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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Mar 23. 2020

40대에 만나게 된 취미

요가일기 #3

체험


본인이 체험한 수업은 [빈야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요가원의 모든 프로그램 중 가장 동적인 요가 수업을 경험한 것이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수업을 가장 즐긴다. 이것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수련을 끝내면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이기에' 그렇다. 땀을 흘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것이 싫어 이 수업을 즐기는 것은 투박하기 짝이 없는 수컷의 정서적 특성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시간이 흘러 수업의 레벨은 0에서 1로 올라갔지만 빈야사 수업은 언제나 익숙치 않고 그 끝은 한결같이 땀범벅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별로 길지도 않겠다 예상했던)한 시간짜리 체험수업이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어 중간중간 시계를 보던 본인의 모습이 말이다. 그 누구의 강요도 없이 오로지 본인의 의지와 시간을 투자해서 경험하기로 맘먹은 이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사서 고생]이라는 그 유명한 문장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수업을 마치니 "괜찮으셨냐"고 물으시는 선생님께 웃으며 "별일 없다"고 인사를 건넸지만, 고백하건데 정말로 정말로 힘들었다.


미친 듯 바삐 몸을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러닝머신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벨트위의 다리를 쉼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그런 요란스런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수업이 끝난 본인의 몸은 땀에 흠뻑 젖었고 두 다리는 후들거렸다. 달리기와 등산을 지속적으로 해왔던지라 하체가 보기와는 달리(?) 부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그렇다. 쉽게 짐작이 가능하듯 본인은 상체비대 형이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주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사바아사나에 들어서며 느꼈던 그 평온함은 조금 과장하면 죽다 살아온 자들이 소회하는 그런 안도감이였다 감히 고백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본인은 여전히 이 송장자세가 가장 좋다. 무엇인가에 집중하여 숨을 맞추고 온 몸을 비틀고 난 후에야 맞이하는 이 평온함은 선생님들이 늘 하시는 그 말씀 그대로 요가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감히 동감해본다.


한 시간의 체험수업 후 무엇에 홀린 듯 6개월 멤버쉽을 결재하고 돌아서는 본인에게 상담을 해주시던 선생님이 "쉬지말고 내일부터 당장 나오라"고 말씀하신다. 만약 그 때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본인은 아마 모범 수강생(?)이 되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 20년이 훌쩍 지나 기억조차 희미한 본인의 학창생활에서 이렇게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은 적이 있었는지 예전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삭신이 쑤시는 가운데 어떠한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상담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다음날 요가원으로 향했고 첫번째 정식 요가수업의 시작 전 명상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 숨을 쉬며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이 [명상]이라는 행위는 마흔이 넘은 본인이 근래에 경험한 가장 신기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요가를 시작하고자 맘을 먹은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연히 책에서 만나게 된 유발 하라리의 일상 생활과 그의 제안에 큰 동감을 받아 더 늙기전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맘 먹은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결단력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했다. 나이가 들어 딱딱하게 굳은 것은 단지 비루한 몸뚱이만이 아니었다. 뇌도, 또 정신머리도 이미 경화가 일어난 것이다. 시간의 독약에 나도 모르는 새 중독되어 익숙하지 않은 것을 행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말들을 따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꼰대의 마인드가 본인에게도 이미 충분히 축적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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