 동료의 부사수이고, 유관부서의 부사수에 불과하다.



제 10원칙,

기꺼이 책임지려는 자세가 독립을 부른다.



업무는 원칙적으로 '혼자' 익히는 게 맞다. 런닝메이트인 사수와 같이 달리더라도 마찬가지다. 사수는 당신을 업고 달리지 않는다. 사수 역시 따지고 보면 같은 회사원이다. 당신이 달려야 한다. 당신의 호흡으로, 당신의 다리로, 당신의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달려야 한다. 사수는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당신이 완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옆에 있는 안전장치다.


사수가 당신 옆에 붙어있는 시간이 길수록, 당신이 한 업무의 공은 온전히 당신만의 것이 될 수 없다. 사수가 아무것도 안하고 당신이 100% 다 했다 하더라도 사수가 인정 안 하면 소용없다. 만약 이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사수의 보호 아래에서 회사를 다니고 싶다면 공을 인정받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반대로 내 몫의 밥값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으면 과감히 사수의 케어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독립하려면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일의 주인이란 일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흔히 '받은 만큼 일한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실제로 업무도 끝내지 않고 퇴근하길래 물어보니 받은 만큼 일하는 거니까 회사에 시간을 더 쓰고 싶지 않다는 주니어의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 업무시간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업무를 업무시간 안에 끝내라고 있는 것이다. 자기 책임도 다하지 못하면서 퇴근만 칼 같이 지키는 게 받은 만큼 일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반대로 일한 만큼 받는다면 당신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기꺼이 책임지려는 자세는 어디까지나 업무력이 뒷받침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업무력도 증명되지 않았으면서 책임진다고 하면 만용으로 바춰질 수 있다. '저 친구, 이제 한 사람 몫은 할 정도로 성장했네. 일을 맡겨도 되겠어.'라는 판단이 사람들의 마음 속 기저에 깔리고 슬슬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나를 한번 믿고 맡겨달라고 선언하는 순간, 독립의 조건은 성립된다. 이왕이면 위에서 맡기기 전에 본인이 자원해서 맡는 게 더 긍정적으로 보인다.


사수로부터 독립하는 순간, 또 다른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 세계는 런닝메이트 없는, 오롯이 내가 개척해야 할 길이다. 어쩌면 저 너머에는 나의 부사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수로부터 독립하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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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랜드 부스터

- 가끔 요리하고 글 쓰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남자.

- 본능적인 욕망을 추구하며 날것의 언어를 사랑하는 기획자.

- 종합광고대행사의 AE였다가 브랜드 마케터로 전향한 직장인.

- 세상을 브랜드로 이해하며, 브랜드 부스팅 전략을 탐구하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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