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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 Mar 02. 2017

✔︎ 꿈길, 네게로 가는 길 ⑤








꿈길, 네게로 가는 길 ⑤




쉼없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지만, 허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모두가 꿈길이었고, 그 길 어디에도 내 존재는 없었습니다. 



‘카르마Karma의 본질은 물로도, 불로도, 그리고 시간으로도, 깨어버릴 수 없다고 붓다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호흡을 고르며 힘들게 걷는 내게 ‘스스로 쌓아놓은 카르마의 본질’이 정체를 드러내며 다가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하니, 나는 편안했고, 고요했으며, 더이상 쏟아낼 눈물은 없었습니다.




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모두 전생에서 겪은 일인 듯 느껴집니다.




용서할 수 없었던 정한情恨도, 해체할 수 없었던 욕망도, 버릴 수 없었던 아집我執도, 더 이상 나를 억압하지 않았습니다. 



악을 써가며 해발 5,500m 넘는 그 곳을 올랐지만 보이는 것은 허공일 뿐, 그 허공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삶의 저 편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보았던 허공이었고, 카트만두에서 보았던 허공이었으며, 내 고향을 등지고 공부하러 떠나갈 때 보았던 오래 전 바로 그 허공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길은 허공에서 시작하여 허공에서 끝납니다. 



존재하는 모두가 슬픈 이유는, 스스로 그 허공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 그대, 이제 그대 곁을 떠나 멀리 내 나라로 돌아가려 합니다.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W170303P011203-1206(D12-D16컁주마/팍딩/루클라/카트만두/인천)

(BGM Il Volo, Caruso)  https://www.youtube.com/embed/ZcZtMfhdVLU




✔︎ A dream way, the way to you ⑤


As I look back at the way that I have walked without respite, but all was only a dream way left in the empty air, and there was nothing of my existance at anywhere on the way. Buddha said that the essence of Karma never can be broken down by any of water, any of fire, and any of times. To me whom I was breathing in deeply and walking hard, the essence of Karma comes closer under revealing its identity. By giving up all everything, I was comfortable and calm, and there was no more tears to shed. The affection and bitter feeling that could not be forgiven, the desire that could not be disassembled, and the egoistic attachement that could not be abandoned, all did not suppress me anymore. I went up there over 5,500 meters high with all of my hard efforts, but what I saw was only an empty air and it was just the other side of life where I could not approach. All the times that have passed seem feeling to have experienced in the previous life. It was the empty air seen in Seoul, and the air seen in Kathmandu, and just the air seen long before when I left for study with my back to the hometown. All the way starts in the empty air and also ends there as well. The reason being sad for everyone being existed is just because they can not go beyond the empty air of themselves. You my love, now I am going to leave you for my country far away. I will miss you a lot.




에필로그 Epilogue


삶의 길을 걸어오며 누구에게나 발에 크고 작은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그 물집이 터지며 굳은 살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물집은 아리고, 어떤 물집은 후회스럽고, 어떤 물집은 굳은 살 그대로 남아 함께 합니다.


고요한 히말라야의 밤을 맞아보면, 그리운 타인他人을 보게 됩니다. 한 때 사랑을 생각했지만, 결국 버릴 수 없는 편협偏狹한 자의식自意識으로 하여 스스로가 놓아버린 타인, 그런 멀고도 그리운 타인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바깥으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창대비가 쏟아지듯 내리 꽂히는 별들을 보노라면, 온 우주가 모두 내 안으로 두서없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한 순간 웅장한 대우주의 연출을 보며, 이 우주에서 미성숙하고 스스로 고독한 존재인 나를 보게 됩니다. 가슴에선 조그만 엉어리 하나가 만져지기도 합니다.


그런 엉어리가 만져지면, 별을 손으로 잡아 가슴에 담고 또 담습니다.


멀리 있는 그대도, 지금 이 영원의 별들이 보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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