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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브스 Feb 13. 2019

쇼브라더스의 非무협 표절 혹은 패러디물 (2) 중국초인

中國超人, The super inframan, 1975

1938년에 코믹스가 발간되고 1978년에 정식으로 영화관에 상영되어 초대형 히트를 기록한 영화가 있다. 바로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이다. 그런데 1978년 이전에 슈퍼맨이라는 이름으로 홍콩에서 개봉된 영화가 여기에 있다. 슈퍼맨을 중국어로 번역하면 초인(超人)이다. 1975년 개봉된 <중국초인(中國超人)>은 ‘중국 슈퍼맨’이라는 이름을 내건 쇼브라더스의 작품이다. 이 영화의 영문 타이틀은 The super inframan이다. Man 앞에 붙은 infra-는 접두사로 특정 한도 이내의 것을 넘어섬을 나타낸다고 하니, 영문 타이틀을 역으로 번역하면 ‘(중국)초초인’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하는 망상을 잠시 해본다.

<중국초인>의 인트로

먼저 이 영화의 포스터를 살펴보자(HKMDB에서 발췌). 위에서부터 훑어내려 가자면 제일 먼저 오각형 안에 영문 S자가 구겨져 박혀있는 어디서 많이 본 로고를 접하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슈퍼맨의 로고와 98% 일치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큰 눈과 두 개의 더듬이가 있는 캐릭터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중국초인이다. 그런데 이 역시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일본의 특수촬영물 (이하 특촬물) <가면라이더>가 아닌가 하는 강한 확신이 들지만 이는 나만의 생각이라고 여기며 일단 넘어간다. 중국초인 옆에는 그가 활약하는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당시 홍콩 무협영화 포스터의 전형적인 글씨체로 ‘中國超人’이라고 적혀있다. 포스터를 처음보고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다. 한 장의 포스터 안에 미국의 <슈퍼맨>, 일본의 <가면라이더> 그리고 중국의 무협이 혼재되어있기 때문이다.

<중국초인>의 독일 및 스페인판 포스터
<중국초인>으로 만든 상품. 티셔츠와 장난감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오랫동안 꼭 접하고 싶었던 영화였다. 평소 즐겨보는 (쇼브라더스) 무협 영화 TV 채널에서 광고로 이 영화의 한 장면이 잠깐 지나가는데 내가 아는 쇼브라더스에서는 이런 성향의 영화를 만들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며 놀라웠던 건 주연이 이수현(李修賢), 바로 <첩혈쌍웅>의 이수현이란 점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첩혈쌍웅(1989)>때의 그와 <중국초인(1975)> 때의 그가 외모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1968년에 데뷔하여 쇼브라더스에서 숱한 주연을 맡았던 적룡(1946년생)은 1986년 <영웅본색> 1편에서 이미 상당히 노회한 느낌을 주었으나 1971년 데뷔한 이수현은 (1952년생) <첩혈쌍웅>에서야 진정한 전성기를 펼치지 않았는가.

<쌍협(1971)>의 25세 적룡과 <영웅본색1(1986)>의 40세 적룡 (with 증강)
<중국초인(1975)>의 23세 이수현과 <첩혈쌍웅(1989)>의 37세 이수현 (with 증강)

포스터에 있던 <슈퍼맨>의 로고와 달리, 다행히도 영화에 슈퍼맨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공격이 있었다. 새로운 캐릭터가 영화에 숨어있었으니 바로 <울트라맨>이다. 적과 싸움을 벌이는 중국초인은 상대하는 괴물이 갑자기 전파 송신탑만큼 커지자 자신도 그만큼 스케일 업을 한다. 적이 노란 광선을 쏘면 중국초인은 빨간 광선으로 대응한다. 손을 십자로 만들어 광선을 쏘는 모습까지 ‘울트라맨’과 똑 닮았다. 그러나 상대하는 괴물들이 대다수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고 오토바이를 타고 출동하며 머리에 두 더듬이를 장착한 주인공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면라이더’다. 가면라이더의 모습에 울트라맨의 능력이라니 다시 한 번 혼란이 찾아온다.

스케일 업하고 싸우는 중국초인과 괴물. 중국초인은 울트라맨처럼 광선을 발사하고 가면라이더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출동한다. 두 캐릭터가 크로스 한 것 처럼.

