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어라"
어제는 우리에게 큰 선택의 기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팀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도 하였고, 어려움은 있지만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무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되는 분들의 생각은 우리와 전혀 달랐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이고 보여줄 게 없다는 것이다. 머리를 땡 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평소와 같은 오전 일과를 보냈지만 평소와 다른 마음이었다. 우리의 작품에 대해 자만심은 갖지 말되, 자신감은 가지자.라는 평소의 필자의 마인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또한 현재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기에 오전에는 수강신청 예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한 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들은 어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의 첫 번째 메뉴로 유력시되는 콩불을 미량 저울과 계량기를 이용하여 정량화 작업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생각한 1인분의 양으로 콩불을 2번에 걸쳐서 다르게 먹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만들어 먹었던 그 비율로 배합을 하고, 맛을 본 뒤 보완점을 찾아서 수정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큰 어려움이 생겼다. 흔히 우리가 지나가면서 본 레시피들에는 한 큰 술이나 한 스푼 등의 표현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양을 정확히 계량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한 큰 술은 보통 15ml로 생각하는데, 이러한 ml를 g으로 변환할 시 밀도를 생각해야 해서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결국 g으로 생각을 해서 양을 정립하기로 했고, 그렇게 1차 알파고(?) 스타일의 대패 삼겹 콩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각자 맛을 본 뒤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체적으로 괜찮지만 사 먹기에는 아쉬운 맛이라는 의견과 깊은 맛이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념장의 양을 늘리고 2차 대패 삼겹 콩불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대패 삼겹 콩불은 조금도 맛이 진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아직도 2% 부족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깊은 맛을(MSG의 차이일까?) 낼 수 있는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우리가 푸드테크 산업이라 할 지라도 기본적인 베이스는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점심을 먹은 뒤 어제의 회의 결과로 나온 시장조사를 실행하기로 했다. 간단히 큰 동선을 그린 뒤 일단은 우리 사무실 근처의 마트들부터 조사를 하기로 했다. 각각의 종류를 선정한 뒤 무엇이 있고, 얼마 정도 가격이 하는지, 또 어느 정도까지 소분이 가능한 것인지 등이 주요 조사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마트들의 경계를 받기도 하였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자기 사업장에 수상한 사람이 펜을 들고 무언가를 계속 쓰고 다닌다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좀 더 넓은 영역으로 조사를 하기 위해 뚜벅이를 잠시라도 탈피하고자 쏘카를 빌려 식자재마트부터 동네 마트까지 양해를 구하며 조사를 했다. 이러한 조사과정에서 우리가 사무실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가격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과 생각했던 것보다 재료의 소분이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생각보다 메뉴 설정이 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둘째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곳보다 생각보다 마트들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마트들에게 우리의 아이디어가 설득력을 가지고 설득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더 유리한 이점에 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각자 새롭게 느낀 생각들을 나누면서, 필자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생각들을 다시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처음 우리가 계획했던 아이디어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습한 날씨 속에서도 무언가 하려고 하는 마음은 우리에게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아이템을 믿고 나가는 것도 있지만, 좀 더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이러한 두 개의 생각을 적절히 균형 잡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