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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생 Apr 26. 2020

강아지 생명 값은 얼마?

동물병원 인턴 성장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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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옛날부터 입양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오죽하면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다'라는 고유의 문구가 있겠는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 요즘 세상에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려면 2억~3억은 있어야 하는 세상인데 핏줄을 중요시 하는 국내에서 누구 핏줄인지도 모를 자식을 들여와 키우기란 쉽지 않다. 반려동물 분야에서도 이 논리는 통한다. 반려동물 키우는데 사료비, 병원비 그리고 패드값만 해도 돈이 꽤 드는데 다른 사람이 키우던 아이보다 펫샵에서 데려온 이쁘장한 아이를 처음부터 키우고 싶다는 보호자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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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피치와 다른 견종이 섞여 있는 듯한 귀여운 아이가 내원했다. 오른쪽 눈 어딘가에 상처가 난건지 오른쪽 눈을 뜨질 못했다.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기 전 자세한 검사를 위해 처치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덩치가 꽤 있었고 눈조차 못 뜨는 상황이라면 꽤 심각한 상황이니 안충이 자라 있거나 각막에 심한 궤양이 있겠거니 생각했다. 덩치 좋은 친구와 함께 오른쪽 눈꺼풀을 열어보니 천공이 생겨 홍채까지 탈출해 있었다. 이런 경우 영향을 받은 홍채를 잘라내고 천공이 난 부분을 교정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기에 긴급을 요한다.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안과 전문 병원을 섭외해보았지만 모두 당일 예약이 꽉 차있는 상태라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우리 병원에서 눈꺼풀로 상처부위를 덮고 약물적인 방법을 병행하면서 자연 치유를 기다리는 방법으로 수술을 하기로 했고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대응처치 이기 때문에 실명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추가했다. 그리고 병원비가 꽤 나올 거라는 이야기도...

그림 출처 : A Case of Tectonic Lamellar Corneal Patch Graft Using Acellular Cornea in Corneal Ulcer Perf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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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은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부부였고 진료실에서 상담을 할 때 반려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남의 강아지 아닌가 싶을 정도 였는데 정말로 남의 강아지였다(띠용). 보호자분들이 길을 가던 중 우연찮게 그 친구가 고양이한테 얻어 맞고 있는 걸 보았다고 한다. 원래 강아지들이 고양이들한테 잘 얻어맞고 다니긴 하는데 주위에 보호자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고 너무 심하게 맞고 있길래 일단 고양이들에게서 떼어냈다고 한다. 떼어 내고 보니 담장 안에서 할머니 한분이 이 친구 자기는 못키우겠다고 좀 데려가라고 하며 난리를 치셨고 딱하게 생각한 보호자 부부가 이 아이를 데려왔다는 것이다. 데려오고 난 뒤 자세히 보니 한쪽 눈을 못뜨고 눈물도 계속 나서 동물병원으로 내원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 수술 안하시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수술비와 입원비는 한두푼이 아니였고 오늘 처음 본 다 큰 강아지를 상대로 돈을 쓰는 사람은 없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하라고 시간을 드리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리셉에서 결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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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가치에 대해 난 매우 회의적이다.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메길 수 없어요 라는 철학적인 질문은 집어치운지 오래고 모든 생명은 돈으로 환산된다. 처음 강아지를 펫샵에서 만나면 그들의 생명의 가치는 40~50만원 선이다. 누군가가 강아지를 데려온 뒤 전염병이 있는걸 알았고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하면 60만원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그들은 펫샵에 환불을 요구한다. 그 강아지의 생명의 가치는 40만원이니까 60만원을 지불 할 수 없는 것이다. 강아지를 데려가고 가족의 일원으로 같이 살아가면서 그들의 생명의 가치는 점점 올라간다. 그러기에 슬개골에 탈구가 생겨서 못걸으니까 수술도 시켜주고 피부가 가려워 계속 긁으니 병원을 몇달을 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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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번도 본 적 없는 강아지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부자라서? 부자도 200만원 300만원을 오늘 처음 만난 동물에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만일 그런 이유라면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복지는 세계 최고여야한다) 여기부턴 내 추측이다. 아마도 그들은 생명의 가치에 대해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오시던 분들이였을 것이다. 생명에 가치를 매길 수 있다 없다와 같은 철학적이고 모호한 질문을 떠나 내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불 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이 있었고 그 선이 꽤 높았나 보다. 어떤 방법으로 그 생명가치의 상한선을 높이는 지는 모르겠다. 알면 좀 알려달라 그러나 이글을 읽고 내 반려견을 위해 얼마를 지불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하는 생각이 그 선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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