그러나 영화의 내용, 수준과는 상관없이 이 영화는 중화권 최초의 특촬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꼽는 SF (무협) 영화의 효시 <촉산(1983, 서극)>과는 촬영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초인>은 사람이 슈트를 직접 입고 액션을 하며, 스케일 업 되었을 때도 미리 찍은 영상과 미니어쳐를 배경으로 연기를 하는 촬영 기법을 사용한다. 발사되는 광선 정도를 제외하면 이 영화에는 특수 효과라고 이야기할 것이 없다. 어쨌든 <중국초인>은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그간 중화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영화였으며 이와 비슷한 시도는 1988년 엽천문, 양조위 등이 출연하고 서극이 감독한 홍콩판 여성 ‘로보캅’ <철갑무적마리아(鐵甲無敵瑪利亞)>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철갑무적마리아>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우뢰매>가 유행했다.)

<촉산>의 특수효과와 <철갑무적마리아>의 특수분장

<중국초인>은 확실히 당시 일본 특촬물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런 영화의 인기를 의식해서 제작된 영화다. 그 시절 홍콩 영화계는 한 영화사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외화를 수입하면 다른 쪽은 이와 비슷한 내용의 홍콩 자체 영화를 재빨리 만들어 개봉하는 방법을 많이 취했기 때문에, 그 즈음 인기를 끌었던 <울트라맨>이나 <가면라이더> 등을 어디선가 수입했고 이에 발맞춰 <중국초인>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영화가 일본 특촬물의 곁가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영화사를 매도할 수는 없다. 영화사는 수입이 있어야 직원들에게 봉급을 주고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다. 수요가 있거나 관객이 흥미 있어 할 것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며 그에 따른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정의감 넘치는 과학연구소의 레이마 대원은 중국초인이 된다
중국초인을 만든 과학연구소와 악당들의 기지
중국초인에 장착된 기계장치(?)와 위기를 맞는 중국초인. 내구성 테스트는 중요하다.
중국초인의 신무기와 폭파되는 악당 기지

<중국초인>에는 주연인 이수현 이외에 <취권> 1편에서 성룡의 사부 ‘소화자’를 연기한 원소전의 두 아들 원신의와 (취권, 매트릭스, 와호장룡, 킬빌의) 원화평, 황비홍의 임세관 등과 과학연구소의 소장 역으로 187편의 영화에서 활약한 배우이자 가수 왕걸의 아버지인 왕협(王俠)이 출연한다. <중국초인>에서 사실상 연기는 이수현과 왕협 만이 담당한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그나마 이수현도 변신을 하면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왕협과 똑닮은 아들인 가수 왕걸. 악당 두목 유혜여는 성인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중국초인> 제작 스틸 컷

이수현은 <오호장>에서 적룡, 강대위와 함께 5대장 중 한 명으로 출연하는 등 이 두 사람을 이을 차세대 재목으로 꼽혀왔다. <중국초인>에서는 주연인 지구를 지키는 정의감 넘치는 대원 레이마 역을 맡아 무협 출신이 아닌 척 시치미 떼고 연기한다. 그는 1952년 상하이 태생으로 3세에 가족과 홍콩으로 이주하였다.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여 창문인테리어 업자, 인명구조원, 술집웨이터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1970년 쇼브라더스에 입사한다. 얼마 후 <중국초인>을 비롯한 몇 작품에서 주연을 맡게 되나 기대만큼의 성공은 이루지 못하고 1978년에 독립프로듀서 회사를 차려 감독, 편집, 더빙 등의 작업에 주력한다. 특히 경찰 영화에 몰두하였는데 1984년에 <공복(公僕)>이라는 작품의 대본, 감독, 주연을 맡아 4회 홍콩 영화 금상장과 21회 대만 금마장 최우수 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재등장한다. 1986년에는 만능 영화사를 세워 주성치의 첫 주연작 <벽력선봉>, 주윤발과 함께 한 <첩혈쌍웅> 등의 영화를 내놓는다. 이 시기에 이수현은 주성치, 첩혈쌍웅의 악역 성규안, 무간도의 황추생 등을 길러낸다. 한 때 캐나다 벤쿠버로 이주하기도 했던 이수현은 2010년 이후에는 TV드라마에서 연출 및 연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배우로 144편의 영화에 출연한 이수현


- 줄거리 -

지진과 화재 등의 재해가 갑자기 발생한다. 과학연구소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찰나 괴전파와 함께 외계 생물체의 우두머리는 지구 정복을 선언한다. 연구소가 괴물들의 침입 공격을 받자 리우 소장은 그동안 비밀리에 준비해 온 BDX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바로 사람을 초인으로 변신시켜 지구를 구하려는 것. 연구원 레이마는 약물 주입과 칩 이식의 과정을 거쳐 중국초인이 된다. 중국초인은 차례로 적들을 제압하고 마침내 그들의 근거지로 쳐들어가 수괴를 물리친다. 우두머리를 잃은 외계 생물체들은 근거지가 폭파당하며 그들의 지구 정복의 꿈도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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