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마지막, 그리고 세 번째 처음으로
두 번째의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예상을 못했는데, 더 좋은 기회가 다가와서 고민하지 않고 잡았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는데, 정말이지 새삼 그걸 느끼고 있다. 더 좋다고 생각해서 가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은 생긴다.
아마도 어떤 선택을 하든, 조금이나마 뒤를 돌아볼 때 생기는 아련함이려니 생각하고 있다.
계약은 끝나도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맨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곳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회사에서의 이별에도 신경 쓰고 있다. 5개월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깊이 각인될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별다른 재주가 아닌 나 만의 글씨로, 나 만의 이야기를 담은 소소한 편지 몇 장을 쓰고 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 기특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는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는 사람들 또한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은 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러하지 않다.
돌이켜보면 많은 관계들이 끊긴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보았다. 10년도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연락을 이어가는 친구들, 한 두 번의 수업을 들었을 뿐이지만 나를 신경 써주시는 교수님들, 그리고 틈틈이 술 한잔 기울이는 전 직장 동료들의 모습은 나에게 하나의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물질적인 무언가를 바란다거나, 그들이 나를 끌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언젠가 고아가 될 그 시절 나 홀로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기 싫다는 생각을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혼자라고 외로웠던 적은 많이 없다. 그렇지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사라질 때, 나는 고독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나는 나와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길지 않은 인생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박준 시인의 말을 되뇌인다.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도 있기에,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한다는 그 문장을 말이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조금 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나만의 이별을 준비하며, 한 친구의 이별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인연의 끝을 이야기하는 담담함에서 오히려 나는 더욱 먹먹해졌다. 아마도 마음껏 슬퍼할 자유조차 없는 상황에 깊은 공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1년 전이 흐릿한 잔상으로 겹쳐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나조차 마음이 아팠다.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와 그 친구의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아련함이 깃든 나의 이직도, 슬픔이 짓누르는 듯한 그 친구의 이야기도 하나의 점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은 하나의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이라는 기나긴 이야기 속에서 자리한 하나의 챕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나서 돌이켜보면, '그런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하고 추억할 만한 그런 것 말이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이별을 한다.
과거에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떠한 이별도 가볍지 않고 마음이 아린다. 그렇지만 그 이별이 모든 관계의 끝은 아니기에, 너무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이별이라는 존재를 대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길에서 우연히 만나더라도 웃으며 스쳐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러면서 우리가 인생이라는 길을 성장하며 걸어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사각거리는 종이 위에 편지를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채사장의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이별에 대한 그의 생각이 지닌 여운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글을 줄인다.
...... 무한의 시간이 지난 먼 훗날의 어느 곳에서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반갑게 마주할 것이다. 헤어짐도 망각도 죽음도, 아쉬운 것은 없다. 우리는 운명처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